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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규 Dec 27. 2024

계엄 패러디 소설

12.3 계엄을 패러디 한 소설



딩가딩가병




  우간다 우가우가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일이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모두 들떠있는 12월 3일 오후 10시 30분이었다. 신나게 방학을 즐기고 있던 학생들은 물론, 방학에 너무 흥분한 아이들을 야단치던 어른들도 어리둥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뭔지 모르고 위에서 그냥 가라 하는데 출동할 때 우리 애들 전부 '뭐지 뭐지' 했어,”     

  강제 개학을 집행하기 위해 동원된 선도부 학생들도 사실 개학 선포 사실을 출동 뒤에야 알게 됐다. 총은 들었지만 무섭고 당황스러웠기는 마찬가지였다.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말도 없이 교무실로 가 가지고.”     

  실탄이 지급된 출동이었다.     

  “방탄조끼하고 실탄을 우리는 안 들고 갔는데 선도부 임원들은 들고 갔어. 총을 든 학생들도 총을 들지 않은 선도부원들도 교무실 안에 가서 멀뚱멀뚱하기만 했다. 10시 40분까지 아무런 명령은 없었다.


  “뭐라도 해라고 해야지. 아무 명령도 안 떨어지고.”     

  교무실 안에 도착한 뒤에도 한동안 임무를 알려주지 않았다. 선도부 학생들과 이들을 이끈 체육선생님들 모두 마찬가지였다. 결국 떨어진 명령은 학생들을 딩가딩가 못하게 해라.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딩가딩가를 못 하게 해라. 우리 학교만이라도 딩가딩가가 없는 청정지역을 만드는 것이 이번 반란의 목적이란 것이었다. 

  학교 앞으로 몰려든 마을 어른들은 적대적이었다. 어른들은 다른 아이들을 위협하는 선도부원들을 막아섰다.      

  일이 벌어지기 전 교장 선생님의 방송이 있었다. 노딩가 초등학교의 교내 방송은 우가우가시 전체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우렁찼다. 교장 선생님의 깜짝 놀랄만할 담화를 듣고 우가우가시의 어른들은 노딩가 초등학교로 몰려들었다. 방학이 없어진다니, 44년전 비상개학의 공포를 잊지 않고 있던 어른들은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저는 비상 개학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노딩가 초등학교를 재건하고 지켜나갈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고 있는 망국의 원흉인 딩가딩가 세력들을 반드시 척결할 것입니다.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딩가딩가 세력을 척결하고 학교를 정상화하겠습니다. 딩가딩가에 찬동하는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노딩가 초등학교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 개학을 선포하는 바입니다.>     


  12월 3일 밤 10시 23분께 노딩가 초등학교 교장이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 개학을 선포했다. 7분 뒤인 10시 30분 교내 방송통제실에서 체육 선생님들을 모아 회의를 열었다. 딩딩뇨 당시 학생주임이 회의를 이끌었다.      

  교장 선생님에게 비상 개학을 건의한 딩딩뇨 학생주임 선생님은 그 자리에서 당뇨당뇨 선생님을 계엄사령관으로 추천했다. 당뇨당뇨 선생님은 한때 우간다 마라톤 국가대표로 한국까지 갔다 왔던 인물이었다. 지금은 뭘 먹었는지 뚱뚱해져 마라톤은 커녕 운동장 한바퀴 도는 것도 힘들어했다. 개학사령관으로 무슨 짓을 저질렀느냐는 질문에 당뇨당뇨 선생님은 지금도 개학 사령관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른다고 대답했다. 딩가딩가 초등학교 방송통제실에서 열린 체육 선생님 소집 회의 후 개학사령관은 자기라고 해서 알았지 그게 뭔지는 몰랐다고 했다. 6학년 체육 선생님이 임명에 위법 요소가 없는지 교칙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지만, 딩딩뇨 학생주임은 “이미 교칙을 법률적으로 검토 완료한 사안”이라며 당뇨당뇨 선생님에게 개학 개시의 권한을 넘겨주었다. 

