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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주 May 05. 2024

영 자신없는 계산법

『링컨 하이웨이』_책 읽는 마음



"잠을 푹 잘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결산을 하는 것뿐이다."

- 『링컨 하이웨이』 139쪽, 에이모 토울스



달리기를 하다 참을 수 없이 숨이 차면 구르던 발을 멈춥니다. 왔던 길을 되돌아 걸으며 심호흡을 해요. 꼭 멈춰야 했을까, 무시하거나 더 참으면서 달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요. 


달리던 방향으로 마저 걸으며 호흡을 골라도 되겠지만, 꼭 뒤돌아 걷는 이유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멈춘 지점부터 이어 달리기 위해서입니다. 그 새벽, 그 작은 산책길 위의 이어달리기를 누가 본다고, 설령 보면 또 어때서. 그렇지만 저는 단 10cm도 건너뛰고 싶지 않습니다.


이런 결벽적인 계산은 나 혼자 행하면 되는 거니까 쫌생이 같아도, 싸이코 같아도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문제는 타인과의 관계 계산. 


오늘 멀리 사는 서울이모가 바리바리 음식을 해왔습니다. 몇 년 전, 내가 마음이 온전치 못해 앓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뒤부터 저를 딱해합니다. (이모는 자기가 내 병을 모르고 있는 것마냥 '척' 하지만 자꾸 잘 먹어야 된다는 둥, 아픈 데는 없냐는 둥, 마음 편히 가지라는 둥 티가 너무...) 제가 고기를 끊고 나서부터는 만날 일이 있을 때마다 저 먹을 걸 따로 챙겨와요. 채식 만두 한 보따리 빚어오고, 건두부 매운 버전 안 매운 버전 따로 만들어 오고. 


이모는 내년 칠순을 맞습니다. 무릎이 아파 똑바로 걷지 못하고 식당에서 오래 일 해 손가락 마디마디, 손목, 팔꿈치 다 아픕니다. 미인이었던 우리 이모가 나이 들고 아프네요.


갚을 수 있는 걸까요? 갚아도 되는 걸까요?

나를 살게 하려는 그 마음을 어떻게 받아야 하는 건지... 영 어색합니다. 


새콤달콤한 건두부를 울먹울먹 씹으며

"하, 이거 왜 이렇게 맛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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