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무화과 Aug 31. 2023

카페사장이 되고 싶지 않아

내가 너의 구원이라면

전 사실 잘 모르겠어요. 커피 먹는 것도 좋아하고 카페를 가는 것도 좋아하지만 카페 사장이 되고 싶지 않았어요. 음식을 먹는 데에 큰 기쁨은 없어요, 다만 이유가 함께 하면 좋은 정도예요. 다수의 사람들은 일 그만두고 카페를 차리는 것이 소원이라는 말을 많이들 하지만, 저는 집에서 커피도 내려먹고 빵도 많이 만들었지만 그냥 즐기는 정도가 좋은 거죠.


저에게는 사촌언니가 있어요, 그녀는 지지라고 부를게요.

지지는 저에게 아픈 손가락이에요, 너무 아파요. 지지는 저의 언니지만 모르겠어요. 전 가끔 지지의 보호자 역할을 하기도 해요 또 지지는 마음 둘 곳이 없어 많이 외로워해요.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다니기도 했죠,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지 말라하지만 [그럼 난 누구랑 놀아..? ] 라고 했던 기억이 나요. 지지는 친구가 별로 없거든요.


제가 그녀의 친구가 되어 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별개로 그녀는 입원을 해야 했어요. 저는 의사가 아닌걸요 24시간 곁에서 감시할 수도, 또 제가 그녀의 맘에 꽉 차는 사람이 될 수도 없었어요. 그리고 저는 그리 마음이 넓고 아량이 넓은 사람이 아니었어요.


도돌이표입니다, 마음이 공허하니 술을 마시고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요.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고 술을 먹으며 주정을 부리니 보통의 일상을 보내는 친구들과는 멀어지게 되는 거예요. 고립되어 버린 마음은 공허함을 채우려 술과 친구들에게 집착하게 되고, 그 친구들도 비슷한 챗바퀴를 돌리는 날들을 보내니 결국 공허한 무리만 남는 거예요.


이미 커버린 어른은, 자아가 있어 말을 듣지 않는답니다.


저는 어르고 달랠 넓은 마음도, 그를 곁에 두고 안정시킬 시간도 없었습니다. 저 역시 보통의 일상을 보내는 사람이니까요. 그럼에도 술에 취한 전화를 받거나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그냥 대꾸해 주는 거예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보살핌인 거죠, 전 지금 조금 덜 자고 내일 출근해서 피곤해하는 정도? 그 정도가 저의 아량인 거예요.


언젠가 지지가 많이 아팠을 때, 보통의 삶을 보내는 친구들을 같이 만났어요. 그런 친구들이랑 어울리면 지지가 안정을 찾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다만 그런 사람들에게 지지는 너무 버겁고 일상을 흔드는 존재입니다. 결국 지지는 그들에게 차단당했어요. 이해할 수 있어요, 저도 그녀를 차단하고 싶었어요, 전 그럴 수가 없었죠.


다른 가족들은 그를 크게 걱정하지 않아요, 걱정은 하죠. 하는데, 그는 가족들의 일상도 흔드니까요. 술에 취한 전화를 꺼리게 되는 거예요. 그리고 반복되는 이 일상은 더 이상 어떤 사건이 아니게 되어버린 거예요. 이런 일들이 반복되어도 우리는 무뎌져갑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 전화를 안 받으면, 나 마저 그녀를 저버리면 어떤 사건이 발생될까 저는 잡는 거예요. 무슨 일이 크게 나지 않지만, 크게 날 수도 있었거든요.


가족들이 무뎌진 것은 제 마음을 아리게 만들지만 한편으론 이해가 가요, 우리는 일상을 보내야 하니까요. 그리고 또 저 역시 무뎌지고 싶은 날도 있습니다, 저 역시 무던히 하루를 마무리하고 앞으로의 일상을 보내고 싶어요.


카페는 정말 하고 싶지 않아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제 꿈이 아니에요. 정말 원치 않아요. 근데 그런 이야기는 자주 들었습니다, 카페를 차렸으면 좋겠다고. 잘할 거라고. 저는 그 말을 들으면 두려웠습니다. 정말 하고 싶지 않은데, 끝내 세뇌당해 내가 도전하게 되는 거 아닐까?라는 두려움이 있어요.


근데, 지지가 제게 저와 함께 카페를 차리고 싶다는 말을 했습니다.


제가 만드는 빵은 너무 맛있고 이제는 뭐라도 하고 싶다고. 이런 생활은 그만하고 싶고 이젠 일어나고 싶다고 1시간 내내 말하는 거예요. 그럼 저는 또 진지해집니다. 지지는 술에 취해 진심이 아닐지도 몰라요. 저만 진심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카페는 정말 하고 싶지 않아요. 해보지 않아도 어려울 것 같아요. 시도했다가 망할 것 같아요. 전 너무 어리고 무일푼입니다, 전 무얼 먹는 것도 즐거워하지 않는 사람인데요. 전 패배를 맛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 경험은 겪지 않아도 아플 거란 걸 알고 있어요.


그런데 이제 그 진심이 아닐 수도 있는 그녀의 말들이 저를 또 흔들리게 하는 거예요.


몇 시간을 통화해도 다음 날 일어나면 우리가 나눈 대화는 없던 일이 되어버리는 지긋지긋한 반복에도 그 전화를 받는 이유는 그녀가 사라질까 봐 두려워서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은 대화를 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에요.

이런 생활 그만하고 싶고 일을 하고 싶다는 말은 정말 처음이에요.


두려워요, 두려워서 시도도 하기 싫어요, 저는 겁이 많아요. 평범한 삶을 보내고 싶어요, 적당히 짜치지 않는 직업 가져서 월마다 월급 받는 무난한 삶이요, 그 삶에 책 한 권, 좋은 향기 한 번, 맛있는 원두, 아름다운 꽃묶음 정도 있는 삶을 원했어요. 아직도 꿈꾸고요.


근데 어쩌겠습니까, 지지는 저의 아픈 손가락이고 저는 그가 일어나길 원하는 사람이에요. 내일이 되면 알게 되겠죠, 무난한 삶을 꿈꿀지 두려운 삶으로 나아갈지.


전 야망이 없습니다. 겁쟁이예요.


다만 어쩌겠어요. 내가 그의 구원이라면, 제가 해내야겠죠

두려워도 그녀가 제 삶에 없는 것보다 두려운 것이 있을까요. 이 두려움을 이기면 매일 밤 지지의 부고전화를 받을까 마음 졸이던 삶이 변할 수도 있다는 희망회로를 돌리게 됩니다. 언제나 우리의 대화는 사라졌지만, 그럼에도 저는 우리의 대화가 사라지는 것이 지지가 사라지는 것보단 덜 아플 것 같아요.


물론 내일이 되면 전부 없던 일이 될지도 몰라요, 그래도 뭐든 해보기로 마음먹었어요. 적어도 지지가 오늘 밤에는 희망을 부푼 가슴으로 잠들지 않았을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