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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라 Jul 18. 2024

유럽의 음주운전 단속

유럽 국가마다 차이는 있겠습니다만 대부분의 국가들이 우리나라에 비해 음주운전 단속을 심하게 하지 않는데, 유럽인들은 음주를 하더라도 와인이나 맥주 한두 잔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아 그런 것 같습니다. 물론 많이 마시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의 프랑스 고객 중 한 분은 점심에 반주로 와인 1병을 마시더군요. 


제가 오랜 기간 유럽에 살면서 음주 단속에 걸린 적이 4번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중 3번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상태여서 아무 문제가 없었고 한 번은 맥주 3잔을 마신 상태어서 단속 시 약간 긴장했는데 단속 경찰이 음주 수치를 보더니 몇 잔 마셨냐 물어봐 정직하게 맥주 3잔 마셨다 하니 통과시키더군요.  이후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맥주 3잔 정도가 처벌을 받지 않는 경계선이라 하더군요. 


음주 단속 빈도는 한국에 비해 월등히 낮지만 만일 음주 단속에 걸리면 그 처분은 훨씬 가혹합니다. 제가 아는 한국분이 네덜란드에서 음주단속에 걸린 적이 있었습니다. 소주 2병 정도를 마신 후 걸렸다 하니 우리나라에서는 면허 취소 수준인데 네덜란드에서도 역시 면허가 취소되었습니다. 면허 취소 후 1년이 지나야 다시 면허 신청 이 가능한데 그때까지 반기에 한번 정신과 검사 (음주의존도 검사)를 통과해야 하고,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혈액 알코올 수치 검사도 통과해야 합니다. 적은 양이라도 음주 후 몇 주간은 미세한양의 알코올이 혈액에 남아 있기 때문에 이 혈액검사를 통과하려면 검사 몇 주 전부터 금주를 해야 하며, 이 검사를 1년에 몇 번 하기 때문에 그렇게 술을 좋아하시던 이분도 1년간 금주를 하셨으며 분위기상 맥주 한잔정도 해야 할 경우 노알코올 맥주를 선택하실 정도로 금주생활을 하셨습니다. 이렇게 1년 동안 술 한 모금 입에 안 대셔서 완전히 술을 끊으신 줄 알았는데 면허를 다시 취득하신 후에는 다시 예전과 같이 술을 즐기셨는데 1년 동안 술을 못 마신 거에 대한 보상 심리가 있어서인지 금주 전보다 더 주량이 느셨습니다. 하지만 음주 운전은 절대로 하지 않으시더군요. 


한 번은 독일에서였습니다. 전시회가 있어 본사 출장자들과 일정을 소화한 후 저녁을 먹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약 50 키로 정도 국도를 달려야 했습니다. 저는 저녁식사 때 술을 마시지 않아 제가 운전을 하려 했는데 와인을 3잔 마신 후배가 부득이 자기가 운전을 하겠다더군요. 그 친구의 음주량이 많지 않았고 음주 후 시간도 어느 정도 경과하고 커피도 한잔 마신 상태라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 후배에게 운전을 맡겼습니다. 반쯤 갔을까 갑자기 경찰 바리케이드가 보였고 독일 경찰 5~6명이 차를 정차시켰습니다.  대부분이 남자 경찰이고 한 명이 여경이었는데 덩치들이 산만한 (가장 왜소한 여경도 키가 180 센티에 가까운 것 같았습니다), 짙은 경찰복에 권총으로 무장한 독일 경찰들을 밤에 보니 죄를 짓지 않았는데도 가슴이 철렁하더군요. 그리고 비록 와인 3잔이었지만 어쨌든 음주를 한 후배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경찰들의 지시로 둘 다 차에서 내렸는데 음주 측정기를 운전한 후배가 아닌 저에게 들이대더군요. 운전석, 조수석에서 각각 나와 측정기까지 몇 미터 이동했는데 워낙 어두웠는 데다가 저와 후배가 안경을 썼기 때문에 경찰들이 저를 운전자로 착각한 것 같습니다. 저는 지체 없이 측정기를 힘껏 불었고 당연히 결과는 비음주로 나와 이제 더 이상 무섭지 않은 경찰들의 "Auf Wiedersehen"이라는 인사를 들으며, 끝까지 운전자 행세를 해야 하는 제가 운전을 해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위압감을 주었던 경찰들이 친근하게 변한 헤피앤딩이었지만 저렇게 눈썰미들이 없어 어떻게 범인을 잡나 걱정도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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