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고물
무질서하게 진열되어 있는 빈티지 물건 중 신기하게 눈 속 조리개를 순식간에 열리게 하는 물건들이 있다. 평소 스타일과 다르게 오밀조밀 세밀하게 세공된 티스푼 브로치와 체코산 하얀 유리 귀걸이가 보였고 망설임 없이 집어 들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것이라는 점, 그리고 이 넓은 세상에 나랑 취향이 비슷한 사람이 존재했었다는 사실. 그리고 즉흥적인 내 선택에 무게를 실어주는 그 익명의 누군가를 알게 된 듯한 친밀감이 빈티지를 망설임 없이 집어드는 이유인 것 같다.
아이러니하지만, 고물상은 가본 적이 없다. 시대에 연관된 그 단어 하나에 편견이 개입되어 호불호가 갈렸었다. 그리고 지금은 빈티지 마켓을 일부러 찾아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고물상은 대도시가 소비한 욕망의 배수구라고 하는데, (폐자재는 그렇다고 부를 수도 있지만) 그때는 왜 고물상에서 보물을 찾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을 못했을까?
여름 한국방문 리스트에 동묘와 풍물시장을 넣었다.
누군가에게는 쓸모를 다하여 버려졌지만,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삶의 시작인 물건인 빈티지, 고물을 찾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