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구여행자 Mar 21. 2024

비행기 이륙 직전 "저 내려주세요"

당신 한 명 때문에

  "항공기 출입문 닫겠습니다."


 승무원의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 뒤, 비행기 문이 드득- 하고 닫힌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활주로로 진입하기 위해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때 자리에 앉아있던 한 승객이 벌떡 일어나 비행기 앞쪽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온다.


 멀리서 그 모습을 발견한 승무원이 곧바로 승객을 향해 제지하는 안내 방송을 한다.

 "손님! 이륙을 위해 비행기 움직이고 있습니다. 자리에 앉아주십시오!"

 "저 비행기에서 내려주세요. 공항에 가방을 놓고 왔어요."


 비행을 하며 실제 겪었던 일이다.

 그뿐 아니다. 비행기 탑승하자마자 공황 발작으로 내리겠다고 하는 승객, 공항에 소지품을 두고 왔다는 승객, 비행기에서 남자친구와 싸워서 내리겠다는 승객 등 내린다고 하는 이유는 가지각색이다.




비행기 타고나면 다시 내릴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행기에 한 번 타고나면 마음대로 내리기는 어렵다.

 비행기는 시내버스가 아니다. 하차벨을 눌러 '여기서 내릴게요'는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심지어 내리겠다는 이유가 '단순 심경 변화'라면 더더욱 그렇다.

 건강상 이유와 같이 항공 여행을 계속할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은 승객 본인의 의사로 내릴 수 있다. 이를 '자발적 하기'라고 한다.

 다만, 항공운항은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다른 교통수단과는 다르게 복잡한 절차를 거친 후 내리게 된다.


 자발적 하기는 2020년 코로나라는 변수로 일시적으로 줄었지만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특히 '단순 심경 변화'가 전체 자발적 하기 건 중 거의 30%에 육박하는데, 이는 비행 생활을 하면서 몸소 느끼는 바이다.

 심지어 해외 사생팬 일부는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보기 위해 비행기에 탔다가 이륙 전 내려달라고 한 사례까지 있다.




왜 비행기는 탔다가 마음대로 내릴 수 없을까?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항공 운항은 안전이 최우선이다. 만약 비행기에 타고 내리는 게 쉽다면 폭발물을 항공기에 두고 내리는 일과같이 테러에 쉽게 노출이 될 수 있다. 과거 실제로 이런 일이 있기도 했다.

 이런 사고를 방지하고자 항공보안법에 의거하여 국내 항공사에서는 자발적 하기 승객에 관한 처리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자발적 승객 하기 처리 절차는?


1. 승무원의 안내

  승객이 승무원에게 하기 의사를 밝히게 되면 승무원은 해당 승객에게 향후 절차에 대해 안내를 한다. 경찰이나 정보당국의 조사를 받을 수 있고, 테러 위험성이 있다면 비행기 보안 점검을 다시 해야 하며 이에 따라 해당 편 비행기가 지연된다는 사실에 대해 말이다. 이런 이야기로 승무원은 승객이 내리지 않도록 회유를 하지만 끝내 내린다고 하면 다음 절차를 따라야 한다.



2. 공항 상황실에 자발적 하기 승객 발생 사실 보고

  승객의 하기 결정이 난다면 승무원은 기장 및 지상 직원에게 알려야 한다. 항공사는 즉시 공항 상황실에 알리게 되고, 공항 상황실은 관제탑과 관계 기관에 연락해 해당 항공기 운항 중지를 요청한다.



3. 항공기 보안 검색

  공항 테러 대책 협의회의 지시에 따라 승무원이 기내 보안 점검을 재차 해야 한다. 테러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되면 항공기에서 모든 승객이 내려야 한다. 이때 가지고 탄  짐, 수하물로 부친 짐 모두 하기 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승객은 내리지 않고 자발적 하기 승객이 앉았던 자리 주변만 보안 점검을 하기도 한다.

 승무원의 보안 점검이 끝나고 나면 이상 유무를 공항 상황실에 보고해야 한다. 이때 공항 테러 대책 협의회가 이상이 없다고 판단이 돼야 항공기가 다시 출발할 수 있게 된다.



4. 자발적 하기 승객의 관계 기관 조사

  자발적 하기 승객은 비행기에서 내렸다고 해서 바로 공항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관계 기관의 조사를 받은 뒤, 항공 운항에 위협을 주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 밝혀져야 공항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된다.




  이 모든 절차를 끝내는데 적어도 1~2시간 정도가 소요되고, 그제야 비행기는 다시 출발을 할 수 있게 된다.

내리겠다고 한 승객은 본인만 비행기에서 내리면 끝나겠지만, 비행기에 남겨진 수백 명의 승객들은 이런 상황이 당황스러울 거다.

 지연된 비행기 때문에 환승 비행기를 놓칠 수도 있고, 중요한 미팅에 참석 못 할 수도 있고, 간만에 떠난 여행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한 사람 때문에 수백 명의 사람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끼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피치 못할 상황이 아닌 단순히 개인적인 이유로 비행기에서 내리겠다고 하는 이기적인 행동은 부디 자제하길 바란다.




PS. 승객 탑승 중에 비행기에서 내리겠다고 하는 승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곤 해요.

손님에게 이유를 물어보죠. 개인적인 일들로 내리겠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런 손님에게는 이렇게 응대를 합니다.


"손님 때문에 여기 있는 모든 승객들이 다 내려야 합니다. 보안 점검까지 하면 1~2시간 지연되고요. 그래도 내리시겠어요?" 

"아... 아뇨.. 그냥 갈게요."

라는 답변이 거의 90%이에요.


웬만한 개인적인 이유로 내리겠다고 하는 건 어떻게든 이해하겠지만요,

남자친구 여자친구와 싸우고 나서 홧김에 내리겠다는.. 그런 일은 부디 없길 바랍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