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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군 Jan 19. 2024

에티오피아, 중경삼림 그리고 산책

습관에 대해서

<동네 흔한 텃밭 뷰>

커피와 영화, 그리고 산책



회사에 출근해 자주 커피를 마신다. 습관처럼.

먹다 보니 커피를 좋아하게 되었지만, 사실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피곤해서

일을 할 수 없다. 커피는 회사에서 어떻게든 버티기 위한 나만의 필수품인 셈이다.


커피 외에 내게 다른 습관은 무엇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반복적으로 하는 일이 딱 떠오르지 않는다.

그건 바로 내 의지가 약하기 때문인데, 다른 말로 해석하면 게.으.름.

학생 때 엄마에게 많이 들은 이 한마디가 나를 잘 설명한다.

"너는 머리가 좋은데 왜 끈기가 없니? 노력하면 좋은 대학에 갈 놈인데......"


많은 사람들이 취미란에 써넣는, 책 읽는 습관도 내겐 없다.

난독증 같은 증세가 있어서 조금만 어려운 문맥의 글은 책장을 쉽게 넘기지 못해, 책을 멀리하며 살았다.

몸도 (군대는 현역 1급으로 갈 정도로 이상은 없지만)

조금만 무리하면 상처를 입는 비루한 몸뚱이라 운동을 오래 한 기억이 없다.

(그러고 보면 내 이름에 있는 '상'자의 한자는 '서로 상'자인데 지나가는 어느 도인인지 스님인지 모르지만

'상'자가 상처가 많이 날 '상'자니 이름을 바꾸라고 했지만, 고집 센 우리 부모님은 그냥 이름을 놔뒀다나 말았다나 하는 이야기도 있다. 중요하진 않지만 암튼)

헬스니, 요가니, 필라테스니, 골프니, 러닝을 하면 꼭 허리나 팔꿈치, 발바닥 등이 안 좋아진다.

그러면 운동을 그만두게 되고, 결국 습관이 되질 못했다.

(쓰다 보니 무슨 변명문 같긴 한데......)


이런 와중에 그래도 좋아하면서 지속해서 하는 것을 끈기 있게(?) 찾아보니 

2개로 압축되는데, 바로 영화 보기와 산책이다.

영화는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나 왓챠, 디즈니+ 에서 주말이면 한두 편씩을 본다 


회사 업무에 지친 영혼과 집에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덜어내기 위해 영화를 본다. 이 시간 동안 주인공과 사건에 빠져서 다른 생각을 하지 않으니 

나만의 도피처인 셈이다. 

미드와 중드, 일드 같은 외국 드라마에서부터

로코와 SF, 호러, 액션, 코미디, B급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섭렵한다.

영화를 보고 기록하는 왓챠피디아에 약 2천 편의 별점을 매겼는데,

영화에 대한 애정은 시나리오까지 관심이 확장되어

시나리오를 쓰는 학원을 찾아가 배우기도 했다. 

이 정도 관심이면 영화 보기는 습관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자주 하는 다른 것은 산책인데,

실내에 하루 종일 틀어박혀 있는 것을 싫어해서

주말이면 잠시라도 밖에 나와 동네를 어슬렁거린다.


서울 외곽으로 이사 와서 좋은 점은 자연을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아파트 단지를 조금만 벗어나면 바로 논과 밭이 있고, 산과 벌판이 펼쳐져 있다.

단지 뒤에 작은 산도 쉽게 올라갈 수 있다.

그중에 가장 즐겨 찾는 산책코스는

20분 정도 차를 타면 갈 수 있는 곳이다. (차 타고 가는 곳을 산책코스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바로 텃밭이 있는 장소인데, 몇 년 전부터 시에서 하는 텃밭을 분양받아 과일과 채소를 길렀다.

하지만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나는 자연의 이치를

장마와 태풍으로 쉽게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후, 

지금은 텃밭을 그만두고 그 주변을 걷는 정도로 활용하고 있다.

남한강 물줄기와 멀리 이름 모를 산이 보이는 이곳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산책하기에 딱 좋다.

(두세 평 정도 작은 텃밭에서 무엇인가를 얻겠다고 욕심을 부리다, 손을 놓고

주변을 보니 참 즐겁다는 그런 이야기인 듯)


보고 걸으며 생각을 비우고 멍때리기 위한 시간.

그러고 보니 영화를 보거나 산책하는 것은 일상에서 찌든 스트레스를 잊기 위한 수단이고

이 습관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버팀목인 듯하다.

그래서 부모님과 어른들은 좋은 습관을 만들라는 잔소리를 어린 내게

그렇게 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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