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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여행자 Feb 28. 2024

승무원이 비행기 이륙 전까지 하는 일

이상과 현실

(1편에 이어서)


  공항버스의 잔잔한 진동에 나도 모르게 얕은 잠이 들었다.

 잠이 든 지 10분 정도가 지났을까? 인천 공항 도착을 알리는 안내 멘트가 나오는 동시에 버스 안 조명이 켜졌다.

 미간에 인상을 찌푸리며 간신히 눈을 떠본다. 연속된 새벽 비행으로 몸이 천근만근이다. 한숨 한번 푹 쉬고 자리에서 밍기적거리며 내린다.

 그 사이 어둑했던 새벽이 가고 아침을 알리는 해가 슬그머니 떠있다.

 오늘도 역시나 인천 공항은 여행을 앞둔 사람들로 바글거린다. 이른 아침이라고 하기에는 무색할 정도로 공항은 활기로 가득하다. 나는 그 분위기에 맞추기 위해 피곤함을 잠시 감추고 구부정했던 어깨와 허리를 펴본다. 

 그리곤 캐리어를 끌고 비행기가 아닌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긴다.






  승무원이 공항에 도착하면 바로 비행기에 올라탈까?

 그리고 승무원이 비행기에 타고나면 승객들도 뒤이어 바로 탑승할 수 있을까?

 이번 글에서는 승무원이 공항에 도착해서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까지 어떤 일들을 하는지 알아보자. 



객실 브리핑
출처 대한항공

  비행기 출발 시간 기준으로 보통 2~3시간 전에 승무원들은 브리핑실로 출근하게 된다. 사무장의 주도하에 비행에 대한 특이사항이나 안전 및 서비스 관련해서 브리핑을 한다.

 생각보다 객실 브리핑할 때 분위기는 엄숙하다. 질의응답식으로 진행을 하는데 이때 비행 준비를 꼼꼼하게 한 승무원은 빛을 바라게 된다. 반면 비행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게 티가 나면 비행 내내 사무장으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비행할 수 있다.



합동 브리핑

  객실 승무원과 운항 승무원이 함께하는 브리핑이다. 합동 브리핑은 기장님의 주도하에 공항 게이트 앞에서 간단하게 한다. 비행시간, 비행 중 날씨, 비행 고도 및 속도, 난기류 예보 등 운항 관련해서 특이사항을 정보 공유한다.

 공항 게이트 앞에 기장과 승무원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본다면 그때가 바로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는 상황일 수 있다.



비상 장비 점검

  승무원들은 합동 브리핑을 마치고서야 비행기에 올라타게 된다. 이때부터가 본격적인 전쟁 시작이다. 비행기에 탑승해서 승객 탑승 전까지 승무원들은 정말 많은 일들을 하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비상상황 발생 시 사용하는 장비를 점검해야 한다. PO2 Bottle(산소통), 소화기, 응급환자 발생 시 사용할 수 있는 Kit, 구명조끼 등 사용 가능한 상태인지 반드시 확인을 해야 한다.



테이저건 확인
출처 대한항공

  비행기에 테이저건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승객이 비행 중 중대한 불법 행동을 할 경우 사용하기 위해 비행기에 실리고 있다.

 테이저건 또한 사용 가능한 상태인지 매 비행 시작 전 반드시 확인한다(오랜 시간 동안 비행을 했지만 훈련받을 때 말고는 테이저건을 사용해 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부디 사용할 일이 없길..).



기내식 확인  

  개인적으로 기내식 체크 업무를 맡은 승무원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한다.

 스페셜밀 주문이 많은 날에는 담당 승무원은 긴장을 할 수밖에 없다. 승객이 주문한 식사가 잘 실렸는지, 구성품이 맞는지 일일이 확인을 해야 한다. 비행기 문을 닫고 난 뒤 기내식이 하나라도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뒷일은 상상하기도 싫다.



기내 면세품 확인

  기내 면세품 확인은 보통 시니어 승무원들이 맡아서 한다. 그 이유는 고가의 물품들을 다루는 업무이기 때문이다. 카트 하나에 담겨 있는 면세품 가격만 해도 몇 백만 원이니 말이다. 고가의 술이 많이 실리면 금액은 그 이상이다. 

 물건 하나라도 없어지면 승무원 책임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담당 승무원이 면세품 확인하고 있을 때에는 다른 승무원들은 말조차 걸지 않는다.



각종 서비스 용품 확인

  서비스하는데 필요한 각종 용품들이 잘 실렸는지 확인해야 한다. 예컨대 종이컵, 물, 음료, 각종 스낵, 그 외에 화장실에서 사용할 용품들까지 체크해야 하는 품목이 꽤나 많다. 업무가 익숙하지 않은 신입 시절에는 품목이 적힌 종이를 출력해서 보고 확인해도 꼭 빠트리는 게 하나씩 있었다.

 아 참, 그리고 가장 중요한 라면 확인까지!



보안 점검

  서비스 관련된 업무 확인이 다 끝나면 이제 보안 점검을 해야 한다. 기내에 안전 운항을 방해할 수 있는 의심물건이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이다. 객실은 물론, 화장실과 갤리를 꼼꼼하게 점검한다.



승객 탑승

  25분여 정도 시간 안에 위에서 말한 객실 준비를 끝내야 하다 보니 숨이 찰 정도다. 여름철에는 등에서 땀이 흐르기 일쑤이다.

 객실, 운항, 정비 모두 준비가 완료되고 기장님이 보딩 허가를 하면 그제야 승객 탑승이 시작된다.

 보딩이 시작되면 승무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승객을 향해 차분하게 인사를 한다.  그 모습만 봐서는 직전까지 무슨 일을 했을지 가늠이 안된다.



이륙

  집에서 나온 지 5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드디어 이륙을 한다. 

 하지만 본격적인 비행은 이제 시작이라는 사실.





  승객 맞이할 준비를 하는 승무원들의 모습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 공항에 오기까지, 그리고 승객 탑승을 하기까지 승무원들의 보이지 않는 노동이 있다. 

 이 모든 과정을 끝내야 비행기는 비로소 이륙을 한다.


  평일 낮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밖으로 나왔다. 저 멀리 구름 사이로 비행기가 이륙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든다.


 '무사히 비행이 끝나길!'



PS. 공항 근처에 사는 덕분에 집 근처에서 출퇴근하는 승무원들을 많이 볼 수 있어요. 하루는 퇴근길로 보이는 승무원의 모습이 제 눈에 포착되었는데요. 그녀의 발걸음이 어찌나 경쾌하던지..ㅎㅎ

모든 직장인들 퇴근길은 다 그런 거겠죠?ㅋ(네 맘=내 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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