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스코세지 감독님의 <플라워 킬링 문>은 아메리컨 인디언 오세이지 족이 겪어야 했던 실제 비극을 느린 속도로 그려낸 서사시입니다. 러닝타임이 206분이고 중반까지는 너무 자세한 설명 탓에 지루한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원주민 오세이지 족은 유전의 댓가를 받고 떠난 다른 부족과는 달리 그 땅에서 솟아난 석유의 수익권을 소유합니다. 하루아침에 부자가 되고 백인들을 고용하고 꽃길을 걷는 삶이 시작되는 가 싶지만 '코요테'같은 백인들이 그 마을에 들어와 인디언들을 살해하고 정략결혼을 하며 그들의 '돈'을 노리면서 크나큰 비극의 소용돌이가 시작되지요.
1차대전에서 살아 돌아온 조카 어니스트(리어나도 디 카프리오)는 오세이지족 몰리에게 사랑을 느끼고 결혼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삼촌 윌리엄(로버트 드 니로)은 몰리의 재산을 가져와야 한다며 조카를 유혹합니다.
보험금을 노린 살해. 수익권을 갖기위한 살해는 결국 인디언의 부족의 멸망을 노리는 듯 합니다. 백인들의 모습은 비열하고, 저열하고 치졸하고 잔악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돈에 환장한 백인 늑대들은 피냄새를 즐거워하죠. 그들을 죽인 후에 위로의 말투로 '애나는 주님곁으로 갔어. 영원한 곳으로..."라고 속삭이는 윌리엄은 악마 그 자체였습니다.
양심선언을 하겠다는 어니스트에게 속삭이는 악마의 목소리는 기시감이 있죠.
"그래. 한동안 저들은 나를 비난하겠지. 그러다 서서히 잊혀지고 기억하지 않을 거야.
그저 평범한 비극(common tragedy)으로만 기억될거야."
평범한 비극. 마틴 감독님은 끔찍한 사건이 평범한 비극에 머무르는 백인사회의 무관심을 영화를 통해 환기시켰습니다. 맨 마지막 장면엔 직접 출연하시기도 했죠.
그런데 과연 윌리엄과 어니스트를 비난하는 우리들은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우리 주변에도 평범한 비극으로 축소되는 수많은 사건들을 우린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요. 영화 내내 순수한 눈으로 남편을 바라보는 몰리의 사랑스러운 눈빛을 보며 이상한 민망함을 느꼈습니다. 순진한 것도 죄악이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