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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문 Sep 21. 2024

잊혀진 로미오, 레오나르도 화이팅!


이탈리아 여행을 가다보면 베로나라는 지역이 있고 피에트라라는 다리를 건너면 시타 안티카라는 고대 도시가 있다. 이곳에 ‘로미오와 줄리엣’의 촬영지인 고택이 있다. 저 사진속 창문에서 줄리엣이 고개를 내미는 유명한 장면이 있다.  아래 사진이 그 실제 현장이다.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탈리아 낭만파 감독 프랑코 제페렐리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올리비아 핫세를 절세의 미녀스타로 탄생시킨 영화. 그래서 상대배우의 이름은 기억되지 않는. 그 이름을 아신다면 내공이 대단하신 것이다.




요즘 즐겨먹는 안주가 촉촉 노가리. 말라비틀어진 노가리가 아닌 살점이 풍성한 거의 생선구이 수준의 노가리다. 인터넷으로 구매하면 저렴하게 5마리를 구할 수 있다. 후라이팬에 기름 살짝 두르고 충분히 구우면 생선이 부풀어 오른다. 우리가 흔히 '노가리 깐다'는 표현을 쓰는데  ‘노가리’는 명태의 새끼를 말한다. 명태는 한꺼번에 매우 많은 수의 알을 깐다. 명태가 많은 새끼를 까는 것과 같이 말이 많다는 것에서 유래했다. 노가리의 수만큼이나 말을 많이 풀어 놓는다는 의미로 '노가리 푼다'라는 표현도 사용된다. 즉, ‘노가리 풀다’, ‘노가리 까다’라고 하는 것은 말이 많거나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그 이름을 따서 "영화 촉촉 노가리"라는 코너를 만들어보았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사심가득한 뇌의 저편에 기억되어 있는 무수한 백업파일(*.bak )들을 하나하나 열어서 공중분해 시키려고 하는 것이다(그 시간에 네 방 책 정리나 하라는 이명이 왜 들릴까).


그래서 노가리 1편에 로미오역의 레오나르도 화이팅을 소환했다. 올리비아 핫세의 명성에 비하면 조족지혈(새발의 피)에 불과한 안타까운 미남배우. 이후 5편 정도의 영화에 출연하다가 조기은퇴했다. 올해로 74세. 비근한 예로 <스타탄생>에서도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만 기억할 뿐 상대역이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이란 걸 사람들은 잘 기억하지 않는다. 일종의 선택적 기억이다.


그렇게 따지면 MBC청춘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에서 당시 주연은 홍학표와 박철이었다. 그런데 후반부에 조연으로 잠깐 출연한 한석규가 스타가 되어 지금까지도 활발히 활동한다. 그뿐인가 개그콘서트의 전설적인 코너 "사바나의 아침"에서 추장을 맡은 심현섭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었다. 그 뒤에서 어리버리한 원주민 연기에 김준화와 김대희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사실을 최근에 유튜브로 발견했다. 심현섭은 사라지고 '자나자나' 김준호와 꼰대희가 스타가 됐다. 


인생이 내맘대로 되는게 아니듯 인기도 마찬가지다. 장수하는 스타들의 비결은 꾸준함에 있는 것 같다. 아무튼 레오나르도 화이팅(세월이 흐르니 레너드 위팅이 되어버린)이여! 실망하지 말지어다. 그대의 이름처럼 화이팅! 브라보 유어 라이프. 


이처럼 격렬한 기쁨은 격렬한 종말을 맞게 될지니

그리하여 승리는 이내 스러지리라, 불과 화약이

입맞추듯 타오르기에, 그토록 달콤한 꿀이

황홀한 그 맛 속에 삽미(澁味*)를 품고 있으니

그를 취함이 음식에 대한 욕망을 해칠 수 있음이라.

그러게 사랑을 절제하라. 긴 사랑이 되려면.

사속(斯速**)함은 노건(駑蹇***)과 다를 바 없이 더디게 닿는도다.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 2막 6장


*설익은 감의 맛처럼 거세고 텁텁한 맛.

** 아주빠르다

***느리고 둔한 말의 걸음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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