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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의 멈춤 끝에서, 다시 나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사람들에게 성장을 말하던 내가, 남몰래 멈춰있다.

오늘은 그냥 누웠다.

아침 필라테스도 하고 왔으니, 조금 쉬자며 잠깐 드러누운 침대 위에서 손에 쥐어진 핸드폰 안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흘러지나 간다.

분명 내 눈을 거쳐 들어온 수많은 영상들은 내 뇌를 흘러갔나 싶을 정도로 기억도 안 나는데, 문득 속절없이 흘러버린 건 시간이었다.


거실에는 아침 일찍 틀어놓은 크리스마스 캐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렇게 가다간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의사 선생님말에 하고 있던 모든 일을 멈춘 지 8개월 차.

2025년을 꼬박 쉬는데 보내고 있다는 허탈함 그리고 이제는 간혹 찾아오는 초조함이 살짝 고개를 내민다.

이만큼 쉬었으면 이제 조금씩 시작한 업무라도 제대로 해야 하는데, 오늘도 이렇게 방탕하게 쉬어도 되는 걸까.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움직이지 않는 나를 보면서 오늘도 스스로를 죄인으로 만든다.

아무래도 기억에는 남지도 않는 핸드폰보다는 책장에 수도 없이 쌓인 책.

그래 책을 읽자. 책은 마음의 양식이고, 지식을 주니까.


그래서 멈춰두었던 신유진 작가의 단편소설을 다시 읽었다. 유독 가슴을 저릿하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 때문에 도저히 더 이상 읽지 못하고 멈췄던 다음 챕터를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소설의 시작부터 슬플 요소들이 빤히 보인다. 오늘은 울지 말아야지. 이번 주에는 미뤄뒀던 강연 주제도 짜야하고, 온라인 강연 촬영도 해야 하고, 어제 오지랖 부려 수정한 지인 브랜드 제안서도 다시 한 번 검토해야 하니까. 뻔한 요소들이 만들어 낼 슬픈 스토리를 멋대로 예상하며 예방접종을 끝냈다.

그리고 겨우 30페이지 밖에 안 되는 소설을 끝내고는 양쪽 눈에 한가득 머금은 눈물만 뚝뚝 흘렸다.


주인공의 남편이 생을 마감하는 순간 보내던 마지막 인사가 너무 슬펐던 걸까.

내일을 꿈꾸지 못하는 나에게 매번 밝은 내일을 이야기하는 남편이 떠올라 슬펐던 걸까.


늘 사람들에게 성장을 외치며 쉼 없이 달리던 내가

진짜 지금 나와 같은 사람인지 나조차 믿기지 않는다.


그 간극을 메꿔보고자 쉼과 회복을 찾아 떠난 8개월간의 노력. 그 노력의 빛과 어둠을 솔직하게 풀어보려고 한다.

그동안 나를 옥죄어 오던 경영자라는 타이틀도, 작가, 학생, 유튜버라는 모든 거추장스럽고 무거운 짐들에서 벗어나 진짜 나답게 일어설 수 있는 건 기록이다.

초조함과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나다움 교화 프로젝트 시작.

2025.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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