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엄마 뱃속에서 도망친 아이

by 은겸

" 여보 아기 이름 먼저 지어보자 "

" 아들인지 딸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지어 "

" 아들일때 하나, 딸일때 하나 이렇게 지어놓으면 되지 . 아들이었으면 좋겠어 . 딸이었으면 좋겠어 ?"

" 난 딸도 이쁘더라. 그런데 아들 나을거 같아"

남아선호사상이 남아있는건 아닌데 나는 딸보다는 아들이 좋았다.

아이를 나으면 멋진 꿈을 꾸고 꿈을 이루며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리더자로 키우고 싶었다.

" 난 무조건 아들. 얼른 이름 지어봐 "

" 우리 집안이 순자 돌림이니까 딸이면 이순수. 아들이면 이순신 "

" 아. 머야. 그러다가 놀림 당해 "

ㅋㅋㅋㅋㅋ 모든 일상이 아가와 함께 돌아갔다.

어느 날 신랑이 말했다.

" 여보, 여보 어릴때 사진 가방에 들고 다니는데 아기 초음파 사진한장 줘봐. 아기사진도 들고다니게 "

너무 스윗한 우리 남편이었다. 어쩜 이런 행복이 나에게 찾아올까.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입덧을 전혀 하지 않았다. 병원에서 곧 입덧을 할거라고 했지만 전혀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인터넷 검색을 하니 입덧을 하지 않아도 정상적인 출산이었다는 말과 걱정하지 말라는 말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효자가 어디있을까?

자매들도 물었다

" 이제 몇 주차지? "

" 입덧은? "

" 원래 단순한 사람이 입덧이 없어. "

내가 세상 단순하고 셈이 없긴 했지만 그런 특징이 있을 줄이야...

믿거나 말거나 마냥 행복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가슴이 땡땡해지는 통증이 생겼다. 어렸을 적 생리 하기 전에는 호르몬이 왕성해서인지 항상 가슴이 땡땡하고 아팠는데 나이 들면서 자연스레 없어졌다. 그때 느낌처럼 가슴에 통증이 느껴졌다. 그리고 손등과 모든 피부가 트기 시작했다. 어찌나 밉던지 솔직히 너무 까슬해 보기 싫을 정도였다.

입덧 대신 이런 증상이 나한테 오나보다. 이런정도라면 견딜만하고 또 다행아닌가? 생각했다.

6주차가 시작되고 심장소리를 듣기 위해 병원에 들렀다.

" 입덧 하세요 ?"

" 아니요 "

초음파를 봤다.

" 아직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네요. 지금쯤이면 열명중 여덟은 들리는데 다음주에 다시 봅시다."

" 안들려요? 아니면 내일 다시 올까요? "

" 여유있게 충분히 쉬시고 다음주에 오세요 "

" 아기크기가 조금 작긴 하네요. "

갑자기 불안이 찾아왔다. 걱정과 근심이 나를 감쌌고 두려움이 찾아왔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았다.

다음날 일요일 아침 소변을 보는데 갑자기 갈색 냉이 보였다. 착상혈 이후로 본적이 없는데 너무 무서워 일어나자마자 병원으로 향했다. 일요일이었으므로 당직 선생님께 진료를 봤고 아기집은 문제가 없고 자궁경부쪽에서 나오는건 아니지만 어디서 피가 시작되는지는 확인이 어렵다고 했다.

" 갈색혈은 종종 나와요. 걱정하지 마세요. 심장도 뛰고 있습니다. "

" 심장이 뛴다구요 ? "

" 네. 초음파상에서도 지금 깜박깜박 하시잖아요 ? 심장소리 들려요. 뛰고 있어요. "

남편이 나를 흔들며 말했다.

" 심장소리가 들린대. 여보. . 심장소리 들리는거야. "

" 몇주차 되시는데요 ? "

" 아 저희가 6주차가 좀 지났는데 아직 심장소리를 못들어서요. "

" 아기 크기로 봐서는 주수 조정을 해야 될 것 같은데요. 늦게 착상됬을 수도 있어요 "

걱정과 다르게 심장소리가 뛴다는 말은 우리를 감격시켰고 그동안의 걱정은 말끔히 사라졌다.

신랑은 신이났다.

" 심장이 뛴대 ... 여보 ~!! "

너무 기뻐하는 신랑을 보며 덩달아 나까지 기분이 좋았다.

" 왜요? "

의사가 물었다.

" 어제 병원에서 심장이 안뛰었거든요. "

" 이번 토요일 방문해야 하는데 심장소리 때문에 너무 걱정했어요 "

" 불안하시면 며칠내로 재방문해보세요. 심장소리 들리네요. 축하드려요 "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소리만 나왔다.

" 담당선생님은 차수 보다 아기가 작다고 이야기 하셨는 데 지금 선생님은 차수 조정 이야기를 하셔서 혹시 모르니까 다음진료 때 차수관련 이야기 한번 해볼까? "

" 그러자 "

심장이 뛰는 아기와 또 작지만 잘 크고 있다는 생각에 차수조정이 필요한 걸꺼라고 우리는 생각 또 생각을 했다.

" 근데 나 요즘 변비생겼나.. 화장실 아침에 잘 안가지네. "

" 임신하면 변비도 생긴다는데 나는 완전 괜찮거든.. 주변에서 대신 겪기도 한다는데.. 대신 여보가 겪는거 아닐까 "

" 거참 효자네.. 허허허 "

우리는 그냥 아들일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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