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기억
일 년 중 가장 쾌적한 영국의 반짝 여름 8월을 뒤로하고
덥다 덥다 연달아 불평하며 뜨거운 서울의 낮거리를 걷다 보니 매미소리가 유독 귀에 거슬린다.
여름을 알리는 매미는 즐거운 기억이었는데.
기다리던 여름방학과 시원한 계곡물, 청명한 그늘과 찬 수박이 연상되는 그런 것.
시차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새벽 2시에도 우렁 치게 울고 있는 매미소리를 듣자니, 습한 태양의 열기를 피해 다니며 들었던 매미소리는 앞으로 불쾌한 무더위의 기억으로 바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의 인고의 시간을 거쳐 겨우 한 달밖에 노래할 수 없는 매미인데. 자연을 거스르는 도시발달의 과함으로 길을 잃고 시도 때도 없이 우는 매미는 나의 여름 동반자에서 불청객의 기억이 되고 말았으니 너를 탓함이 미안하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