  교장 선생님을 줄곧 비판해왔던 '우리모두 딩가딩가 방송' 진행자 6학년 딩가준 씨가 다음날 아침 방송에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날 새벽 0시 50분쯤 “우가우가시의 어퍼지면 코다을고세 이슬까 구역에 있는 방송시설 앞에도 20여 명의 선도부 학생들이 배치돼 있었다”며 6학년 학생들이 초등학교 건물 옥상에서 휴대폰으로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6학년 학생들은 “총을 든 선도부 학생들이 방송국 입구는 물론 옆 골목에도 있었고, 당시 새벽 긴급 방송을 위해 찾아왔던 6학년 학생들의 방송국 진입을 통제했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선포와 함께 체육 선생님들이 선도부 학생들을 방송국 앞으로 직접 보내 ‘딩가딩가는 힘이 세다 방송’ 등 언론을 통제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딩가준 씨 없이 방송을 함께 진행한 봉구봉구 기자는 새벽에 도착했을 때 선도부 학생들에게 항의하자 “명령이라 어쩔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언론계에 종사하는 사람이고 아무리 개학령이 내려졌지만 딩가딩가 잘하며 놀고 있는 초등학생들의 방학을 방해할 수는 없지 않으냐, 이렇게 따졌다고 한다. 하지만 현장에 배치됐던 선도부 학생들은 딩가딩가 같은 건 모르겠고, 체육 선생님의 명령이 내려온 이상 어쩔 수 없다, 여기는 출입부터 봉쇄하라고 명령받았다고 답했다. 


  새벽 1시쯤에 갑자기 상황이 급변했다. 봉구봉구 씨는 선도부 학생들이 어디선가 전화를 받더니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새벽 1시는 학생자치위원회에서 개학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직후였다. 학생자치위원회에서 개학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고도 며칠간 딩가준 씨 대신 진행을 맡은 봉구봉구 기자는 “선도부 체포조가 딩가준 씨 집으로 가 딩가준 씨가 모처에 은신한 상태"라고 전했다. 

  딩가준 씨의 전언이 있었다. “선도부 체포조와 꼬마들이 집으로 몰려와서 팬티 바람으로 빠져나왔고 지금은 모처에 있다. 어딘지는 알려줄 수 없다. 너도 못 믿으니까”라고 덧붙였다.      

  “개학이 그런 겁니다. 학생들이 집에서 갑자기 사라지고. 자기 집에서 마음대로 딩가딩가를 할 수 있는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누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교장 선생님 입장에선 사회 혼란을 일으키는 원흉이 딩가딩가입니다. 학생은 공부를 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선도부를 동원해 자유롭게 딩가딩가를 못하게 학생들을 구속하는 것, 그게 바로 개학이라는 것입니다.”      

  러시아, 일본 등은 주 우간다 대사관 공식 SNS를 통해 자국 교민들에게 우간다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전했다. 노딩가 초등학교 사건과 관련해 침착함을 유지하고 현지 상황에 맞추어 외국인도 당분간은 딩가딩가를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주요 국가들은 자국민 보호를 이유로 딩가딩가 주의보를 발령했다. 영국 외무부는 “현지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조언을 따르고 집안에서도 당분간은 딩가딩가를 자제하라”며 자국민에게 딩가딩가 경보를 가동했다. 미국 국무부는 개학령 해제 발표 이후에도 상황은 유동적이라고 판단하면서 “잠재적인 혼란을 예상해야 한다. 집 안방에서 시작한 딩가딩가도 상호 간 대립으로 변하고 엄청난 사태로 확대될 수 있다”라며 딩가딩가 진행 지역은 피하라고 경고했다. 일본대사관은 우간다에 거주하는 자국민들에게 “구체적 조치는 불확실하지만 향후 딩가딩가에 유의해달라”고 이메일 등을 통해 주의를 당부했다. 현재 전쟁 중인 이스라엘 역시 우간다가 위험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아무리 하고 싶어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딩가딩가를 하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볼 것을 권했다. 또한 우간다에 체류 중인 자국민에게는 상황이 명확해질 때까지 집이나 단기간 머무는 곳에서도 딩가딩가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개학군은 3일 자정 무렵부터 학생자치위원회 진입을 시도했다. 당시 투입된 개학군은 특별선도부 소속으로, 총 28여 명 규모였다. 기숙사에서 나무를 타고 이동한 개학군 23여 명은 화장실을 통해 학생자치위원회에 진입했고, 이와 별도로 다른 학교 선도부 5여 명이 추가로 담장을 넘어 경내에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선도부 학생보다 먼저 학생자치위원회 건물에 도착한 우가우가지역 어른들과 다른 학교 선생님들이 노딩가 초등학교 담벼락과 학생자치위원회 출입문을 봉쇄하며 개학군을 몸으로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개학군과 어른들 간의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이렇게 개학을 방해하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가만히 있지 않으면 어쩔 건데! 가만있지 않으면 어쩔 거냐고!”     


