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6시
남편과 오랜시간 친한 부랄친구, 나 그리고 신랑 셋은 우리집 앞 고기집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우리의 주된 주제는 왜 이렇게 나빼고 다 잘사는거 같아?
"아니 왜 내 몸뚱이는 맨날 아퍼? 이명에... 치루... 정계정맥류 수술.... 올해는 그냥 잊을란다. "
신랑이 올해 일월부터 이상하게 몸에 이상이 와 수술만 3번이었다.
부랄친구는
"아 대출금 언제 갚냐..."
나도 할말이 있었으나 고기가 먼저 입에 들어왔다.
내가 고른 메뉴는 아니었지만 친구는 초딩입맛 이었던지라 숙성고기 특유의 냄새가 싫다며 마지막 항정살을 우리에게 양보하고 있었다.
뇸뇸뇸 맛있게 먹고 있던 찰나 이상하게 배가 쓰렸다.
'이상하다... '
고개를 갸웃하며 왁자지껄 떠들던 우리의 결론은 원하는대로 안되는게 인생이다였다
본래 취지는 기분이 꿀꿀한 우리 부부의 저녁식사선물이었으나 우리 집앞까지 와준 친구에게 신랑이 말했다.
'내가 살께'
우리 신랑 역시 멋있다.
집앞에 새로생긴 붕어빵을 사들고 집으로 들어가 무알콜 한잔씩 하는 와중에 갑자기 내 배가 쌔한 느낌이었다. 쿡쿡 쑤시고 진통이 느껴졌다. 아랫배가 묵직했다. 아픈 배를 움켜주니 갑자기 왈칵 하고 피가 터지기 시작했다. 삼일 뒤 받을 소파술을 예약해 놓은 상태였으나 갑자기 뱃속에 계류유산된 아이가 나오려고 했다. 자연배출되려는 것이었다. 배가 너무 아파오기 시작했다. 임산부들 진통이 이런걸까? 아니야 더 아프겠지... 이건 그냥 세발의 피지. 별의 별 생각이 다들고 몸이 불덩이가 되기 시작했다. 병원으로 어떻게 갔는지 도착한 와중에 다리에 힘이 풀려 걸을 수가 없었다. 남편에게 기대 겨우 몸을 가누고 병원에 도착했을 때 바지는 이미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남편분은 밖에서 대기 하실게요 "
진료실에 들어가 누우니 간호사들이 바지를 벚기고 질문을 했다.
"언제부터 이렇게 피가 나신거에요? "
"아이가 심장이 멈춘거에요?"
정신이 혼미해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의사선생님이 배초음파를 진행하는데 아기집이 보이지 않았다
"아기집 없나요? "
" 밑으로 한번더 볼게요 ! "
밑으로 보아도 아기집이 보이지 않았다.
진찰을 하기위해 한번 더 밑을 보는 순간 아기집을 꺼낸 의사선생님은 나에게
"여기요. 아기집 !"
뭔가 미션을 끝낸 듯 보여주었으나 난 그것이 너무 충격이었다
"보고 싶지 않아요 !"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살아있는 아이로 내 마음속에 남아있기를 바랬는데... 아이의 꺼져버린 불씨를 내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니.. 오열할까봐 눈을 질끈감았다.
아가야.. 엄마 뱃속이 그렇게 힘들었니... 소파술하는 날짜까지 기다릴수 없었니...그렇게 힘들었을까... 아니라면 아가야... 바깥 구경이 하고 싶었니... 아빠는 아직 인사도 못했는데... 아빠가 월요일 인사를 너무 하고 싶어했는데... 우리 아빠 어떻게 하니...
갑작스레 진행된 자연배출로 배는 너무 아팠고 하혈을 너무 많이 하고 있었다. 37.6도 까지 열은 올랐고 몸에 오한이 왔다. 그리 추운 온도는 아니었으나 누워있는 내내 다리가 바들바들떨리고 손도 떨리기 시작했다.
" 저 너무 추워요.. 다리가 계속 떨려요 "
온풍기의 온도를 최대로 올려도 오한은 멈추지 않았다.
배의 잔통이 심했던 관계로 하루 입원을 하고 다음날 담당선생님께 진료를 보기로 했다. 온몸의 힘이 빠진상태로 집에 돌아가 다음날 병원을 오는 건 자신 없었다.
입원 병동으로 옮기기 전 수액을 맞으려는데 혈관이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시험관을 하면서 자주 주사를 맞은 탓인지 혈관찾기가 힘들어 왼쪽 오른쪽 주사를 넣다 혈관이 모두 터져버렸다. 간신히 잡은 혈관에 수액을 꽂고 나오는데 남편의 얼굴이 반쪽이 되어 있었다. 다끝났다고 하는데 혈관을 못찾아 딜레이된 나의 상황 때문에 불안해서 안절부절 못했나보다. 본인도 올해 이런저런 수술로 힘들었고 아직 다 낫지도 않은 상황에서 우리 아이의 유산소식까지.. 그리고 내가 겪는 걸 옆에서 다 보고 있으니 얼마나 지칠까... 얼마나 힘들까.. 아픈 와중에도 신랑이 마음 쓰였다. 나는 육체가 아픈거니 회복되면 되는데 정신적으로 힘든건 답도 없는데 ... 입원실로 도착하니 며칠 전 입원할 때 만난 간호사분이있었다.
" 소파술보다 자연배출이 오히려 더 낫을 수 있어요.. "
위로의 말이었고 고마웠지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겨우 참고 침대에 엉덩이를 붙이는데 뱃속에서 핏덩이들이 계속 쏟아져 나왔다. 패드는 체감상 오분마다 한번씩 갈아줘야 했고 이미 속옷과 침대는 피범벅이었다. 바닥에 떨어진 혈흔은 공포영화의 한장면이었다. 밑에 패드를 갈면서 같이 떨어진 핏덩이들을 보고 나도 놀랐는데 신랑은 덤덤이 휴지로 잡아 휴지통으로 넣었다. 내눈에 남자로 사는건 정말 힘든일 인것 같다. 겨우 정리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걸까 ? 왜 자꾸 아픔이 나에게 달려들까... 남편과 결혼할 즈음 나는 심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이었다. 그래서 내 뱃속을 견디기 힘들었던 걸까... 여기서 더 떨어질 곳이 남아있나... 왜 이리 고통과 고난은 한꺼번에 찾아오고 또 무방비 상태에서 당하기만 해야 할까... 나는 왜 매일 힘들까... 회복탄력성이 바닥이 되어 버렸다. 그냥너덜너덜 해진 행주 같았다. 깨끗하게 하려고 지우고 지우고, 또 지우고 마지막까지 하얗게 불태워... 버리기 직전까지 간 행주... 아까 저녁모임의 결론처럼 인생은 우리가 원하는대로 가주지 않는구나... 4주전 우리 부부의 처음이 생각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