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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주 Apr 06. 2024

새벽에 혼자 달리면 좋은 점

달리는 마음



오늘도 새벽에 달렸다, 혼자서. 

좋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1. 잠을 이겨내고 새벽에 하기로 했던 걸 해냈다는 것은 주체적으로 살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다른 것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마음을 안 먹어서 그렇지 일단 마음 먹기만 하면 아주 그냥 확 다. 그런 자신감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건 좋은 일이다. 


2. 혼자 달린다는 건 또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눈 마주치지 않아도 되고 대답하지 않아도 되며 되묻지 않아도 될 뿐더러 웃지 않아도 된다. 사람이 어려운 내게는 마음 놓을 수 있는 시간이다. 안심이다. 


3. 계절 흐르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겨울의 새벽하늘이 얼마나 깨끗하게 짙푸렀는지 나는 안다. 지금을 통과하는 봄이 3월 무슨 날 작은 아침새를 노래하게 했는지 안다. 오늘 새벽엔 길가의 흰꽃들이 그곳을 달려 지나는 내게 싱그런 청사과 향으로 평화를 빌어주었고 나는 엷게 분홍진 벚꽃 몽우리에 그 마음을 이어주었다. 그런 것들이 요란떨지 않고 제 때에 제 자리에 나타나 단지 그래야할 시간만큼을 머물고 사라지는 것을 달리며 알게 되었다. 


4. 머릿속이 시원하다. 발을 딛고 뛰어오를 때마다 머리칼 사이로 아직 사람들이 닿지 않은 바람이 흐른다. 번뇌로 머물려던 잡념들이 사라지고 오직 그 새롭고 차가운 바람만을 맞이한다. 


5. 바람 있는 날, 추운 날 공기를 가르며 뛰다 보면 눈물이 난다. 반갑다. '이렇게라도 우니 좋구나' 하며 달린다. 눈물 흘리며 계속해 뛰는 거, 생각지 못했던 달리기의 효용이다.    



엉망으로 살고 있지 않다는 것. 달리기는 내게 그것을 확인해준다. 그러니 내일 새벽에도 홀로 달려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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