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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죽지않는개복치 Nov 25. 2023

글을 잘 쓰는 방법

퇴고

"계속 고쳐보세요."

어느 세계적인 작가의 비법은 글을 써놓고 또 고치고 고치고 하신단다. 


중요한 것은 뜯어고친다는 행위 그 자체입니다. 작가가 '이곳을 좀 더 잘 고쳐보자'라고 결심하고 책상 앞에 앉아 문장을 손질한다,라는 것 자체가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어떻게 수정하느냐'라는 방향성 따위는 오히려 이차적인 문제인지도 모릅니다. - 무라카미 하루키-


저 글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책에 나오는 퇴고 이야기다. 아. 내 글에 하루키 이야기가 잘 나오는데 하루키 소설은 안 읽은 지 몇 년이 됐다. 휴일에 내가 밥 묵으러 잘 가는 복지관 아래 작은 노인 도서관이 있는데 거기에는 신기하게도 하루키 에세이 책들이 좀 있다. 밥 묵기 전에 들려 간단한 걸 읽는다. 하루키작가님 에세이 읽고 기억나는 게 또 있다. 하루키가 오사이 다자무를 디스 한 글이다. 하하. 자기와는 결이 다르다고 디스 해놓은 글을 보며 웃겼다. 자해 자살시도하는 우리 쪽 애들은 오사이 다자무 인간실격을 종교 수준으로 좋아하는데? 아마 오사이 다자무가 이 현상을 알면 놀라 자빠질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지금 지옥을 겪고 있습니다. 선생님. 


하루키는 취미로 마라톤 뛰는 사람이니 다르겠지만 글이 안 써지면 외국 글을 번역한다는데 하루키가 오래전부터 신봉하는 작가 자체가 미국작가다. 좋아하는 음악도 외국 것들이고 머리 자체가 외국 사람인데 글쓰기에 대해선 지독히도 일본적인 사람 같다.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일본 작가가 하루키와 연애소설 많이 쓰는 일본 여류작가다. 오! 신기하네. 여류작가란 말이 자동으로 나와서 썼다. 내가 써놓고도 지금 검색해 봤다. 여성작가도 아니고 여류작가라니. 어느 고려짝 시대 말이지. 아니 고려짝은 또 뭐야. 할머니 단어 같아. 이게 왜 또 나온 거야. 요즘 브런치 글 쓰면서 깜짝깜짝 놀란다. 손이 자동으로 이상한 단어를 써대는데 그게 의도하지 않고 튀어나온다. 아 글을 써대는 걸 계속 밥 먹듯 한 달 넘게 하고 있으니까 아주 어릴 때 읽었던 책 단어들이 내 머리통 깊은 곳에 저장되었다가 무심코 튀어나오는 것 같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고치려 하니 문제가 생겼다. 딱 한 줄이 걸렸다. 글 쓸 때 좀 특이한 고집이 있는데 내 글에 예시로 나온 사람들의 말은 원본 책을 확인하고 쓴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바로 나오지만 그냥 습관이다. 이걸 왜 하냐면 문장 몇 줄이 아니라 전체적인 맥락에서 내가 다른 사람의 글을 베끼지는 않았나 확인하고 비슷한 글이 있으면 출처를 표기하며 검증 작업을 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내가 쓴 한 줄은 장 보드리야르의 소비의 사회에 나온 글인데 그 책이 내게 없다. 킨들도 기간이 끝났고 해서 동네 주변 도서관 약 7개를 검색해 보니 딱 1권 있었다. 요즘은 도서관도 패스트 옷처럼 그냥 유행하는 책을 가져다 놓는다. 저런 책은 꼭 읽게 놓아야 하는데 책 1권은 이미 나갔고 거기에 예약자가 1명 또 있다. 대여가 안 되는 것이다. 그럼 어디로 가야 하나. 

 

초 겨울 햇볕이 화사한 이 주말 아침에 그걸 고민 중이다. 누가 읽지도 않는 한 달 전이지만 다시 고치기 위해 앉아있다. 어젯밤 12시까지 고치다가 잤다. 그런데 매번 고칠 때마다 놀라지만 한 달 전에 써놓은 글을 처음  읽을 때 놀랐다. 그때는 내가 아닌 게 분명해. 술에 취해 쓴 게 분명해. 


그만 지루한 글쓰기를 관두고 밖으로 나가라고 도파민 신호를 보낸다. 나가야겠다. 긴 글을 고생스럽게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오늘도 예술의 혼을 불태우며 작가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성실히 걸어가시는 아티스트 분들에게 파이팅 응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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