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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자! 할 수 있는 보물보다 값진
친구들

청록회 10년의 기록

by Pelex

야! 자! 할 수 있는 보물보다 값진 친구들

청록회 10년의 기록


프롤로그:

어찌어찌하여 짊어진 무게,
벌써 10여 년이 흘렀습니다.
‘청록회’라는 이름으로 고교 동기 소모임의 총무 완장을 찬 세월이 말입니다.

워낙 내성적인 사람이라 동창회 활동도 미적지근했던 제가
처음 총무직을 맡았을 때는 스스로도 의아했습니다.
하지만 존경하는 김○국 회장님과 박○규 부회장님의 든든한 뒷받침,
그리고 ‘겸손과 배려, 최선을 다하자’는 제 작은 다짐으로 시작한 봉사는
어느새 제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강남 모임에서 출발해 전국구로 확산되었고,
‘남도 맛기행’, ‘땅끝마을’, ‘백두산 여행’까지 가족이 함께한 추억들이 이어졌습니다.
청록회는 단순한 모임을 넘어,
세월을 엮어주는 따뜻한 끈이 되어 주었습니다.

총무라는 이름보다는,
오랜 친구들을 이어주는 작은 다리 하나로 남고 싶었습니다

친구들의 연대:

지금, 새로운 동반자가 절실한 이유

요즘 들어 그 다리의 무게가 조금 버겁다는 것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특히 존경하는 김○국 회장님과 박○규 부회장님께서
건강 회복을 위해 애쓰시는 모습을 뵈며,
저 또한 깊은 책임감과 함께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이 자리를 굳건히 지켜오신 두 분의 헌신을 감히 대신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그 마음을 함께 나눌 새로운 동반자가 절실합니다.
이는 짐을 내려놓기 위함이 아니라,
회장님들께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드리고자 하는 우리의 연대입니다.

부디 우리의 우정의 장을 더 단단히 이어갈 새로운 손길이 나와 주시기를 바랍니다.

전임회장이신 윤○석 고문님의 ‘청록회’ 명칭 개정은 탁월한 결정이었습니다.

현재 강남에 거주하는 친구들은 서너 명에 불과합니다.
청록회는 전국의 모든 친구들이 함께하는 모임이며,
지역에 관계없이 누구나 회장으로 봉사할 수 있습니다.

회장님과 회원 모두가 잠시 숨 고르며
서로 깊이 교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1장:

종심(從心)의 경계에서 마주한 삶의 본질

우리 나이가 되니 새삼 ‘삶의 평준화’라는 진리를 깨닫습니다.
학력, 권력, 재산, 지위...
한때 도토리 키재기 같던 시절을 지나 반세기를 돌아오니
결국 ‘그게 그거’가 되더군요.

세상이 덧씌운 모든 수식어가 무의미해지는 순간,
우리는 다시 ‘까까머리 시절의 친구’로 돌아섭니다.

종심(從心)의 경계에 선 우리에게
평준화란 외적인 조건의 무너짐이 아니라,
내적인 지혜의 완성입니다.

화려한 삶을 살던 친구도,
조용한 길을 걷던 친구도,
모두 저마다의 짐을 안고 살아왔다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이제 우리는 물 흐르는 대로, 구름 가는 대로,
비우며 살아야 할 나이가 되었습니다.
진정한 여유란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보듬을 줄 아는 마음 아닐까요

제2장:

만남의 미학, 마음의 빚을 갚는 시간

살다 보니 “야! 자!” 하고
단숨에 말 트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우리 동기들뿐이더군요.

나이 들어도 어울릴 수 있는 친구,
그런 친구는 보물보다 값진 존재이며
우리 삶의 유일한 정신적 닻입니다.

이제 우리의 만남에는
기대도, 조건도, 계산도 없습니다.
그저 마음으로 서로를 감싸 안고,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는 만남이면 충분합니다.

사소한 오해로 등을 돌리지 말고,
사는 날까지 용서하고 사랑하며,
같은 눈으로 같은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인연이기를 바랍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진심은 언제나 고요한 순간에 드러납니다.
식사 후 조용히 밥값을 계산하는 친구,
다툰 후 먼저 손 내미는 친구,
늘 안부를 물어주는 친구—
이들은 돈보다 관계를, 자존심보다 우정을 더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입니다.

소중한 인연을 아끼고,
서로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행복한 삶의 모습이 아닐까요.

지금, 우리가 함께하는 소중한 이유

(연말 모임 초대)

사랑하는 청록회 동기 여러분!

벌써 2025년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이제는 삶의 깊은 연륜이 묻어나는 모습으로 다시 마주합니다.
희끗한 머리칼 위로 번지는 웃음꽃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우리 사이에 감추거나 아낄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훗날 슬픈 일로 만나 부조금 들고 오기보다,
건강하게 살아 있는 지금—
박장대소하며 소주 한 잔 나누는 자리가 더 값지지 않겠습니까.

지나간 일은 덮고, 용서하고, 웃으며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만남이 되었으면 합니다.

바쁘시더라도 꼭 참석하셔서
정겨운 연말을 함께해 주시길 바랍니다.


청록회 연말모임안내

(부부 동반)

♡일시:2025년 11월 29일(토) 13시

♡장소:도곡동 반트타워차이본점(02-2057-7007)

♡회비:당일 회비 없음

에필로그:

인생 칠십, 남은 날까지의 약속

“인생 칠십은 시속 70km로 달린다”더니,
이제 우리도 종심(從心)의 언덕에 서 있습니다.

주변에서 한두 동기가 떠나가고,
이번 만남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소소한 행복과 ‘친구야~’라는 말의 달콤함을
가끔 잊고 살았습니다.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는 어리석음을
이제는 반복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부디 아프지 마시고, 늘 건강하십시오.
새로운 친구를 만나 예의 차릴 나이보다,
옛 친구와 막걸리 한잔 기울이며 웃는 게 더 좋지 않겠습니까.

이제 남은 날 동안 몇 번이나 더 만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만남마다 변치 않는 마음으로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만남은 하늘이 주는 인연입니다.
모든 가정에 평안이 깃들고,
하시는 일마다 행운이 함께하길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5.11.04.
청록회 총무 권○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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