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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이야기 Aug 23. 2023

5화 당황스러운 대강 이야기 1: 기존쎄 회원님

똥 마렵다고 수업 중에 나가버리셨어요.

당황스러운 대강 이야기

새내기 강사라면 누구나 대강부터 시작한다. 줌바 강사들 중에는 아이가 있는 분들이 많다 보니 아이가 아프거나 방학일 경우 특히 대강이 많이 올라온다. 누구나 대체강사의 수업을 경험해 본 적 있겠지만 (회원으로서) 그동안 익숙했던 선생님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에게 수업을 받는다면 어쩔 수 없이 기존 선생님과 비교하고, 경계하게 된다. 슬픈 것은 대체강사의 대부분이 수업 경험이 전무하거나, 많지 않은 새내기 강사라는 점이다. 새내기 강사로서 대강을 한다는 것. 우선 많은 사람들의 경계심과 의심을 견뎌야 하는 깡이 필요하다.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해도 ‘어디 네가 잘하나 보자~’ 하는 시선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법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워낙 줌바 강사 자격증을 어렸을 때 취득하기도 했고, 미혼이라 딱 외모로만 봐도 새내기 느낌이 뿜뿜 했던지라 기가 센 줌바 회원님들의 타깃이 되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당황스러운 대강 이야기 1
회원을 못 이기는 센터

대강을 갔다. 원래 강사님이 남자분이라서 파워풀한 수업을 원한다고 했다. 수업을 하러 갔는데 정말 오래된 센터에 꼬장꼬장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이 수업은 선생님이 급한 일이 생겨서 쓰는 대강이 아니고 새로운 선생님을 구하기 위한 오디션과 같은 수업이었다. 수업 준비를 하러 들어가려는데 강의실 앞 테이블에 삼삼오오 앉아 있는 줌바회원스러운 분들이 보였다. 딱 봐도 기가 엄청 세 보였다. 나는 특유의 하이 텐션으로 인사를 드리고 강의실로 들어갔다. 느낌이 좋지는 않았다. 강의 시간이 다 되었지만 그 회원님은 들어오시지 않았다. ‘딱 봐도 줌바 회원님이셨는데.. 아니었나?’ 생각하면서 수업을 시작했다. 1-2분 지나 웜업을 하고 있는데 ‘그’ 회원님이 들어오셨다. 늦게 들어왔지만 너무나도 당당히 당연한 듯 앞줄 센터로 와서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전형적인 에어로빅 타입의 회원님이셨다. 에어로빅 특유의 호흡과 구호를 마구 던져대셨다. 그런 경우 휘말리면 그 회원님에게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아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려고 했다. 본인이 던지는 구령을 내가 받아주지 않아서 그랬을까? 아니면 내 수업이 그 회원님 스타일과 맞지 않아서일까? 웜업이 끝나고서 ‘아휴 나 참 똥이 마려워서 화장실 좀 가야겠다.’ 하고 혼잣말을 하더니 물통을 챙겨 휘리릭 나가 버리셨다. 그러고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 회원님이 나가고 나서 팽팽했던 신경전이 깨진 느낌이 들었다. 대부분의 줌바 회원님이 그렇듯 음악에 취해 we are the one의 느낌으로 신나게 수업을 즐겼다. 수업이 끝나고 40대 정도로 보이는 젊은 아줌마 느낌의 회원님이 오셔서 그분 원래 그렇다고, 상처받지 말라고 위로도 해주셨다. 사연을 듣고 보니 그 회원님을 강사를 자기 스타일에 맞는 사람으로 고르려고 엄청 입김을 넣는 스타일이셨다. 다른 회원들은 선생님이 좋아도 좋다고 잘 표현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분은 자기가 원하는 힘들게 굴리는 에어로빅 스타일이 아니면 다 별로라고 하니 센터 측에서는 그럴 거면 직접 보고 고르세요~ 하는 느낌이 된 것이다. 다른 회원님들도 참 답답해하셨던 게 그런 이유 때문에 잘하는 선생님도 그 회원님 눈 밖에 났다는 이유로 잘리고, 금방 그만두고 하니 잘 따라오는 일반 회원님들도 그 회원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것 같았다.


줌바 수업을 하다 보면 여러 센터를 돌아다니게 되는데 어디에나 주축 세력이 있다. 대부분 그 동네에서 오래 살면서 영향력도 있어서 문제가 생기면 센터랑 싸우기도 하고 또 총무 역할을 하면서 회원들과의 단합도 만들어가는 회원님들이다. 나는 이때까지 너무나 좋은 회원님들만 만났지만, 대강 수업을 하다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럴 때마다 ‘기품 있게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어떤 회원님을 보면 자기 관리도 너무 잘하시고, 마인드도 좋으시고 나의 작은 실수에 관대하고, 또 강사에게 늘 감사함을 표현한다. 어떤 회원님을 보면 ‘나이가 벼슬이다.’라고 생각하면서 무리한 요구를 하고 강사를 하대 하는 경우가 있다. 나도 나이가 들어서 어떤 어른이 되어야지, 어떤 할머니가 되어야지 다짐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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