  노딩가 초등학교 옆에 살던 한 아주머니는 개학을 막으러 간 남편에 대해 인터넷 게시판에 이렇게 썼다. “이 야밤에 유치원생 아이 보기 부끄럽다고 교무실로 뛰쳐나간 남편이 다시 보였다!”

  “말로만 떠들지 말자!” 유치원 남자애의 흘러내리는 코를 닦으며 그 아주머니가 모두에게 외쳤다. 


  어른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한 딩딩뇨 학생주임은 당시 개학사령관이던 당뇨당뇨 선생님에게 마늘 폭탄과 고춧가루의 사용을 건의했다. 매운 음식을 못 먹는 어린 초등학생들에겐 치명적인 조치였다. 당뇨당뇨 개학사령관은 다른 체육 선생님들과 한국에서부터 자신을 수행한 다른 마라톤 선수를 포함해 총 4명과 이 문제를 논의했고, 결국 마늘 폭탄과 고춧가루는 사용하지 않는 쪽으로 정리했다. 4명이 논의한 뒤 교장 선생에게 전화해 마늘과 고추는 너무한 조치라고 건의했고, 술김에 고추와 마늘을 왕창 집어먹고 피똥을 싼 경험이 있는 교장 선생님도 이를 수용했다

  딩딩뇨 학생주임은 이날 학부모 운영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해 3일 밤 11시 30분께 당시 교장 선생이 전화를 걸어 “학생자치위원회 전체를 통제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개학 해제'를 요구할 수 있는 학생자치위원회의 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교칙과 개학법을 넘어선 위헌적 조치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교장 선생이 비상 개학을 선포한 뒤 4일 0시 27분 개학군이 학생자치위원회 본관 정문 진입을 시도하며 6학년 초등학생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개학 포고령은 첫 번째 항목에서 '지금부터 노딩가 초등학교의 학생자치위원회와 각종 클럽활동, 휴대전화 메신저의 접근과 단톡방을 활용한 결사, 모임, 뒷담화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규정했다. 

  오전 0시 38분 무장한 개학군 일부가 학생자치위원회 본관 진입을 시도하면서 의자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친 6학년 학생들과 대치했다. 개학이 실패한 가장 큰 요인은 특별 선도부원들 때문이었다. 특수전 훈련까지 받았다는 선도부원들이 느릿느릿 어슬렁어슬렁 창문도 겨우 엉금엉금 기어 올라갔다. 이 특별 선도부원들이 시간을 끌어주니 6학년이 주축으로 구성된 학생자치위원회나 학부모운영위원회까지 제때 가동한 것이다. 

  자신이 죽을 거라는 생각을 태어나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부 꼬마 선도부원들은 창문을 깨고 국회 본관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꼬마들이 본회의장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6학년 운영위원들이 소화기를 뿌리기도 했다. 우간다는 내전이 일어난 상황도 아니고 노딩가` 초등학교는 방학 중이었다. 

