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속의 비주류, 딩크로 살기 001
홍대병, 언제 완치되나요?
홍대병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신조어 라기에는 조금 연차가 된 단어이긴 한데 일반 대중적인 취향을 선호하지 않고 남들과 다른 비주류가 되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을 비꼬면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홍대병을 앓는 내 입장으로서는 억울한 감이 있다. 난들 비주류만 좋아하고 싶었을까?
아주 짧은 기간이지만 그만큼 깊고 세게 중2병을 앓았던 어린 소녀시절 때야 비주류인 나의 취향이 독특하고 멋지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크고 나서는 어쩜 이렇게 귀신같이 비주류를 쏙쏙 골라낼까 스스로에 대한 의문이 들고는 했다.
그래봐야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기에 남 탓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대개는 사회화가 되면서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뒀다가 혼자 있을 때 꺼내 보거나 듣고는 했다.
특히 학교를 졸업하면서는 조금이나마 더 편해졌는데 그 이유인 즉 회사에서는 일 하느라 이미 지쳐버린 사회인들이 주로 하는 얘기는 가벼운 스몰토크 위주였고, 대중매체를 안 본다 한들 그렇군 하고 넘기기 때문이었다.
학교에 다닐 때는 인기 드라마나 예능을 안 보면 대화에서 자연스럽게 소외될 뿐 아니라, 사회화가 덜 된 시기의 정제되지 않은 또래들의 솔직함은 서로의 취향에 대한 이해를 돕기에는 힘든 부분이 있었다.
요즘이야 오히려 비주류 취향의 친구를 힙스터다, 개성 있다 해주는 분위기도 생긴 듯해서 좀 부럽기도 했는데 삶의 방향이 비주류가 되니 비혼을 선택한 친구들이나 소수의 기혼 친구들을 제외한 아주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심지어 서로 조심스럽던 회사에서도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건지 거침없이 물어오기도 하고, 아이가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에 관하여 아주 길고 긴 자신의 행복을 자랑하기도 한다.
솔직히 내가 딩크가 된 것은 그저 어릴 적부터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대단한 사촌동생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취미도 많고, 특히 누워있는 걸 좋아하는 게으른 내가 아이를 키운다는 게 애초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남편도 원래는 남들처럼 아이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어렴풋이 갖고 있었는데, 또 한편으로는 친구들이 육아로 인해 배우자와 사이가 소원해지는 모습을 보고 반쯤은 딩크도 괜찮을 것 같다는 중간 입장이었다.
나의 강경한 태도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덩달아 딩크가 된 남편은 일 년 뒤에는 나보다 더더욱 확고한 딩크가 되어있었다.
다른 게 아니라 우리는 취향도 잘 맞았지만 취미도 굉장히 잘 맞아서 퇴근 후에는 같이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생활이 너무나 즐거웠기 때문인데, 이는 결혼 10년 차까지 8개월 정도를 남겨둔 지금까지도 똑같이 아니 오히려 전보다 더 행복한 마음으로 즐기고 있다.
아무튼 우리의 딩크는 이렇다 할 신념이 있어서가 아닌 내 삶의 주는 내가 되어야 한다는 이기적이고 가벼운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보니, 유자녀주의를 가진 사람들이 도대체 왜 아이를 안 갖냐고 물어보면 뭐라 할 말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무자녀가 당연하고 편한 내 입장에서는 되려 물어보고 싶기도 하다.
왜 결혼하면 아이를 가져야만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