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껄무새

아, 그때 살걸...

by 쿠크다스 이실장

연차를 내고 오랜만에 예전 독서모임 지인들을 만났다. 만날 때마다 즐겁고 나에게 새로운 인사이트를 주는, 인생의 귀인들이다.


​승진 후 난 타 지역으로 발령받아 떠나 있었기에 그동안의 근황부터 우리 아파트 시세, 자녀 교육 문제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었다. 그러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팍팍한 현재 경제 상황까지 흘러갔고, 결국 서로 재테크 수익률이 누가 더 마이너스인지 '자랑 아닌 자랑'을 하며 웃픈 상황까지 공유하게 되었다.


​내가 처음 주식을 시작한 건 2012년이다.

당시 옆 부서 남직원이 "안철수가 조만간 대선에 출마하면 안랩 주식이 어마어마하게 오를 것"이라며 투자를 권했다. 그 말에 솔깃해진 나는 난생처음 점심시간에 주식 계좌를 개설하고, 모아 놓은 돈 2천만 원을 입금했다.


​가슴은 벌렁거리고 매수 방법도 몰라 헤매다 인터넷을 찾아보고 겨우 체결시켰는데, 이게 웬일인가. 사자마자 계속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찌할 바를 모르던 다음 날, 안철수가 대선 출마를 발표하자마자 주가는 오히려 심각하게 고꾸라졌다. 무서운 마음에 여동생에게 하소연하니, “남의 말 듣고 주식하는 거 아니다. 작전주 같으니 당장 팔라”는 말에 눈물을 머금고 400만 원 넘게 손해를 보고 팔아버렸다.


​그때의 쓰라린 첫 경험을 통해 어렴풋이 느꼈다. 아마 그 직원은 나에게 물량을 넘기고 튀었을 것이라고. 그걸 소위 ‘호구’라고 한다지...ㅠ


​요즘 국내장이 좋다 보니 유튜브에는 주식으로 대박 났다는 사람이 넘쳐난다. 도대체 그런 사람들은 어떤 운을 타고났길래 그렇게 큰돈을 버는 걸까?


나같이 아이 셋을 키우다 보면 부부 월급만으로는 생활비와 교육비를 감당하기 턱없이 모자라 재테크가 필수지만, 정작 투자할 시드머니가 많이 부족하다. 그리고 나의 소중한 시드머니는 예전부터 물려 있는 주식과 코인에 묶여, 현재 마이너스 80%라는 처참한 수익률로 고이 모셔져 있다.


​그래도 나름대로 매일 머니뉴스와 아침 시황을 챙겨 보며 관심 종목을 눈여겨보고 있긴 하다. 올해는 방산, 전기, 원전, 로봇, 반도체까지 기회가 정말 많았는데, '그때 그걸 사놨으면 수익률이 어마어마했을 텐데...'


오늘도 깊은 한숨을 쉬며 내뱉는다

"아, 그 종목 살걸…."

내 말을 듣던 지인이 웃으며 말했다.

"요즘 그런 사람들을 '껄무새'라고 한대.

맨날 '~할걸, ~살걸' 하면서 앵무새처럼 말하는 사람 말이야."


​아, 진짜 맞네. 나는 껄무새였네.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고 부끄러워졌다.


​언제쯤 나는 껄무새에서 탈피할 수 있을까?

조만간 지금까진 공부한 내 확신에 믿음을 갖고 실행에 옮겨보려 한다.


다음번 다시 만날 땐 당당하게 자랑해야지.

​"나 이제 껄무새 아니야.

진짜 사서 돈 벌었어.

오늘 커피는 내가 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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