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책
여행지에서 서점에 갔을 때이다. 높은 백화점 옆 서점에 들어가서 내가 느낀 건 황당하고 낯선 마음이었다. 서점은 고급진 갈색나무로 윤기가 흘렀고 신간 책들은 반짝거리며 빛이 났다. 세련되고 쿨한 책들을 집어든 순간 내 존재가 갑자기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는 내 자리가 아닌 것만 같아. 나를 위한 세상이 아닌 것 같아. 괜히 창가 쪽으로 가서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내 편이 하나도 없고 나 혼자인 것만 같을 때가 있다. 오늘은 2번 째로 '세상에 내편이 없다 느낄 때' 란 책을 여기서 만들었다. 이번 책을 만들며 그 심정을 알아주는 내 편이 여기 있다고 그것만은 말해주고 싶었다. 나를 위한 세상이 아닌 것 같아 초라하게 느껴질 때 여기서는 맘 놓고 우울해도 되고 맘 놓고 쿨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다. 여기에도 세상에 나 혼자처럼 느끼는 사람 또 있다고 말이다.
오늘은 쉬는 날이라 낮에 밖에 나가 밥을 먹었다. 노란 은행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거리를 걷다가 카페에 가서는 달콤한 카페모카를 마셨다. 나와서는 걸어 다니다가 울긋불긋 물든 가을 낙엽을 하나 주어서 가지고 다니다가 담장 위 살며시 올려놨다. 이제 생명이 다해 떨어진 낙엽 하나가 사람에게 이렇게 큰 설렘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