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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문 Nov 24. 2024

렛 고 - 온전히 함께하는 가족이란















사랑하는 사람사이에 불꽃이 사라지는 건

관계를 너무 당연시 여기며 관심이 사라지고

귀를 닫고 신경쓰지 않아서입니다.

처음 만난 날 선택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기억하세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렛 고>는 스웨덴의 평범한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사건이 가족들에겐 터닝포인트가 된다는 이야기로 따뜻하고 사려깊고 예민하고 슬프다.


딸 안나는 봉댄스 경연대회를 몰래 신청했다가 엄마와 크게 다툰다. 엄마는 알려주지 않는 서운함과 서명을 위조한 것에 대해 걱정에 빠지고 아빠는 스트립쇼를 하냐는 오래된 편견에 사로잡힌다. 글루텐 불내증인 아들 만네는 엄마를 단 1분도 쉬지 못하게 돌아다니고 그런 가족의 대오에서 아빠는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데.


카운셀러인 아빠 구스타프는 온종일 남의 얘기에만 집중하다가 지쳐 집에서는 귀와 입을 닫았다. 그런 남편이 실망스런 아내 스텔라는 그에게 몸만 있고 마음은 딴데 있다고 원망한다. 스텔라는 가정을 온전히 책임지기에 탈진했는데 그래서 가족들을 통제하려 들고 남편은 그런 아내를 환자취급한다. 그렇게 가정이 함몰되어갈 때 스텔라는 봉댄스 경연대회에 온 가족이 참석하자고 하고 특별한 그들만의 시간을 갖는다.


일상의 모든 일은 사실 엄청난 스토리의 재료다. 어떤 요리를 했느냐도 가족에겐 사실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그걸 아빠가 한다면 색다른 이벤트가 된다. 가사노동의 합리적인 분담은 모두를 평화롭게 만드는데 대부분의 직장인 중년 남성들은 일에 지쳐 집에와서는 옷과 신발정리를 소홀히 하여 아내의 신경을 긁는다. 세계 최고의 선진국 스웨덴 남자들도 그렇게 살아간다는데서 약간의 위안을 받긴 했다. 


그렇게 허투루 빈틈을 보이는 아빠는 결국 대형사고를 친다. 딸의 경연대회 의상이 든 가방을 공항에서 분실한 것. "이번에도 아빠가 망쳐놨어.."라는 안나의 울부짖음에 아빠는 멘붕이 된다. 어느새 자녀들과 아빠 사이엔 큰 간극이 있다는 걸 눈치챈 구스타프는 그제서야 가족속에 자신의 자리가 있었다는 걸 체감한다. 


지옥은 주어지는게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비록 늦었지만 아빠는 제대로 아빠노릇을 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내 스텔라는 아내 이상의 표정이었다. 큰 아들 하나를 더 키우는 느낌이랄까. 세상의 모든 남편들은 아내의 자장안에서 까분다.


일종의 피정같은 경연대회 참가로 가족들의 녹슨 바퀴는 서서히 기름칠되어 돌아가기 시작한다. 스텔라가 그토록 바라던 온전한 가족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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