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영을 하며 2

군대 간 30살의 일기

by SnowStep





흑빛 안개의 숲


안개가 핀다.

초록 광장 하늘 위로
검붉은 구름이 흘러가는
여느 때의 날,

바다에 빠져 시야는 온통
검정, 초록, 탁한 흑빛의 장소

스며들다 마침내 멀리
흐려진 시야로 관망하면

끝내 시간은 느리게 멈추고
보이는 건 여전히 온통
검정과 초록과 뿌연 안개의 숲




30살에 입대를 한 당일,
신병교육대대 입구에서 있어야 할 이별의 시간,
부모님과의 인사는 제대로 오가지 못했다.

12시 반, 입영시간인 2시보다 1시간 반이나 일찍 도착했건만,
아버지는 내게 빨리 군대에 가길 바랐는지
해맑게 웃으며 어서 들어가라고 말했다.
주차장 앞에서 조교는 차를 바로 빼야 한다고 했고,
나는 아주 짧은 시간동안 할 말을 골랐다.


이 책, 제가 쓴 거예요. 다녀올게요.


그때의 나는 어떤 표정을 지었던지.
기억나지 않는다.

어머니는 내게 몇 초간 포옹을 하고는
바로 옆 조교에게 책 자랑을 하다가 차를 몰아 나갔다.

내 책을 읽으면 또 얼마나 우시려나.
무심하게 생각했고, 손이 잠시 떨렸다.


생각하지 말자.
이제, 아무 생각도 하지 말자.


속으로 되뇌며 하라는 대로 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강당 안, 준비된 의자자에 앉기 전, 중대장이 말을 걸었다.

항우울제와 수면제를 복용한다는 걸 알고서,
6개월 정도 더 입영연기 신청을 할 수 있다고.

지금 내 상태로 군대에 들어가도 괜찮은 걸까.
잠시 머리에 안개가 피었으나,
내 입은 이미 열려있었다.

“괜찮습니다.”

뭐가 괜찮다는 건지.
참, 답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나는 반년을 더 허비할 생각이 없었다.

지금 나이 서른.
군대를 다녀오면 서른둘.
그리고, 반년동안 정신과에 갈 시간과
이에 대해 부모님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초라한 나.

이미 내 인생의 일부를 적은 에세이가 어머니의 손에 갔다.
나는 모든 것을 끊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나 홀로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었다.
모든 것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훈련기간이 끝날 때까지 나갈 수 없다는 말로
잠시간 대화를 나누다가 다시 나는 의자에 앉았다.

약을 복용했으면 괜찮아져야 하는데.
나는 하얀색이었고, 주변은 초록색이고,
불투명한 색색들에 감싸인 채로
조용히 정면을 바라봤다.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없었다.
내 얼굴도, 내 마음도, 나의 모든 것들을.

동시에 나는 여전히 꿈조각을 손에 꼭 쥐고 있었다.
1년 반의 시간, 다이어트를 하고, 운동을 하고,
피부를 좋게 만들고, 책을 읽자면서.

그게 나다.
참, 거지 같게도 이게 나다.

절망 속의 절망 그 밑에서도
무의식에서는 언제나 긍정을, 희망을 본다.


별사탕을 먹어도 달지 않고,
심해에 빠져도 하늘을 본다.

언제가 되면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지금은 알 수 없다. 나중에는 알게 되겠지.




나로 사랑받고 싶어졌다.
어쩌면 진짜가 아름답지 못하더라도

그러니 잠깐 나 좀 봐.
그 온기에 볼일이 있어.

아름답지 못한 것도 너야.
적당히 못된 것도 너야.
그 가면 뒤에 있는 게 너야.

진짜로 대면해.
연극은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잖아.


장혜현 에세이 - '어른이 되긴 싫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