  당뇨당뇨 개학사령관에 따르면 3일 저녁에 교장 선생으로부터 두 번 전화가 왔었는데 20시 20분경 온 전화를 받지 못해서 20시 22분경 본인이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한두 시간 후에 중요하게 할 이야기가 있으니 전화기 잘 들고 대기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이에 대기 도중 밤 10시 53분경 비상 개학 발표가 나고 종료 후에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고 한다. 당뇨당뇨 선생이 전화를 받자 교장 선생님이 비상 개학 발표 봤지?"라고 말하며 "이번 기회에 딩가딩가 하는 놈들은 다 잡아들여서 싹 다 정리해. 체육선생들 모두에게도 처벌권을 줄 테니 우선 학생주임을 도와 지원해.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다 지원할 테니 무조건 도와"라고 했고 당뇨당뇨 선생님은 "알겠다"고 답했다. 누구를 정리할지 이름이 필요했다. 당뇨당뇨 선생님은 보안폰으로 명단을 불러달라고 했으나, 교장 선생은 그럴 시간이 없다며 일단 명단을 불렀다고 한 당뇨당뇨 선생님은 실토했다. 당뇨당뇨 선생이 기억하는 명단은 순서대로 학생회장, 부학생회장, 6학년 반장, 부반장들. 5학년부터 1학년까지 반장 부반장은 물론 반장이 뭐 하는지도 제대로 모르는 유치원 반장 부반장의 이름까지 쓰여 있었다. 그리고 학생회장을 뽑을 때 투표용지를 연 선거관리위원의 이름이 빨간색으로 쓰여 있었다.

  유치원 애들 이름까지 외치는 교장 선생의 말을 들은 당뇨당뇨 선생님은 글자 그대로 ‘이 교장 술 먹었나?’라고 생각하고 그다음부터는 메모하지 않았다고 한다. "제일 마지막으로 정리해야 할 사람이 노래방 주인인지 술집 주인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디 주인 한 명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1차 검거, 2차 검거 대상을 순차적으로 검거할 예정이며 화장실에 있는 구금시설에 구금해 조사해, 라고 교장 선생이 명령했고 알았다고 한 후 통화가 종료됐다. 당뇨당뇨 선생은 술 먹은 사람이 아무렇게나 지껄이는 말이라고 생각하며 전화를 끊었다.


  12월 5일 16시 경에 교장 선생으로부터 당뇨당뇨 선생을 즉시 경질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당뇨당뇨 선생은 어쩔 수 없이 인사 담당 선생에게 퇴직서를 제출했다.

  12월 6일 10시경 당뇨당뇨 선생의 이임식을 마쳤는데 교장 선생이 다시 불러서 사직서를 반려하고 예전과 같이 근무했으면 한다고 한다는 뜻을 전했다. 

  “최근에 당뇨당뇨 선생이 정치적 독립성 관련해서 적절치 않은 말을 제게 한 바 있는데 그런 것도 고려해 봤을 때 지금과 같이 엄중한 시국에서 체육실은 철저하게 본연의 업무를 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제가 판단하기에 당뇨당뇨 선생을 교체하는 것이 제 판단으로서 좋겠다고 건의했다”고 인사담당 선생은 말했다. 


  학생자치위원회 위원들의 단체 채팅방에는 “출입 가능한 문이 어디입니까”, “도서관 뒤는 출입이 되느냐” 등의 물음이 쏟아졌다. 한 학생 위원은 “학생자치위원회실로 들어가려다가 2학년 꼬마들에게 봉변을 당했다”고 했고, 또 다른 학생자치위원은 “자치위원회실로 들어갈 수 없어 우리 반 교실로 왔다”며, “선도부 학생들이 무슨 목적인지 모르겠는데 학생들을 딴 데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 6학년 학생은 “내가 이런 꼴을 보다니 학교를 너무 오래 다닌 모양이다. 내 생애에 방학이 갑자기 취소되는 일을 직접 겪어 보다니”라며 “개학군이 학생자치위원회를 막아서는 모습을 보다니 이게 무슨 일이냐. 현장에 투입된 꼬마들은 또 무슨 죄냐”며 분개했다. 

  “불법 개학인데 비상 개학하에 학생자치회의도 못 연다니, 이건 내란죄다, 빨리 열어라. 너네 지금 표결하면 내란죄다. 사진 찍어 다 찍어! 선도부 얘네들 다 잡아가세요.”라며 어른들에게 호소했다. 

  “비상 개학에 동원된 선도부 학생들 중 일부도 이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 상황이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선도부 A군 : 우리는 전부 다 등신이었어. 막 욕만 먹고…

선도부 B양 : 막 뺨 맞고, 막 밀리고 '왜 왔냐' 그러고…     

  3학년 학생들은 말했다. ”선도부 형 누나들이 너무 스위트하시더라. 밀면 밀리고, 소화기 뿌리면 도망가고. 웃기면서도 좀 슬펐쩌요.“ 그러면서 3학년 학생들은 덧붙였다. “1학년 꼬마들도 제대로 장악 못 했으면서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예?”

