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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주 Apr 25. 2024

당신 나의 가족이 되어주오

『친구를 입양했습니다』_책 읽는 마음



"먼 길을 돌아 사람에게 도착했다."

-『친구를 입양했습니다』 프롤로그, 은서란



『친구를 입양했습니다』의 저자 은서란과 그의 동거인 어린은 50개월의 나이 차이가 난다. 친구였으나 모녀지간이 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도시를 떠나 시골생활을 택한 각자가 홀로일 때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별 탈 없이 둘이서 살 수 있다는 걸 알았고, 위급한 상황에서 서로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법적 보호자가 되어 늙어 줄을 때까지 함께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결혼 적령기라는 것을 지나고 나서부터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가족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된다. 부모, 배우자, 자녀, 형제자매의 흉을 보거나 흉 보는 척하며 자랑하는 이야기를 듣거나 하고난 뒤면 아차 싶을 때가 있다. 아, 그 분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다고 했지. 아, 이혼했다고 했었는데. 아, 자녀가 아프다고 했었어 참. 아, 동생이 사기를 당했다고... 


'정상 가족'으로 살아가는 사람 손?

혼자도 아니고 여러층의 성별과 나이와 기질과 취향의 사람들이 엮여서, 하루이틀도 아니고 세월이라는 시간을 살아가는데 그 방법이 어떻게 단일할 수 있을까. 공장식 가축사육도 아니고 말이지. 


호적제도에서는 가장이라는 한 사람이 나무 기둥처럼 중심에 서있고 다른 이들은 처妻, 자子 등 '그의 무엇'이 되어 나뭇가지처럼 그에게 연결되어 있었다. 기둥과 가지들이 나무 모양을 갖추지 않는다면, 그러니까 기둥이 일찍 생을 마감해 가지만 남았다거나, 어떤 쪽의 가지가 나지 않았거나 빠졌거나, 혹은 어느 가지가 이상한 모양을 하고 있다면 나무는 정상 나무로 취급받지 못했다. 기둥 하나에 1, 2, 3번의 가지를 갖출 것.


호적제가 폐지되고 새로 적용된 가족관계등록 제도에서는 가족 저마다가 각자 기둥이 되어 서로가 서로의 무엇이 된다. 가장의 子였던 이가 스스로 중심이 되어 가장을 자신의 부父로 기록한다. 각각의 나무로서 관계를 맺는 것이다. 


가족은 천부적으로 짝지어지는 것이라는 관념, 한 번 짝지어진 가족은 죽어서까지 유지되어야 한다는 믿음.


"어리와 나는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 함께 살며 마음의 안정을 얻었고, 서로에게 든든한 법적 보호자도 생겼다. 예전에는 삶을 여행하는 마음으로 살았다면 지금은 머무르는 느낌으로 산다."   - 10쪽


그 공고함에 이 문장을 열어보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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