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1번 버스를 논하다.
제주도를 여행하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렌트카를 빌려서 혼자 혹은 일행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방법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법 두가지다.
특별자치구의 수혜로 성수기를 제외하면 저렴하게 렌트카를 운행 할 수 있지만 버스 여행의 낭만 또한 솔깃한 여행 방법이다.
(운전하는 사람은 주변의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이야기들 하더라.)
버스 여행의 낭만을 깨고 싶진 않지만 동쪽 여행자라면 꼭 타게 되는 701번 버스에 대해 조심스레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제주를 동쪽으로 타켓을 잡은 버스 여행자는 701번 버스를 가장 많이 타게 된다.
현재로썬 일주도로를 도는 유일한 시외버스(아마도?) 동쪽을 찾는 여행자와 관광객들이 많이 찾은 명소들이 꽤 많다. (여유가 있는 사람은 중문을 가겠지만 어쨌든 동쪽은 낭만적이다.)
함덕을 기점으로 시작해 김녕, 월정리, 구좌, 평대리, 세화, 하도리를 지나 성산까지 이어지는 루트는 이미 해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해수욕장과 다양한 아이디어의 시설들이 즐비하다.
그래서 여성들이 동쪽을 찾는 이유일까?
(동쪽은 여성분들이 많이 찾는 루트다. 참고하시라!)
동쪽으로 여행을 작정했다면 일단 뙤양볕이 내리는 정류장에 서서 스마트폰으로 다음맵(네이버는 안되더라)을 연다.
출발지와 도착지를 찍으면 다행히 701번 버스가 언제 도착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뜬다.
(배차는 또 얼마나 긴지!! 이걸 놓치는 경우 운이 없으면..그러니까 그늘이 없으면 제주의 따사로운(?) 자외선을 직격으로 맞으며 어림잡아 30분을 길바닥에서 버려야 하는 대참사가 벌어진다.)
701번 버스를 타면 반드시 버스기사에게 행선지를 꼭 이야기 해야 한다.
무턱대고 버스에 올라서 앉을 자리를 찾다간 기사 아저씨에게 심한 꾸지람을 듣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들에게 승객이 701번 버스의 운행의 원리에 대해 모르는건 중요치 않다.
"아 이 사람이 정말, 어디 가는지 이야길 해야죠."
불쾌함이 가득한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승객을 부른다.
시외로 움직이는 경우는 그렇다 쳐도 이런 경우는 외국인도 예외는 없다.
(글로벌한 까칠함이란!!)
701번 버스는 우리가 육지에서 타던 버스기사의 친절함은 기대하지 않아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겪은 불쾌함에 '아, 회사에 민원을 넣을까?' 라는 고민을 할 정도로 심히 짜증이 난다.
버스여행자의 숙명은 그럼에도 버스를 타야 하는 법.
자주 타게 되니 버스의 순환구조가 눈에 들어왔다.
일단 버스의 출입구는 하나 밖에 없으니 승객들이 들어오고 나가고의 순환은 당연히 더딜 수 밖에 없다.
서로간의 각자 갈길을 가려 하는 치열한 움직임 속에서 버스는 어쨌든 약속된 배차 시간을 맞춰야 한다.
"여러분, 배차 시간 맞춰야 하니 부탁좀 드립니다."
처음엔 화가 섞인 짜증을 내더니 승객들에게 이런 이야길 토로하는걸 목격한 적이 있다.
약속된 운행시간에 시간을 맞춰야 하는 버스 기사들의 노동의 실태는 이 비좁은 버스에 오른 승객들보다 어쩌면 더욱 눈물겹다.
동쪽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에겐 없어서는 안되는 귀한 교통수단에서 느끼는 희일비재는 낭만 보다는 조금 더 참혹하다.
제주에서 지내며 타고 다닌 701번 버스의 느낌은 이랬다.
701번 버스는 지금도 달릴 것이다.
버스기사는 운행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달릴 것이고 여행자는 제주의 아름다움을 찾아서 말이다.
아, 그리고 제주도에서 버스를 좀 타고 다니다보면 버스를 기다림에 있어서 꽤나 여유로워 지게 된다.
여러분이 다시 뭍으로 올라오게 된다면 꼭 느끼게 되리라 믿는다.
여유를 주는 제주라니. 낭만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