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은 분주했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 여유는 없었지만, 그들의 들뜬 얼굴에는 휴일의 즐거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렇게 오가는 사람들 속 내가 잠시 쉴 생각으로 앉았던 벤치는 마침 초콜릿 가게 앞에 있었다. 유리 진열장 안에는 반짝이는 조명 아래에 프랄린 초콜릿들이 가득했다. 나는 피로도 잊은 채 진열된 초콜릿들의 앙증맞은 모양과 화려한 색상을 쫓고 있었다. 헤이즐넛, 피스타치오, 솔트 캐러멜, 커피 크림, 퓨어, 밀크 등등. 내가 익히 알고 있는 맛들을 눈으로 즐기고 있자니, 윌리 웡카의 초콜릿이라도 먹은 듯 몸이 붕 떠오르는 기분마저 들었다.
그렇게 내가 초콜릿을 눈으로 야금야금 먹는 사이, 내 옆 벤치에 남자 셋이 유모차와 함께 다가왔다. 유모차를 직접 밀고 온 젊은 남자는 아이의 아빠인 듯했고, 희끗한 머리와 주름진 얼굴의 다른 두 남자는 한눈에 보기에도 얼굴이 닮아 있었다. 나이가 지긋한 남자 둘은 형제인 것 같았고, 아이 아빠가 그중 한 사람의 아들이리라 혼자 추측해 보며, 옆에서 느껴지는 그들의 움직임을 흥미롭게 즐기고 있었다.
다시 초콜릿으로 관심을 옮겨가려는데, 익숙한 듯 정겨운 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살짝 돌려 옆을 보니, 젊은 남자가 이유식 케이스와 스푼을 들고 유모차의 아이에게 이유식을 먹이고 있었다. 아이 아빠가 한 스푼을 떠서 아~ 하며 아이의 입에 넣어주려는데, 그 옆의 남자들도 함께 아~ 하며 입을 벌린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남자가 아~ 하며 입을 벌리는 순간, 나도 모르게 따라서 아~ 하고 있었다.
아이가 이유식을 받아먹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 하는 순간,
아~ 아~ 그리고 나까지 아~, 이유식 합창을 하고 있다.
아이가 있는 젊은 아빠지만 두 나이 든 남자에겐 어린 남자도,
주름진 얼굴에 푸근한 미소를 잔뜩 담고 있는 남자도,
은빛 머리가 환하게 빛나는 또 다른 남자도,
서로 음을 맞춰 아~ 아~ 아~ 한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 음을 맞춰,
아이를 아끼는 마음에 리듬을 맞춰,
마음과 마음을 맞춰 아~ 아~ 아~ 이유식 합창을 한다.
그 옆에 외딴섬으로 떠서 아~ 하는 나 같은 타인도,
그 마음에 맞춰 이유식 합창을 함께 한다.
아이가 조그만 입으로 음식을 받아먹을 때 느껴지는 행복감을 알기에,
이유식 합창단은 그 조그만 입에 음식이 들어갈 때까지,
아~ 아~ 아~, 아~ 하며 이유식 합창을 한다.
그렇게 몇 번을 아이가 입을 벌려 음식을 받아먹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 남자들을 따라 아~ 하던 나는, 세 번째 아~ 를 따라 하다 순간 느껴진 민망함에 살며시 손으로 입을 가리며 딴청을 했다. 아이의 이유식이 비워질 동안, 세 남자는 내 옆에서 아~ 아~ 아~ 이유식 합창을 했다. 이유식이 다 비워졌을 때, 남자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서로에게 지어 보이며 자리를 떠났다. 눈으로는 초콜릿을 즐기고, 귀로는 그들의 이유식 합창을 즐기던 나도, 이내 한결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