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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태영 Sep 14. 2016

맹목적인 신념의 경계.

요리사는 요리사의 예시로..

어릴때 진주에서 만난 요리사 분이 있었다.
이태리 ICIF 총주방장과 막역한 친구사이고 같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셨다.
그리고 이태리 전 지역을 여행했다며 사진도 보여주시던 사람이니 이미 내 눈엔 그토록 위대한 요리사가 아닐수 없었다.
음식을 주문하자 자신이 하는 요리를 보여주겠다고 하셨다.
요리를 시키니 식전빵으로 소금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무맛의 무염빵과 비스킷, 곁들임으로 설탕을 잔뜩 넣은 피클 대신 올리브오일과 비네거를 넣어 만든 파프리카 절임을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파스타 위엔 메인재료를 보여줘야 한다며 접시 위에 먹음직스런 오징어 구이를 한점 곁들어 주시기도 했다.
식사가 끝날 무렵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사실 많은건 기억나지 않고, 요리사는 자신의 요리를 먹으러 온 손님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 당시 그분의 말 한마디는 바이블과 같았고 감동적인 설명을 곁들인 요리는 그냥 다 감동이었다.
시간이 많이 흘러 그때의 에피소드를 기록하는 이유는 사실 그 요리는 딱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완성도 있는 맛있는 요리도 아니었고(간도 심심했다.) 손님이 없어 운영이 큰 지장에 생긴 상태였다.
굳이 따지면 성공한 요리사 이면서, 운영은 실패한 사업가라고 해야 하는게 맞는걸까?
그때를 곱씹어보면 지금에서야 참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한다.
식당에서 사먹는 한끼의 식사로 식생이 건강에 주는 영향은 논하기엔 우스운 일이고, 식당의 생존은 오너에게 더욱 큰 화두다.
굳게 믿던 하나의 귀한 경험이자, 여태까지 믿었던 신념이 그렇게 사라진다.
물론 그분의 말씀이 틀렸다는 이야기는 단언컨데 아니다.
적어도 요리사로써 자신과 타인에겐 누구보다 떳떳했고 지금도 내 기억속엔 참으로 대단한 분이다.
이 글의 취지는 절대 무조건 적인건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내 경험과 연륜, 가치 판단으로 정해야 하는 일들이 생길것이고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었다.
좋은건 취하고 그게 아닌건 온전히 자신의 관점에 달린 문제이니 그걸 구분하기 위한 인고의 시간들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지만 말이다.
맹목적인건 늘 경계해야 한다.
아, 그분은 문득 어디서 뭐하고 지내실지 궁금하다.

거제도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식당을 하겠다는 계획을 하셨는데..

시금치를 넣은 생면파스타에 마늘은 딱 한쪽이 올라갔다. 이태리에서는 마늘을 아주 소량만 사용한다고


이태리 귀족들이 먹었다는 무염빵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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