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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태영 Sep 04. 2016

요리사가 요리사에 의한 요리사를 위한 제주의 기록.

긍정적 가능성을 이야기 합니다.

김포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어둑어둑한 밤의 기운이 서릴때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형, 함덕으로 와요."
"함덕? 거기가 대체 어디야?"
정확히 14년만에 다시 와본 제주도는 나에게 모든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제주의 북촌이란 동네에서 석달 가량을 지냈다.
두달은 구좌 당근을 착즙해서 쥬스를 파는 동생과 시장조사를 다니며 당근을 깍았고 나머지 1달은 북촌의  음식카페에 연이 닿아 요리를 했다.
그렇게 남은 1달은 4일은 요리를 하고 3일은 제주도를 여행을 하는 삶을 잠시 영위했다.
(제주는 바다도 좋지만 숲은 더 좋다. 비 내린뒤 걷는 비자림이란!)
전체적으로 여름 성수기의 제주는 분주했고 제주를 가면 다들 먹어본다는 고기국수, 흑돼지, 고사리육개장 등등이 있지만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되는 분야는 제주의 음식과 요리들로 좀 더 좁혀졌다.
제주를 가면 다들 먹어본다는 고기국수, 흑돼지, 고사리육개장, 티비에 나오는 소위 맛집들의 정보는 곳곳에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 현재 제주에서 붐을 일으키는 육지에서 내려온 외지 요리사들이 궁금했다.
제주의 로컬재료들을 가지고 과연 어떤 형태로 이 재료들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지에 대한 호기심.
제주로 이주한 사람이면 다들 한다는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식당들을 알아보니 꽤 다양한 형태의 요릿집들이 많았다.
주류를 같이 곁들어 오후 6시 정도부터 시작해서 심야시간까지 운영하는 몇군데 안되는 가스트로 펍(꽤 젊은 친구가 운영하는 곳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무운을 빈다.)의 형태가 있고 오전 12시의 시간부터 저녁까지 운영을 하는 형태가 존재한다.
이들은 준비한 재료들을 소진하는 시점에서 가게문을 닫는다.
그래서 영업 시간이 아니어도 그날만큼은 너무 늦게 방문하면 괜한 헛걸음을 하거나 딱히 시켜먹을 메뉴가 없다.
이런 식당의 정책은 자신에게 허용되는 노동의 범위 안에서 신선한 재료, 그리고 요리에 집중해서 자신의 음식에 모든걸 쏟아 내겠다는 요리사의 강한 의지이기도 하다.
좋은 재료들은 요리사들의 원동력이자 요리를 만들어보고 싶은 욕망을 촉진시켜 준다.
운이 좋게도 제주에서 1달 가량 요리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제주 햇감자로 이태리 음식인 뇨끼를 만들고 제주의 돼지로 뽀르게따 라는 통구이 요리와 제철의 성게알로 파스타를 만들고 고등어와 문어에도 성게알을 넣어 듬뿍 비볐다.
땅과 바다에서 나는 것들은 제주의 내수시장에서 소비를 하는 체제이니 많은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제주의 좋은 재료들이 주는 이점들은 정말 황홀할 지경이었다.
서울에선 여러가지 이유(신선도, 가격) 로 실행에 옮기기가 참으로 어려운 것들을 여기서 해보는 창작자의 쾌감은 이루말할수 없다.
(심지어 횟감 고등어도 너무나도 쉽게 구하니까!!)
이 황홀한 섬에서 소위 말하는 상업적인 요리만 하기에는 이 곳은 너무나도 아까운 곳이라고 생각한다.
사계절을 아울러 나와 가까운 곳에서 어떤 제철의 재료들이 무슨 요리를 해야 할지 고민을 할 수 있다는건 낭만적인 요리를 해야 한다고 해야 할까?
이제 제주는 여름이 지나 가을이 온다.
가을에는 어떤 재료들로 식당을 물들일까?
가을이 지나 겨울의 제주는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봄은?
아직 눈으로 보지 못한 제주가 궁금하다.
제주에서 떠날 무렵 내가 경험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우스갯소리로 "이제 꿈에서 깨셔야죠?"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젠장, 꿈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이 곳에서 꾸는 꿈은 생각보다 달콤하니 요리사들이 한번쯤은 이곳 제주에서 나와 같진 않아도 비슷한 꿈을 꾸면 좋겠다.
여담이지만 제주는 콩과 보리가 참 좋다.
(보리와 콩을 갈아 만든 미숫가루도 참 맛있고 제스피라는 이름으로 제주의 물과 보리로 만드는 맥주도 맛있다.)
특히 이 곳의 된장은 재료의 맛을 누르거나 해치지 않고 다 같이 둥글둥글 조화를 잘 이루는 장맛이라 생각한다.
이런 좋은 것들을 이용하는 요리(향토음식이든, 서양식에 곁들이든)도 제주의 특성을 살릴수 있는 좋은 이점이 아닐까?
혹시라도 제주로 떠나려고 하는 요리사들에겐 제주도의 경험과 낭만은 너무나도 좋은 경험이 될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금 제주에서 고생하는 요리사들 더욱 고생하시라!
언젠가 다시 제주로 돌아올 그날을 기다리며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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