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K푸드의 세계화
‘아 또 실패했다. 1인당 2개밖에 못 산다고 나와있는데 벌써 품절이라니! 또 품절이다.’ 왜 이렇게 순식간에 팔리는 거지?’ 미국 마트에 큰일이 일어났다. 그야말로 김밥 대란. 지난여름 한국의 중소기업에서 수출한 3.99불짜리 김밥이 미국 42개 주에 560여 개 매장을 둔 식료품점 체인 T 마트에 깔렸다. 유투버들과 인플루언서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인기가 치솟았다. 2주 만에 전 매장에서 모두 팔렸다. 1차 수출 물량이 다 소진되고 한참을 기다려야 했던 그 김밥이 다시 입고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나는 바로 마트로 달려갔다. 눈 씻고 찾아봐도 1인당 2개 한정이라는 것만 보이고 김밥은 보이지 않는다. 벌써 다 동이 난 것이다. 이렇게까지 한국 음식이 인기가 있었던 적은 처음 있는 일이다.
왜 이렇게 한국 음식이 갑자기 각광을 받을까? 미국인들의 평에 의하면 김밥은 채소 위주의 간단한 식사라 건강하다는 이미지 플러스 가격도 싸고 맛도 좋아서라고 했다. 김밥이 하루 이틀 된 것도 아니고 한국 마트에서 갓 만든 김밥들이 다 팔고 있었는데 말이다. 김밥의 인기 덕분인지 마트에 한국 음식 종류가 확실히 늘었다.
확실히 K 컬처의 바람이 K 푸드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예전에는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나 음식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접할 기회가 없었다면 지금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블랙핑크나 BTS 등 K팝 스타들에 의해 한국음식을 접한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을 통해 한국의 게임에 대해 배우고 기생충을 보고 짜파구리를 해 먹고 싶어 한다. 한국문화와 더불어 한국 음식이 외국인들에게 예전보다 노출이 많이 되니 이에 대한 호감도 자연스럽게 높아진 듯하다.
"학창 시절 엄마가 도시락으로 김밥을 싸줬을 때 학교에서 엄청 놀림을 받았었는데 한국 음식이 이렇게 인기가 있는 것이 놀라워요" 한 한인 2세의 인터뷰를 보았다. 확실히 예전에 비하면 한국 음악, 한국 음식, 한국 문화가 글로벌화되었다는 느낌이다. 이면에는 그동안 한국 문화를 알리려는 많은 노력이 밑바탕이 되어 있으리라. 최근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였던 한인 2세의 책 ‘H마트에서 울다’와 같은 책들이 반가운 이유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럼 K 푸드의 정체성과 이미지는 무엇인가? 미국에서 일식은 (초밥) 고급화 전략에서 성공한 사례이다. 과거의 미국인들은 날 생선을 먹는 것이 끔찍하다고 생각했다. 초밥을 알리기 위해 일본은 일본 의상, 문화 및 음식을 묘사한 대히트 TV 쇼와 영화 투자를 기획했고 이것이 성공하면서 초밥을 포함한 모든 일본에 대한 관심을 일으켰다고 한다. 그 결과, 실제로 초밥은 미국에서 완전히 대중화되었고 심지어 고급화 이미지에도 성공했다.
반면 중국음식은 싸게 간편하게 먹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미드에서 종종 싼 중국음식을 투고해서 먹자고 많이 나온다. 미국에서 중국음식은 피자나 햄버거가 질릴 때 먹는 가격 부담이 적은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모두 미국식으로 잘 자리를 잡은 사례로 음식의 이미지도 역시 사람들에게 얼마나, 어떻게 노출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듯하다.
T 마트의 때 아닌 김밥 열풍은 미국 사는 한인 커뮤니티 사이에서도 인기 주제였다. 초창기에 열 줄씩 사다 놓으신 분도 계셨고, 나처럼 도대체 맛을 보고 싶은데 사지 못하셨다는 분도 계셨다. 오랜만에 김밥 생각이 난다며 집에서 만들어 드신 분들도 꽤 많았다.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각자 나만의 김밥 레시피가 올라왔다. 계란 김밥, 멸치 김밥, 깍두기 김밥 등 대부분 집에 있는 재료로 대충 싼 김밥이었다. 무슨 재료가 들어가든 금방 싼 김밥이 가장 맛있다는 걸 우리는 알기에 각자 나만의 신박한 조합을 나누었다.
한국인의 김밥은 정형화된 것이 아니라 각각의 개성있는 레시피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밥뿐이랴. 집집마다 담그는 엄마의 김치에도, 퇴근하고 먹는 아빠의 안주에도, 그 옛날 할아버지가 마시던 막걸리에도 한국 음식에는 다양한 우리 이야기가 담겨있다. 우리 문화가 담겨있다. 내가 생각하는 한국 음식의 진정한 정체성은 하나의 음식도 특별하게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이다. 나는 다채로운 이야기가 있는 한국 음식을 사랑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김밥의 열풍이 고무적인 것은 김밥과 라면 함께 먹기, 소스에 찍어 먹기 등 나름대로 SNS를 통해 김밥 먹는 팁들이 공유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저 한 순간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라 한국음식을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세계인들이 많이 나타나기를 바란다. 세계인들의 접시에 김치, 불고기, 김밥뿐 아니라 자랑스러운 무궁무진한 한식이 우리와 그들의 이야기로 새롭게 버무려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