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란레몬 Jul 19. 2024

주류 속의 비주류, 딩크로 살기 006

잠수는 아닙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딩크족이라는 사실을 밝히면 엄청난 잘못을 저지름과 동시에 무언가 결손 되어있는 사람 취급을 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더러는 나름의 배려라며 난임시술을 추천받기도 했는데 안 생기는 게 아니고 안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최대한 공손한 표현으로 말하느라 애를 먹었던 기억이 흐릿하게 난다.

요즘은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많아져서 그런지 딩크족이라고 하면 그렇구나 하고 수긍하는 반응이 돌아오는 경우도 많이 늘어났다.

그래서 마음의 여유가 생긴 탓인지, 사실 얼마 전까지는 상대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것들에서도 분명히 나랑 맞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는 약간 건방진 생각으로 미리 차단하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다양한 가능성을 하나만 보고 지레짐작해 버리는 건 잘못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삶의 태도를 조금 바꿔보게 되었다.

나한테는 무례한 말로 들렸을지언정 그게 그 사람입장에서는 진심 어린 걱정일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조금 내려놓았더니 드라마틱하게 다양한 인맥이 생기고... 다양한 기회가 생기고... 이런 일은 없었다.

내 생각만 바꿨을 뿐이지, 나의 내향내성인 특성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고, 삶은 현실이지 극적인 드라마나 영화가 아니니까.

그럼에도 나 스스로에게는 굉장히 큰 변화로 느껴졌다.

우선 상대의 사소한 말실수나 행동에 전처럼 화가 난다거나 하는 일이 많이 줄었고, 덩달아 스스로를 끊임없이 괴롭히던 자기 검열도 느슨해지면서 마음이 굉장히 편안해졌다.

화낼 일이 줄어드니 자연스레 감정소모도 덜해지면서 체력소모도 덩달아 덜 하게 된 탓인지 피로감도 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또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따라오고, 아무튼 긍정적인 변화가 많은 점은 좋았는데 큰 문제가 있었다.


딩크족으로의 삶과 사회에서의 고단함. 대충 그런 주제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통과했으니 응당 그 주제로 글을 써나가야 되는 법인데, 글의 원동력이 되어주었던 분노와 억울함대신 연일 평화로움이 계속되다 보니  의욕이 수그러들어버린 것이다.

사실 세상이 바뀌었다기보다는 이제 주변인들이 쉽게 아이얘기를 꺼내지 못하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에 덩달아 평화도 찾아온 거라는 생각은 하는데, 어찌 되었든 편해질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내가 잘못된 길을 가는 거면 어떡하지 하는 1% 정도의 걱정과 5% 정도의 두려움이 있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전혀 후회가 없고 오히려 정말 잘했다는 생각과 확신으로 가득하니 해피엔딩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물론 20년 뒤의 나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미리 걱정하기보다 현재에 충실하자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때의 내가 지금 쓴 글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지도 조금 궁금해졌다.

그때는 비주류 주류 나뉠 것 없이 모든 사람이 각자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고 있으면 좋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주류 속의 비주류, 딩크로 살기 00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