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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is is HNZN Sep 06. 2023

글 쓰고 싶어졌다. 과학고에서.

대장정의 시작이랄까.

의식이란 무엇일까.

적어도 이 글을 읽고 있는, 같은 땅을 밟고 있는 사람이라면 정답을 내놓을 수 없는 문제일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손가락을 베어서 비명이 나올 때까지, 과정을 세포 단위로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신호가 들어와서 출력되기까지의 경로를 설명할 이다. '나'라는 자아가 마치 극장에 앉아 눈을 통해 들어온 영상을 보고 있는 것처럼, 감각기관에서 들어온 정보가 어떻게 이토록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인지 설명하지는 못한다.

매 순간 '나'라는 존재가 연속적으로 전달되는 것인지, 아니면 아주 짧은 시간이 지날 때마다 그 정보가 현재에 복사된 후, 과거의 '나'는 삭제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라는 존재는 항상 변하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매 순간 존재가 복사되고, 또 삭제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10년 전의 자신 또한 자신이라고 할 수 있지만, 동시에 자신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다른 존재다. 과거의 자신 또한 자신의 일부인데 시간이 흐르는 대로, 그저 사라지게 놔두는 것이 조금은 아쉽지 않은가.

지난 몇 년 동안 종종 동영상을 올렸다.

유튜브는 필자의 동영상보다는 그보다 짧고, 빠르고, 화려한 동영상들이 조금은 더 어울리는 플랫폼인 것 같다. 결정적으로 동영상에 생각들을 미처 다 담아내기도 전에, 이미 새로운 생각들이 머릿속을 채워버리곤 했다.




이지선 교수님의 강연을 들었다.

기회가 되어 강연을 듣기 전, 학교에서 책을 받을 수 있었고,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이야기가 너무 아팠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살아간다는 것은 그 자체 만으로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간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왜 살아가야만 하는지, 존재해야만 하는 자명한 이유를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선명한 감정이 어느 날 갑자기 휘발될까 봐 글을 쓰고 있다.

인생은 낭비의 연속인 듯하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은 늘 벅차오른다.

살면서 최선의 선택만을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숨을 쉰다는 것이 지구의 대기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대기 중에 있는 질소를 고정하여 유용한 물질로 바꿔줄 수 있는 환경 친화적인 신체 기관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오늘을 살아가야만 하는 이유는 지금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 만으로 설명이 된다.




낭비가 살아가는데 필연적인 부산물이라면, 기왕이면 자신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과정에서, 또는 의미 있는 것을 창조해 내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면 좋을 것 같았다. 어차피 지나갈 시간이라면, 기왕이면 다른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곳에 나의 시간을 연소시키고 싶었다.


지식이 불완전하다는 이유로 기록하지 않았다가는 결코 아무것도 기록할 수 없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지금부터 이곳을 새로 알게 된 컴퓨터공학, 로봇공학 지식이나, 학교에서 연구를 하며 알게 된 것들을 천천히 쌓아가는 공간으로 사용하려 한다.

이번 해 초부터 개인 연구에서 개발 중인 SEGMENT라는 로봇이다. 이 아이에게 걸음마를 가르쳐주고, 그 과정을 천천히 남겨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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