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100일의 기록
오늘로 입사 100일이 됩니다.
지금 돌아보면 별것 아닌 일일 수도 있지만,
그때의 나는 버티는 내내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입사한 지 석 달째 되던 날, 한 번 사표를 낸 적이 있습니다.
면접 때 “제가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재평가해주십시오.”라고 했었고,
그 말대로 나 스스로 한계를 느껴 그만두겠다고 했습니다.
그 사표는 반려되었습니다.
그때는 그 이후 뭔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변화는 바깥이 아니라,
내가 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술자로 살아왔다면
그리고 세상을 바르게 살아야 한다고 믿어왔다면
참 받아들이기 힘든 일들이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만 해도 그랬습니다.
“현장에 사용할 도료가 없다고요?”
나는 차분히 답했습니다.
“오늘 이 현장에 처음 오는 날이라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를 아직 모릅니다.
확인한 결과, 도료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말을 했지만,
그 말이 전달된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지지난달에는 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200평 미장 작업.
시방서에는 3회 바름이라 되어 있는데
사장님은 하루 만에 1회 바름으로 끝내라고 했습니다.
“기준과 다릅니다.”
라고 말했다가
욕을 들었고, 결국 지시에 따랐습니다.
예상대로 하자가 났습니다.
비용은 3회 바름보다 더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그 결과는
“네가 잘못 지시해서 그렇다”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입사 100일
그동안 회사를 떠난 직원은 7명,
떠날 예정인 사람 1명.
가장 오래 남은 직원이 겨우 1년 남짓,
그 사람조차 그만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2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해왔지만
이런 곳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회사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맡은 일은 마무리하고 떠나려 했습니다.
마침 다른 곳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입사 가능하십니까?”
그때 마음속에서 조용히 올라오는 한마디가 있었습니다.
이런 곳도 버텼는데,
다른 곳은 왜 못 버티겠나.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나는 다시 현장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그 사실 하나는 이 회사가 남겨준 작은 선물이었습니다.
— 2008.08.18
첩첩산중 둘러싸인 산세는
마치 단종의 억울한 한이 아직도 머물러 있는 듯,
그 서늘한 기운이 동강을 따라 흐르는 것만 같았습니다.
안간힘을 쓰며 버텨낸 직장생활도
이제 3개월을 끝으로 막을 내리려 합니다.
3개월, 그러나 체감은 3년이었습니다.
웬만하면 참고, 잘해보려고 무던히도 애썼지만
이제 막상 그만두려 하니
힘이 풀리는 듯, 허전함도 스며듭니다.
그러나 추해지기 전에 떠나는 것이
나를 위한 마지막 예의라 생각합니다.
등에 지고 있던 짐을 내려놓은 듯
마음이 한없이 가벼워집니다.
떠나는 자에게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부족함은 나에게 있었고,
돌이켜보면 모든 말은 변명일 뿐입니다.
그저…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 2008.08.19
질문
“당신도, 버텨야 했던 100일이 있었나요?”
오늘, 당신은 잘 버티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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