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로라 Sep 20. 2024

IMF사태 직전의 호황 신기루

저는 90년대 중반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97년 말 IMF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90년대 대한민국은 다가올 시련을 알지 못한 채 겉으로는 호황이 계속되었고 사회 분위기도 들떴습니다. 요즘에 비해 취직이 수월했고 한번 취직을 하면 회사가 망하거나 큰 사고를 치지 않는 한 정년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는 평생직장이 보장된 시절이었습니다.  연말 송년회는 식당이나 카페를 빌려서 흥청망청 보내기도 하고 반기마다 실시했던 야유회에서는 장기 자랑을 통해 1등을 해외여행까지 보내 준 적이 있었는데 1 등상이라는 것이 술에 취해 제일 황당, 엽기적으로 무대에서 논 사람에게 돌아간,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어처구니없고 비생산적인 일들이 당시에는 종종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경제 위기 신호들이 매스컴에 서서히 등장하더니 한순간에 외환위기가 와 IMF 구제 금융을 받는 사태가 되었습니다.  한순간에 주식시장이 곤두박이칠 쳤는데 며칠 동안은 대부분의 주식이 아예 하한가를 벗어나지 못하더군요. 저는 90년대 중반부터 주식을 시작했는데 당시 경기가 좋아서인지 수입이 짭짤하여 꼭 회사를 다닐 필요가 있나라는 엉뚱한 생각도 가끔 했는데 IMF 사태로 그야말로 쪽박을 차게 되었습니다. 또한 은행 대출이 있는 분들은 갑자기 대출 금리가 몇 배 올라 곤경에 처했으며 이 때문에 근무시간에도 자포자기 심정으로 은행과 절망적인 통화를 하는 동료 직원들을 보는 것이 일상생활이 되어 버렸습니다.  


많은 회사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가기 시작했고 저희 회사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어제 바로 옆에서 함께 근무하던 동료가 갑자기 본부장 호출을 받아 본부장실에 들어간 후 경직된 얼굴로 나오더니 다음날부터 결근을 한 후 주말에 살짝 나와 짐을 싸고 나가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정말로 하루하루 지뢰밭을 걷는 분위기였고 오늘 하루 본부장님 호출을 받지 않으면 "오늘은 살았다"하는 하루살이 생활이 몇 개월 지속되다가 저희 회사는 결국 청산되고 모회사로 편입이 되었습니다. 


저는 운 좋게 가까스로 살아남아 모회사로 함께 편입이 되었습니다.  동료 직원들의 약 30 ~ 40퍼센트가 정리해고되었고 회사도 망해 모기업으로 편입되어 가면서 불과 몇년 전의 흥청망청 송년회, 야유회는 비현실적인 추억이 되었던 시기였습니다. 어느 야유회 당시 우리의 10년 후 모습을 담은 타임캡슐을 파묻고 2000년대에 열어보자라고 희망차고 패기 있게 건배를 했던 동료들 중 상당수는 떠나갔고 그 타임캡슐은 당연히 지상에 나와 보지도 못하고 이제 기억에서조차 사라져 가고 있네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