  학생회장은 학생자치위원회 학교 뒷담을 넘어 교내로 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전거를 타고 긴급하게 이동하던 부회장은 학교에 도착하자 선도부 학생들이 통제 중인 학교 정문 대신 담장을 넘어 교내로 진입했다. 유치원 애들도 담을 넘어 학교로 들어갔다. 

  “개학군이 담을 안 막겠냐?” 

  “몰라 병신들. 82살 먹은 학교 경비아저씨도 들어가셨던데.” 


  교장 선생님의 기습 비상 개학 선포에 학생자치위원회는 4일 오전 본회의를 열어 비상개학에 대한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재석 학생자치위원 19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으며 학생회장은 “개학 해제 결의안 가결에 따라 개학령 선포는 무효”라고 선포했다.

  교장 선생님은 학생자치위원회의 개학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오전 1시 넘어서 딩딩뇨 학생주임과 함께 '개학사령부 상황실'이 설치된 교무 주임실을 방문했다. 당시 교무 주임실에 있었던 당뇨당뇨 체육선생은 “교장 선생님이 교무 주임실의 별도 룸방으로 가셨다”고 말했다. 당뇨당뇨 선생은 그 방에 따라가지 않았다. 그 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진 바는 없다. 딩딩뇨 교무주임은 방에 교장 선생님과 같이 들어갔다면서도 “교장 선생님이나 다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선생님들은 “왜 안돼! 왜 못해!” 같은 괴성이 들렸다고 전한다. 

  인간이 과잉 각성 상태에 들어가게 되면 24시간 긴장하게 된다. 이 긴장 상태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신경계에서 아드레날린, 즉 에피네프린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가 일어나는 현상이 발견된다. 교감신경계의 활성화로 몸이 자동차의 액셀러레이터를 계속 밟고 있는 상태와 비슷하게 된다. 멈추고 싶어도 멈추려고 해도, 누가 막아서도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과잉 각성은 혼자서는 극복할 수 없다. 외부에서 가해지는 브레이크가 필요한 것이다. 즉,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비상 개학은 내전이나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의 비상사태가 발생해 학교 밖이 극도로 교란되어 학교 밖으로 나가는 것이 곤란할 때 교장 선생이 선포한다. 선포와 동시에 개학 사령관은 교내의 모든 행정 사무와 체벌 사무를 맡아서 관리한다. 노딩가 초등학교 건립 이후 비상 개학이 선포된 건 같은 부족 간 내전이 발생한 1980년 5월 17일 이후 44년 만이다.

  교장 선생님은 4일 오전 4시 27분쯤 학교 중앙에 있는 교장선생 관사에서 잠옷 차림으로 긴급 연설을 통해 개학 해제와 개학군의 철수를 밝혔다. 긴급 연설도 다른 교장 연설처럼 더럽게 길었다. 전날 밤 비상 개학을 선포한 지 약 6시간 만이었다. 교장선생은 혼자였다. 

  학생회장이 계엄령 해제 요구 결의를 가결한 후 학생자치위원회 곳곳에서는 “표결됐습니다” “못 들어와요”라며 개학군을 밀어내는 모습이 보였다. 개학군이 물러서자 학생회 관계자와 유치원 꼬마들은 박수를 치며 “고생하셨습니다” “이겼다, 와!”라고 외쳤다. 학생회의 개학 해제 요구안이 의결된 후 오전 1시 14분 학생회 본관에 진입했던 선도부 개학군들은 전원 학교 밖으로 철수했다. 

  교장 선생님은 4일 오전 4시 57분께 학교 중앙에 있는 교장실에서 교내 방송를 통해 공식적으로 비상 개학 선포를 해제했다. 개학 선포 6시간 만이었고 그때도 교장선생은 철저하게 혼자였다. 교장 선생을 졸졸 따라다니던 꼬마들은 풀죽음이나 하소연 같은 말들을 지껄이며 까불어댔다. 

