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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 Oct 15. 2023

도둑맞은 집중력_요한 하리

도둑맞은 집중력, 다시 되찾아올 방법은?

  


 요즘 들어 집중력의 한계를 자주 경험한다. 무언가를 하다가도 다른 것이 생각나면 자리를 이탈하고 다시 돌아오면 내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까먹고... 한 가지에 오래 집중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방해물이 주변에 가득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인문학책을 도전하게 되었다. <도둑맞은 집중력> 내 집중력은 누가 빼앗아갔을까?








1. 주요 내용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집중력을 위해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모든 온라인 접속을 차단한 채 그렇게 프로빈스타운에서의 휴가를 보내기로 계획한다.

 책 속의 많은 내용은 아직 논쟁 중인 이야기들이며, 그것이 답이라고 명료한 결론을 내릴 수도 없다.


<1~5장. 집중력에 대하여>

1장. 집중력은 한정된 자원이다. 사람들은 멀티태스킹을 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두 가지 이상의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각각의 일 사이에서 전환을 하며 처리하는 것이다. 

2장. 몰입의 즐거움을 잊은 사회. 몰입은 한 번에 한 가지만 할 때 가능하다. 많은 이들은 들으려고 하기보다 말하려 하고, '좋아요' 등의 인터넷 신호가 자신의 중요성을 증명해 준다고 느낀다. 무언가에 몰입하려 하지 않거나 실패한다.

3장. 잠들지 못하는 사회. 수면 질의 저하는 세상을 보는 시야를 흐릿하게 만든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지쳐있는 상태가 당연하고, 만성 수면부족에 시달리며 카페인과 같은 각성제를 통해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 익숙해졌다.

4장. 소설의 수난 시대가 도래했다. 사람들은 긴 글을 읽는 능력을, 인지적 참을성을 잃고 있다. 소설은 타인의 감정을 잘 읽어내는 공감능력과 관련이 있다. 사람들은 긴 소설을 읽기보다 짧은 미디어 속의 글을 읽는다. 토막 난 파편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긴 시간 집중할 때와 같은 효과를 주지 못한다.

미디어를 쓰기 시작할 때마다 사람들은 고유의 색깔과 렌즈를 가진 새 고글을 쓰는 것과 같다. 우리가 쓰는 각각의 고글은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한다. 129P

5장. 딴생각의 이점. 딴생각을 할 때 우리는 창의력을 가질 수 있다. 다만, 스트레스가 적고 안전한 상황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딴생각은 곧 불안과 걱정으로 이어지며 정서적 불쾌감을 준다.


<6~9장. 집중력을 파괴하는 진짜 배후>

6장. 우리를 추적하고 조종하는 테크 기업들.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 위해 직접 클릭하는 것과 무한 스크롤을 통해 선택할 기회 없이 계속적으로 정보를 제공받는 것은 다른 결과를 불러일으킨다. 후자가 사용자들을 더 오래 붙잡아둔다.

기술 설계자 수백 명 앞에서 강연을 하며 "현재 자신이 설계하고 있는 세상에 살고 싶은 분이 얼마나 계십니까?"라는 단순한 질문을 던졌다. 강연장은 침묵에 휩싸였다. 189P

7장. 기술은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 기술자들은 사람들의 주의를 최대한 많이 빼앗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한다. 그것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 선택의 결과이다. 알고리즘의 진실, 알고리즘은 자극적이고 분노를 자아내는 내용들을 더 많이 우리에게 노출시킨다. 결과적으로 이런 것은 '증오를 습관화'시킨다.

8장. '문제는 네 안에 있어'라는 말은 틀렸다. 스트레스가 생각의 문제에서 온다는 사람들은 특권을 가진 자들이다. 결국 그렇게 생각하면 스스로 통제하는 것에 실패한 개인은 시스템을 탓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탓하게 되는 것이다. 

9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인간을 위한 기술을 만드는 것. 하지만 우리는 정치적 체념을 느끼는 문화에 살고 있다. 정치적 비관주의는 사람들이 개인적인 해결책에 매달리게 한다. 그러나 변화는 항상 일어난다. 평범한 개인이 단체를 조직해 더 나은 선택지를 요구하고 그것을 포기하지 않을 때.


<10~11장>

10장. 스트레스와 만성적인 각성 상태. 위협을 느낄 때는 그것에 주의가 집중된다. 

11장. 주 4일 근무는 휴식시간을 갖게 하여 집중력을 높이고 업무 효율성을 증진시켰다.


<12~14장. 집중력을 발휘할 수 없는 아이들>

12장. 값싸고 형편없는 식단. "자동차 엔진에 샴푸를 넣는다면 엔진이 고장 났을 때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것이다." 현대인들은 뇌에 필요한 음식을 먹지 않는다. 지금의 식단은 에너지의 급상승과 급강하를 유발한다.

13장. 잘못된 ADHD 진단. 동물들이 동물원에 갇히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그때 그 행동의 원인을 찾고 해결해 주려기 보다는 그저 약물을 통해 행동을 없애버린다. 이처럼 ADHD도 환경적인 상황을 변화시키면 호전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약물을 사용을 권한다. ADHD의 원인이 정말 대부분 유전일까.

