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門
시린 두 손에 입김을 호호 불어 잔뜩 움츠려 있던 자신을 녹인다. 내가 뒤를 돌아보면 길 잃은 눈동자를 겨우 한 곳으로 꽉 붙들어 눈 맞춤만 할 뿐 옆에 다가오지도 앞에 서지도 않는 그런 열아홉 순박하기 그지없던 K, 그는 고1 때 첫 미팅에서 알게 된 오빠다. 어느 날 집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K의 일방적인 갈구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 있는 내게 퍼졌다.
‘희희야, 나 ㅇㅇ대학교에 가.‘
’오빠랑 같은 학교에 다니자.‘
’서울로 꼭 와.. 기다릴게!’
‘진짜 기다릴 수 있어?’
‘3수.. 5수…………….…‘
이제는 자녀의 독립 걱정을, 자신의 노후 걱정을 안주 삼아 소주 한 잔 홀라당 털어 마시며 오십을 바라보는 나날을 보내고 있으려나.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