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옆에 사는 감정의 효과

연인도 결국 친구이기에

by 늘여름

연인(延引)은 잡아끌어 늘이는 친구 사이라고 합니다.

저와 J라는 인간관계에는 사랑만 존재하지는 않은 듯합니다.

단지 자주 만나는 것보다 약속을 잡아두고 각자의 시간에서 살며 그 순간이 오기까지를 기대하는 마음을 아낌없이 쓰고 있습니다.


J의 취향에 맞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다음에 꼭 같이 가보려고 기억해 두고, 책과 영상으로 만난 감동을 주었던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그 여운을 나누고 싶어 합니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나면 J는 어떤 일화 속에서 무슨 감정을 겪었을지 궁금해집니다.


처음 해보는 시도에 제가 움츠려 들거든 J는 말 한마디의 힘으로 뒤도 없이 밀어줍니다. 울음이 터져서야 끝날 슬픔이 저를 뒤덮으면 너무 춥지 않게 동굴에 불을 밝혀옵니다.

사랑 주변에는 수많은 감정이 숨 쉬고 있습니다.




앵무새처럼 쉐도잉하는 효과

가까워지고 싶어서 상대방의 자주 쓰는 언어 습관을 따라 합니다. 닮아가고 싶어서 상대방의 좋아 보이는 태도나 취미를 제 방식대로 변형해서 가지고 오기도 합니다.


함께하는 시간을 더해갈수록 서로의 작은 제스처나 말 한마디로부터 평온과 위로를 얻곤 합니다.

그렇게 설렘이 요동치던 초면과는 다르게 J의 존재감 자체만으로도 마음속 깊이 큰 고요가 찾아옵니다.


예를 들어, 내일의 출근을 준비하기 위해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다는 유선상 걱정에 투정 섞인 "싫어!"라는 말조차도 활짝 웃으며 좋아하는 모습이 반복됩니다. 때론 어른스럽지 못한 순간에도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코엑스에서 만나기로 주말약속을 잡고 네이버지도에 스타벅스 지점의 위치 표시 오류로 30분 넘게 엇갈린 날도 있었습니다. 서로 배려하지 않았다면 각종 볼거리를 즐기지 못했을 겁니다.


마음의 안녕을 확인하는 효과

이야기를 그림처럼 들려주고 상황에 공감을 받고 싶어 합니다. 심리적으로 지치지는 않았는지 살피게 되고 몸이 아프지는 않은지 컨디션을 물어보곤 합니다.


예를 들어, 각자 인간관계(가족, 동료, 친구 등)와 환경에 둘러싸여 맞이하는 필연적인 결핍의 일부를 채워 봅니다. 누군가 무심코 던지는 독한 말이나 행동이 상대방을 할퀴면 머리카락을 넘어 눈썹까지 단 한올도 남기지 않고 벌초해 주겠다는 편도 들어줍니다.


성장의 기회를 만드는 효과

어느 순간은 저보다 더 저를 믿어주곤 합니다. 소중한 이에게 무언가를 베풀고 싶은 마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커지면서 삶이 어려워도 중심에서 균형을 잃고 이탈하지 않도록 도움닫기의 기능을 합니다.

작은 생명들의 기적 모임인 서울 식물원에 가면 따스한 겨울 온실을 만끽할 수 있어서 꼭 한번 가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좁은 의미든 넓은 의미든 어떤 형태라도 사랑은 사람을 천천히 은근하게 성숙하도록 이끕니다.

사람은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안 된다는 말에서 한 글자만 뺀다면,

저 뒤에 숨은 것이 행운인지 뭔지 확인하려면 해보는 수밖에 없다. 내가 평생 만났던 수많은 행운과 은인들은 어렵게 쥐어짜 낸 용기 덕분에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해봐야 한다.

- 윤석근 회장님, 말의 힘 -
지극히 평범했던 산책로나 퇴근길이 특별해지는 건 길위에 겹겹이 쌓인 기억들 덕분이겠죠. 그리고 "지식과 기억은 우리의 개성이 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