"제 말은, 현실은 선택이 아니라는 겁니다. 현실은 우리에게 주어진 거예요. 안 그래요? 그러니 지금 가진 것 안에서 노력해야 해요." 346P

14장. 신체적, 심리적으로 감금된 아이들. 아이들은 놀이에서도 어른들이 정해준 규칙을 따라야 하며 그들은 문제를 겪지 않고, 혼자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많은 교사들이 이러한 교육은 좋지 않다고 경고했지만, 정치인들은 학교 재정 지원을 이러한 흐름으로 만들었다.




2. 생각하기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기대했던 것들이 있었다. 사람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부분을 꼬집거나 집중력 저하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다 아는 이야기에 그마저도 아직 논쟁 중이고 명확한 답은 없으니 모두가 힘을 모아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그런 내용으로 느껴져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저자는 집중력의 문제가 결국 개인의 탓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이고, 이 사회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이들(대기업, 정치인 등)이 자신의 이득을 위해 대중을 이용한 결과라는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그러니 문제의 탓을 스스로에게 돌리지 말고 평범한 우리들이 모여서 이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외치고 요구하고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물론 행동하지 않는다면 변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주장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이걸 정말 모두가 몰라서 행동하지 않는 것일까? 구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의 프로그램을 설계한 사람들이 사익을 위해 우리의 집중력을 빼앗아 가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정말 모를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당연하고 또 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책에서는 집중력 저하 현상에 대해 정말 다양한 원인을 제시하고 있다. 그만큼 이 문제는 복합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번아웃이 당연하다는 듯이 일을 해야 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위해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산다. 이런 현실 속에서 즉각적인 보상과 자극을 주는 미디어들은 현실도피를 도와주는 가장 편리하고 쉬운 방법이다.


 저자는 항상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서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말한다. 그 예시로 흑인, 여성, 동성애를 들고 있다. 나는 이것이 같은 선상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집중력 저하는 사람들이 분명 불편감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여겨지지 않으며 즉각적인 피해로 인해 일상생활을 이어가지 못할 만큼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지도 않는다. 또한 같은 인종, 같은 성별 등 결속력을 높여줄 만한 것도 없다. 같은 인스타그램 사용자이며 인스타그램을 사용한 뒤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모인다고 할지라도 그 안에서 성별 나이 인종 등 차이점은 너무나도 많으며 사실 이 문제는 동조하는 사람이 적다면 '그럼 네가 인스타그램을 쓰지 마!'라고 했을 때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이다.  


 때문에 물론 개인의 행동도 중요하지만 이런 식의 방향으로는 사회전반의 동의를 얻어 함께 변화하고자 하는 흐름이 만들어 지기에 어렵다고 생각한다. 사용자는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고, 기술자는 돈을 벌고, 정치인도 그것을 이용해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데 과연 변할 수 있을까. 지금의 문화는 정치적 체념을 느끼는 문화라는 말에 동감한다. 언제까지 그들이 바꿔주길 기대하며 기다릴 수도 없고, 개개인이 힘을 모으기도 어려운 현실이기에 각자 나름의 방식을 찾아 실천하는 것이다. 저자가 프로방스타운에 가고, 이 책을 쓴 것과 같이.


 그래서 나는 동물들에게 약물을 투여한 그 의사의 말이 가장 크게 공감이 되었다. 현실은 선택이 아니라 주어진 것이라는 말. 그러니 지금 가진 것 안에서 노력해야 한다는 말. 하루아침에 동물원을 없애자고 할 수도 없고, 동물을 마음대로 풀어줄 수도 없다. 개인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당장의 고통을 줄여줄 수는 있다. 그러니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때문에 나는 그것이 단순히 현실에 순응하고 변화를 포기한 행동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이들 교육현장도 마찬가지다. 요즘 내가 보고 느끼는 주변의 아이들은 실패경험이 없어 실패를 더 두려워하고, 결핍경험이 없어 인내심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별 거 아닌 상황에서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사소한 것 하나하나 선생님께 질문하는 아이의 수도 매우 많다. 

 그런데 이 책에서도 이것이 해결되기 어려운 이유를 모두 나열하고 있다. 정치적인 문제, 그리고 이런 것들이 당연한 사회 속에서 혼자만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와 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들은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었다는 것도.


 10장에서도 이야기한다. 스트레스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다른 것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그리고 8장에서도 말한다. 스트레스가 생각의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특권을 가진 이들이라고. 

그렇다면 하루하루 수면부족상태로 일을 하고 커피를 마시며 겨우 정상상태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하루의 끝에 미디어로 도피해서 잠깐이라도 생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디지털 디톡스라는 개인적인 도전조차 쉽게 할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고 기업들에게 정치인들에게 이런 사회를 변화시켜 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일단 나는 그러기 어려울 것 같다. 스스로를 위해 어느 정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노력(휴대폰 사용량 체크하기 등)을 의식적으로 하는 것 정도가 최선일 듯하다.


 책 소개멘트에 '집중력 위기에 맞선 대담한 반격이 시작된다'라는 말이 있었다. 반격이라는 말이 쓰일 정도의 내용은 아니라는 것이 개인적인 평이다. 다만 한 가지, 집중력의 저하를 느끼고 고통받지만 그 원인이나 해결책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에게는 의미 있는 책이 될 수 있겠다. 우선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무엇이 원인인지 또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아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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