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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이세라 Oct 03. 2024

빈집

빈집


수많은 책들을 아무리 읽어도

내 머릿속은 여전히 빈집 같다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비어 있는 공간

그 빈 곳에 

그날 손에 들고 있는 책의 문장들이 

그때그때 지나갈 뿐


어떤 때는 속독으로 빠르게

어떤 때는 잡념들과 뒤섞여서

집중을 놓아버리면

어느새 잡념들이 

빈집을 가득 채워 버리고 만다.


책을 안 보면

스마트폰이나 카톡이 


그래서 황급히

'책이라도' 들여놓으려고


머릿속은 늘 자리다툼 중


책에 쫓기며 

필름이 몇 배속의 속도로 돌아가던 머릿속

일시 정지 버튼을 눌러

책을 잠시 비운 동안


그 빈 공간에

들어와 재빨리 마음껏

자리를 차지해 버리고 마는

불편한 생각들


집을 비워놓는다고

어디로 간지 모르는 

어디에 있기나 한 건지도 모르겠는

그 누군가인 나는

돌아오지 않는데


불편한 생각들을 몰고 오는 내가

힘이 세고 빠르니까


일시 정지 버튼 

해제하고

책으로 

다시

굴러가야 하려나


나는 그때그때

빈집을 차지하고 있는

그 무언가의 나일뿐


아무리 책을 읽고

사람들을 만나도

그 모든 것들이

나를 온통 휩쓸고 지나가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여전히 텅 비어버리는 

빈집


텅 비어 있는 빈집을

차지하려고 언제나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불편한 생각들


(2024.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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