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해바다 위 4시간째
평소에는 포항에서 3시간 30분이면 도착한다는 울릉도였지 만, 4시간이 지나도 깜깜무소식이었다.
3시간 30분도 절대 짧은 시간이 아니지만, 4시간 30분이면 한국에서 필리핀도 비행기로 간다고요!!
혹시 이 배가 일본으로 가고 있나?
이런 생각까지 들 때쯤 곧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멀미하던 사람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나둘 짐 챙기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들을? 지금 나는 화장실 안에서 듣고 있다.
그렇다. 나는 몇 시간을 변기 옆에 누워서 멀미에 지쳐 거의 기절한 채로 도착하고야 말았다.
내가 들어갔던 칸은, 나중엔 아무도 똑똑 두드리지도 않았다. 아마 이 배에서 멀미 제일 심한(+눈빛이 좀 게슴츠레한 게 이상한) 사람이 들어가 있으니 방해하지 말자고 소문이 났는 듯.
"힘드시겠지만 이제는 내리셔야 합니다."
선박 승무원께서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가와서 말했다. 사람들이 모두 내렸지만 나는 배 멀미의 여파에 여전히 쓰러 져있었기 때문이다.
열린 문 틈을 보니 다행히 일본은 아니고 울릉도가 맞는 것 같았다. 휴우~
내 짐을 찾기는 너무나도 수월했다.
짐 칸에 내 짐 하나 달랑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하하. 늦게 내리니 이런 장점은 있네. 굿.
내리니 울릉도의 촛대바위가 보였다.
(밝을 때 보면 이런 모습 ⬇️)
기진맥진한 채로 짐보따리를 이고 지고 걸어가는데, 어떤 여자분이 나를 지나쳐 다급하게 배로 뛰어갔다.
"잠시만요! 아직 문 닫지 마세요! 우리 직원 한 명이 아직 배에 있어요!!"
??????
오잉. 나 말하는 거 같은데?
내가 제일 늦게 내렸다 보니 다들 나를 기다리고 계셨나 보다. 나는 얼른 몸을 뒤로 돌렸다.
"앗! 저... 제가 이번에 발령받은 신입직원 알인데 혹시 저를 찾으시는 게 맞나요?"
내 목소리에 돌아본 여자분 역시 일단 뜨악하는 표정이셨다. 배에서부터 사람들이 내 모습만 보면 놀라고 있다;; 정작 나만 아직 거울을 못 봐서 내 꼬락서니를 모른다는 사실.
"아이고, 맞아요. 보니까 배에서 고생 많았나 보네요. (최대한 순화해서 하신 말씀) 얼른 따라오세요."
여전히 비몽사몽 한 상태로 따라가니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대형으로 서있었다. 뭐지?
알고 보니 울릉도는 섬 특성상, 외부에서 직원들이 배를 타고 입도하면 다 같이 마중 나가서 맞이하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육지에선 업무 외 시간에 이렇게 하자고 하면 직원들이 난리 가 날 텐데. 신기했다.
(그나저나 '육지'라는 단어가 내 입에 딱 붙네. 도착하자마자 울릉도 사람이 다 된 걸까.)
얼떨결에 인사를 드리고 단체 사진을 찍고 다 같이 저녁을 먹었다. 나는 당최 지금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그냥 따라다닌 다.
당시 그 자리에 있던 직원으로부터 몇 달 뒤에 들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내 산발 머리와 허옇게 질린 얼굴을 보고 적잖게
충격을 충격받았다고 한다.
사람 눈이 그렇게 풀려있는 건 처음 봤다고...ㅋㅋㅋ
그렇게 12월의 무시무시한 울릉도 입도기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파도 신고식 아주 잘~겪었습니다.
이렇게 나처럼 겨울에 울릉도에 간다면 꼭 챙겨가야 할 겨울 필수템이 있다.
내 캐리어에 뭘 챙겨갔을까?
코너 속의 코너! 왓츠 인 마이백! 두둥.
1. 방한 장화
울릉도에는 겨울에 눈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이 오고, 그늘이 많아서 잘 녹질 않는다.
이게 울릉도 겨울 골목이다. 이런 곳을 운동화로 걷는다면? 양말이 폭삭 다 젖는다.
'눈 안 밟을 건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
울릉군에서 제설작업을 하지만, 하고 나면 눈이 오고, 하고 나면 또 눈이 와서 겨울에는 눈을 피할 수가 없음.
2. 아이젠
신발에 감는 체인.
겨울에 등산 갈 때 주로 사용하는데, 울릉도는 평지가 거의 없고 동네도 등산 코스이다.
그러므로 아이젠 없이는 하루에 몇 번씩 꽈당할 것이다.
◇오늘의 울릉도 정보◇
✔️차를 배에 싣고 올 수 있지만 겨울에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꼭 한 겨울에 운전을 해야 한다면, 차바퀴에 스노우 체인을 장착하시길 바라요.
제설작업을 한 울릉 중심가인데도 눈이 오면 이 정도입니다.
이후 내용은 브런치 북으로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연재 브런치북] 울릉도에서 직장다니고 여행도합니다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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