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눈 길을 올라오고 있었다.
“내 이번엔 절대로 그냥 가지 않으리라”.
언제부터 왔는지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몇 년에 한 번씩 씩씩 대면서 절을 찾고 있다
“말씀을 해 주시지요”
“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으니 그 모든 것에 대해서 알려 주시지요”
뚱딴지같은 그였지만 늙은 스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언제나 같은 말
“그 두 손을 가지고 당신이 물을 온전히 담고 있으면 내 이야기해 줌세”
남자는 두 손바닥을 위로하고 손을 모아 물을 담았다.
“언제까지 이렇게 담고 있으라는 거야” 짜증 섞인 내면의 목소리는 항상 있었지만 그는 꾹 참기로 했다.
언제나 그랬다.
손에 힘이 조금씩 빠지자 물이 두 손 사이와 손가락 사이로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오늘은 전보다는 양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손이 아파온다.
조금만 더 참아 보자
조금만 더
하지만
그만 손이 풀어져 물이 다 쏟아진다.
“왜? 안 내려가고 뭐 하고 있소”
“스님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한 번 더 기회를 주십시오”
“그래요?”
“그럼 한 번 더 해 보시게”
남자의 말투가 바꿨다.
그리고 눈 빛도
남자는 다시 손을 모으고 물을 담았다.
그리고 물을 다시 한번 응시한다.
“꿀꺽 꿀꺽”
남자는 갑자기 손에 담고 있는 물을 마셨다.
“허허.. 이제 뭘 안 것 같으니 다시 찾아오지 말게나. 그동안 말동무 해 줘서 고맙네”.
“잘 살게”
남자는 울면서 큰 절을 하고 그 절을 내려온다.
하얀 눈 밭 남자의 발자국,
눈이 오려나
곧 이 발자국도 다시 덮히리라
새로운 눈으로
누가 언제 다시 찾아올까
아무 사연도 모른체
누가 또
담으려고 하면 힘이 든다
담고 있으면 흘러내리거나 빠저 나온다
난 손바닥 만한 물도 담아낼 수 없다.
온전하게 담아내는 것
내가 물이 되거나
내 몸이 강한 그릇이 되면 된다.
그릇은 깨지기 쉬우니
내가 물이 되는 것이 더 확실하다
물은 들어가서 정화되고
남은 찌꺼기가 다시 소변으로 나온다
우리는 계속 물을 마셔야 한다.
안 그러면 죽는다.
마음의 우물엔 물이 차 있는가?
우물 옆엔 많은 꽃나무 과일나무들이 있는가?
우물로 사람들과 짐승들이 마시러 오는가?
그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