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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주 Apr 20. 2024

부디, 당신의 야생을 살아가기를

『강신주의 장자수업 1』_책 읽는 마음

"그것까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제가 여기 들어오면 정말 열심히 할 겁니다!"


가끔 면접관 역할을 한다. 몹시 불편하다. 내가 주는 점수로 어떤 사람은 직장을 구하고 다른 어떤 사람은 실패한다. 말할 수 없이 부담스럽다. 내가 뭐라고 이 사람들을 평가하나. 아니, 애초에 사람이 사람을 평가한다는 게 맞긴 한 건가. 


눈을 맞추며 웃는 얼굴로 면접을 진행하고 싶지만 그렇게 해놓고 떨어뜨리는 게 미안해 웃음을 거두게 된다. 진지한 얼굴은 또 너무 무게 잡는 것처럼 느껴질까봐, 꼴 사나울까봐 표정 관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몹시 어렵다. 무의식 중에 습관대로 다리를 꼬고 앉아 있다는 걸 자각했을 때, 나도 모르게 팔짱을 끼고 대답을 듣고 있을 때 급하게 자세를 고친다. 대답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웬만해선 하지 않으려 한다. 흔들리는 눈동자, 긴장한 어깨, 어색하게 놓인 두 손, 떨리는 목소리. 그들의 그런 모든 것들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가 반대하는 것은 인간 가축화의 논리입니다."

-『강신주의 장자수업 1』 17쪽, 강신주


같이 일 할 동료를 맞이하는 게 아니라 이 집단의 일꾼 하나를 늘리는 작업을 하고 있는 기분이다. 내가 먼저 와 가축화된 이 집단에 한 몫 더 가축화될 대상을 선발하는 기분. 


열심히 내 몫을 하는 것이 나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시간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쓸모있게, 살뜰하게 집단에 소용되는 세월이기도 했다.

인간은 인간에게 쓸모있는 동물을 자연에서 잡아들여 그들이 본래 누려왔던, 초원을 걷고 뛰고 해를 쬐고 바람을 맞고 풀을 뜯고 소리 내고 자손을 품을 수 있는 삶을 빼앗았다. 금지했다. 인간에게 쓸모있는 일을 했을 때만 아주 조금씩 맛보게 해주었다. 개와 소와 돼지와 말과 양, 닭과 오리와 앵무새와 카나리아는 그렇게 가축이 되었다. 

동물보다 센 힘으로 인간의 삶은 그렇게 편리해지고 윤택해졌다. 그래서 인간을 가축화하기 시작했다. 인간을 쓸모있게 사용해 더욱 힘을 키웠고 그 힘으로 더 많은 이들을 더 어쩔 수 없게 가축화했다. 




여기, 나. 꽤 괜찮게 가축화된 한 사람이 있다. 열심히, 시키는 대로 열심히 살아온 내가 여기 훌륭히 가축화되어 있다. 한 명이 더 나와 같이 일해준다면 내가 좀 편할 것 같다. 


'인간의 가축화'라는 장자 수업을 읽은 어느 날의 면접은 정말이지. 

정말이지 고역이었다.   

부디, 당신의 야생을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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