  풀죽음은 일어로는 ひるみ라하고 영어로는 Flinch라 한다. 이 용어는 포켓몬의 상태변화 중 하나로, 풀죽은 턴에는 아무리 힘센 포켓몬도 행동할 수 없게 된다. 풀죽음 상태는 그 턴에만 효과가 있으므로 선제공격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 잠듦 상태나 얼음 상태일 경우 풀죽음에 당하지 않지만 왕의징표석의 효과로 상대 포켓몬을 풀죽게 만들 수 있다.

  하소연은 억울한 일이나 잘못된 일, 딱한 사정 따위를 말하는 행위를 뜻한다. 하소연을 유튜브에 쳐보면 태어난 것조차 후회해본 적 있나요? 그렇다면 내 맘 혹시 알까요 사랑한단 말도 한번 못해본 나를 다 알아줄 거라 믿었죠. 꼭 이뤄질 수 있다고 하지만 그댄 나의 마음을 끝내 영영 모를 거 같네요. 그렇게 내가 맘에 안 차요? 그렇게 내가 모자란가요? 좋은 친구에서 더는 헛된 욕심일까요? 얼마나 더 기다릴까요? 언제가 그대 한 번쯤은 나 같은 사람에 기댈 곳이 필요할 때 그때 나라도 곁에 있을까요? 그래야 할까요? 라는 가사가 흘러나온다.

  통제실을 지키던 딩딩뇨 학생주임은 상황이 종료되자 체육 선생님들에게 "중과부적(衆寡不敵)이었다. 수고했고 안전하게 복귀하라"고 발언했다고 당뇨당뇨 선생님은 전했다.

  중과부적은 무리가 적으면 대적할 수 없다는 뜻이다. 개학군의 학생자치위원회 진입 작전이 어른들과 6학년 학생들의 반발에 막혀 실패한 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상황은 이랬다. 학생자치위원회에서 개학령 해제 안건이 가결된 후 집으로 복귀하는 선도부 학생들을 어른들이 막아섰다. 부대로 복귀하는 선도부 학생들을 붙잡은 어른들은 선도부 아이들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쏘려고 했냐! 임마! 진짜 꼬마들까지 쏘려고 했냐!”     

  “쫓아오는 6학년 학생들에게 한 번, 두 번, 세 번 거듭 절을 하며 '죄송합니다'라고 했어요. 총을 든 선도부 학생들이 도망가면서 거듭 죄송하다고 했어요. 한눈에 봐도 동글동글해 너무나 귀엽게 생긴 그 개학군 학생. 안경 너머 비치는 맑은 눈동자에 그만 저는 모든 분노가 사라지며 눈물이 났어요. 사실 5학년이건 6학년이건 우리는 모두 같은 초등학생이잖아요.”     

  지팡이를 짚고 상황을 지켜보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모두를 걱정했다. 선도부 학생들도 6학년 학생들도, 노딩가 초등학교에 몰려든 어른들도 44년 전 내전 당시 미래를 잃어버린 소년병들처럼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것은 갑자기 우간다를 몰아친 딩가딩가 탓이었다. 사람들은 급속히 퍼지는 집단 댄스 열풍을 딩가딩가병이라고 불렀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사람들은 어깨를 들썩이며 몸을 흔들어 재꼈다. '딩가딩가'는 '춤추는 것처럼 둠칫둠칫 몸을 흔들다'라는 뜻을 가진 우간다 현지어다. 처음에는 딩가딩가가 10대 소녀 등 여성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만 전해졌다. 하지만 10대 소녀들을 본 꼬마들이 같이 몸을 흔들어댔고 춤추는 꼬마들을 귀여워한 이삼십 대 여성들도 동참했다. 여성들은 엉덩이 주위에 지푸라기 같은 것을 두르고 엉덩이를 맷돌 돌리듯 흔들어댔다. 엉덩이를 요염하게 흔드는 이삼십 대 여성들에 홀린 남성들도 곧장 무리에 끼어들었다. 돈이 있는 어른들은 음료수에다 밥까지 사전 결제를 하며 춤판에 동참했다. “딩가, 딩가, 우간다!” 최신 유행하는 U팝 노래에 응원봉을 흔드는 사람들까지 등장했다. 외신들도 이 딩가딩가병을 취재하려고 우간다로 몰려들었다. 

