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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주 Nov 25. 2024

축배의 잔

술을 끊기는 개뿔 다만 지나치지 않게 마셨다고 정신승리를 하고 있습니다. 흥이 오르고 얼굴이 벌게지도록 방방 뛰다가도 주저앉고 재밌었습니다. 익숙한 도시에서 그동안 못 나눈 이야기도 하며 다시 여기서 일한다면 어떠할지 상상을 했습니다. 외노자로 살기 갑갑하고 억울하다며 홀라당 도망가놓고 망각이라는 게 참 재밌지요.


저는 이때껏 쉰다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요. 쉬면 뭐가 그리 특별할까 그랬는데 어라라 이거 꽤 괜찮네요. 휴식의 가치를 새로이 인식합니다. 그동안 저는 인내는 쓰고 정작 열매는 썩어버린 그런 상태를 반복해 온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구질구질한 감정은 딱히 없고 그냥 그럴 수도 있지 뭐 어쩌라고 싶어요.


그러고 보니 다시 떠나야 하는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날이 따뜻한 곳에 있어서 참 좋았는데요. 멋대로 뛰어대던 심장도 한결 차분해지고 상태 변화를 이룬 덕택일까요. 힘든 기억이 힘들지 않아 졌습니다. 어떠한 계기가 있던 건 아니에요. 그냥 자연스럽게 그리 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그래왔어요. 절망에 비되어 허덕이다가도 어느 순간에 이르면 납득이 되고 재차 타오르기 시작합니다. 대가리 꽃밭 같다는 말도 몇 차례 듣긴 했는데 그러던 말던 상관없습니다. 실제로 저에게 있어서 살아간다는 것이 참 별거 없거든요. 끊임없이 탈피하며 세계를 만나가는 과정입니다. 앞으로도 마주할 것이 많기에 삶은 축복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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