  프랑스 AFP통신은 “노딩가 초등학교의 교장 선생님이 공부는 안 하고 춤만 추는 학생자치위원회에 개학군을 투입해 학생자치위원들을 체포하려했다. ‘딩가의 지배’를 중단시키려 한 이후 노딩가 초등학교 운동장부터 화장실에 이르기까지 시위가 일어났다”며 “U팝과 함께 참가자들이 즐겁게 뛰어다니고, 형형색색의 응원봉과 LED 촛불을 흔드는 등 일부 시위는 거대한 댄스파티를 연상케 했다”고 전했다.

  6일 열린 한 집회에서는 우간다 걸그룹 이시파의 ‘위플래시’가 울리는 가운데 어른들까지 음악에 맞춰 뛰면서 “딩가, 딩가, 우간다!” “딩가, 딩가 우간다!”를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포켓 몬스터 연맹’, ‘혼자 추는 사람들’, ‘아기 정수리 냄새 연구회’, ‘벼 심기 클럽’, ‘잠들지 못하는 춤꾼들’ ‘논문 쓰다가 흔들러 나온 사람들’ 등 기발하고 유머러스한 깃발을 들고 즐긴다고 소개했다.

  AP통신의 인터뷰 요청에 노딩가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은 이렇게 씩씩거렸다. 

  “우리 우간다는 국토의 4분의1이 호수일 정도로 물도 풍부하고, 태양과 토지도 비옥합니다. 하지만 먹을 게 없어요. 농경지 관개 비율이 0.2%밖에 안 된다고요! 이렇게 일을 안 하는데 지금 딩가딩가니 하는 소리나 딩가, 아 시팔! 나도 딩가가 튀어나오네! 딩가나 한가하게 하고 있을 때인가요? 저는 노딩가 초등학교의 제1호 세일즈맨이 될 겁니다. 투자를 이끌어와서 세계 제일의 초등학교를 만들거라고요!”

  씩씩거리는 교장 선생님 옆에서 교장이 버린 쓰레기를 청소하던 청소부 아줌마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세일즈든 뭐든 학교 팔아먹을 생각 말고 자기 일이나 하지. 우간다는 선생이든 대통령이든 군인이든 자기 할 일만 잘하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자기 할 일은 안하고 남이 하는 일만 신경 쓰고 자기 것도 아닌 걸 팔아먹으려고 하니까 다들 먹을 게 없지.”      

  꼬마들은 꼬마들 나름대로 시위에서 어른들이 외친 말을 계속해서 반복해 외쳤다.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듯이 어른들의 말을 따라 하며 자신들이 이번 사건을 통해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에 의기양양해졌다.      

  “안타깝지만 이번에 학생자치위원회에 진입한 개학군 학생들이나 선생들 모두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모두 사형시켜야 합니다! 사형시키고 대신 학교에서 국유지 양지바른 곳에 무덤을 마련해서 불쌍한 영혼들을 쉴 수 있게 해줍시다! 그렇게 해야만 다시는 교장 선생 같은 독재자들의 하수인 노릇을 못 할 것입니다! 프랑스는 나치독일에 협력한 사람들 1만 명을 사형시키고 민주주의 지도국으로 부상했습니다! 우리 우간다도 할 수 있어요! 우리 국민은 위대한 민족입니다! 민족 반만년 역사상 반란에 참여한 군인들은 본인 가족, 친가, 처가 3족을 모두 멸해왔기에 나라가 유지되었던 것입니다! 다시는 친구들에게 총부리 겨누는 짓! 본인은 물론 남의 부모 자식 다 죽이는 미련한 짓 못 하게 일벌백계해야 합니다! 일벌백계!”     

  꼬마들이 일벌백계! 일벌백계! 하고 마치 주문을 외우듯 외치는 가운데 AFP 뉴스는 다음과 같은 기자의 말로 끝을 맺었다.      

  “44년 전 그때도 우간다의 상황은 지금과 같았습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가해자는 따로 있고 평범한 학생들이든 개학군 학생들이든 학생들만 모두 서로 죽고 죽이는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딩딩뇨 학생주임은 이날 교장 선생님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교장 선생님은 5일 오전 학생주임 선생님의 면직안을 재가했다. 교장 선생님은 방학 중에도 월급을 받았고 공짜로 제공되는 숙소에서 마음에 맞는 친구들을 불러 학생들이 담근 술을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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