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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즐링 Oct 21. 2024

9월 다회, 인도차를 즐기는 시간


인도 차를 즐기는 시간, 압끼빠산드 산차


이제 뜨거웠던 여름날의 열기도 서서히 물러나고 가을의 선선한 기운에 자리를 내어주는 시기인데, 올해는 유난했던 여름이 쉬이 물러나지 못하고 9월에도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아무리 폭염이 기세를 떨쳐도 가을을 이기지는 못하지. 늦여름에서 초가을로 넘어가는 이 짧은 시간은 그래서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뜨거웠던 여름의 기억과 다가올 계절에 대한 약간의 설렘, 그 사이에서 서성이는 시간에 9월 다회를 준비한다.


계절이 여름을 지나고 선선한 공기가 뺨에 와닿으면 이제 홍차의 시간이다. 차를 마시고, 그러면서 조금씩 차를 알아가면서 차가 계절을 참 많이 탄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한낮 더위가 남았어도 가을의 문턱에서는 슬그머니, 묘하게도 홍차에 끌린다. 매력적인 붉은빛의 홍차 잔이 놓인 티 테이블은 가을날의 동화 같다.

9월 다회는 인도 차를 즐기는 시간으로 정했다. 인도 차 중에서도 고급 티부띠크 압끼빠산드 산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도 여행이나, 사업차로 방문한 사람들을 통해 들여와서 일부 사람들이 귀하게 마신 차였다. 지금은 온. 오프 매장이 생겨서 누구나 쉽게  즐기는 차가 되었다. 

누군가는 “모든 찻잔에는 상상의 여행이 담겨 있다”라고 했다.

이제 차의 나라 인도를 상상하며, 차 한잔에 담긴 여정을 함께 따라가 볼까~


웰컴 드링크는 리슬링

포도가 잘 익어가는 이 계절은 마지막 단맛을 올리는 시기다. 웰컴 드링크인 리슬링 와인은 독일의 청포도인 리슬링 품종으로 잘 익은 포도를 수확하여 담근다. 투명한 레몬빛의 와인은 머스캣, 살구, 복숭아, 라임, 레몬, 꿀 등 여러 가지 과일향과 단맛이 잘 어우러져 매력적인 풍미가 느껴진다. 달면서도 산도가 높아 

입안을 가득 채워지는 상큼함은 차와 잘 어울린다. 달작하게 입에 착 달라붙으면서도 시트러스의 산뜻한

느낌이 좋아서인지 한 모금 후엔 “오우~맛있어요”라고 한다. 티 샴페인이나 단맛이 느껴지는 화이트 와인으로 웰컴 드링크로 내면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금세 부드럽고 편안해지는 것 같아서 가끔은 이렇게 시작한다. 당연히 다음에 이어지는 무스카텔 향을 지닌 다즐링과도 잘 이어지고.. 


 다즐링 프레지던트&무화과 샌드위치

인도 히말라야 기슭의 다즐링은 비를 주관하는 신, 인드라가 신화 속에서 지니고 다니는 홀인 ‘도르제 링(천둥번개가 머무르는 곳)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 이름처럼 소나기가 자주 내리고 그러다 보니 습도가 높고 산비탈 흙은 산성을 띠면서 차가 잘 자랄 수 있다. 다즐링은 작지만 특별한 차나무 재배 구역으로 인도 

차나무 재배에서 보물섬과도 같은 곳이다. 다즐링에서 생산되는 차는 모두 오서독스 방식으로 가공되며, 

질감이 가볍고 색, 향, 맛이 매우 섬세하다. 뛰어난 품질의 다즐링 홍차는 다른 곳과는 확연히 다른 다즐링만의 풍미를 가지고 있다. 홍차치고는 산화도가 낮은 편이라 질감이 가볍게 느껴지는 것이다. 

퍼스트 플러시는 노랑을 띤 연한 오렌지빛으로 꽃향기가 느껴지고 찌르듯이 날카로운 맛이 특징이다. 

세컨드 플러시는 홍색을 띠며 풍부한 과일향이 감돌아서 농익은 풍미가 가득하다. 


                                               다즐링 프레지던트와 무화과 샌드위치


압끼빠산드의 다즐링 프레지던트는 인도에서 국빈이 오면 선물로 주는 차라고 한다. 프레지던트의 세컨드 플러시는 머스캣, 자두, 복숭아, 견과까지 다양한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뒤이어 구수함과 다즐링 특유의 찌르는 맛도 있어 상쾌한 느낌에 뒷맛은 깔끔하다. 아~역시 ’ 다즐링이야~‘라는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첫 잔은 온전히 차를 즐기고 둘째 잔에는 무화과 샌드위치를 내었다. 무화과는 이 계절에만 먹을 수 있는 부드럽고도 은은한 단맛, 벨벳 같은 식감의 과일이다. 크림치즈를 잘 풀어 말랑한 우유식빵에 바르고 도톰하게 썬 무화과를 올렸다. 다즐링의 섬세한 맛에 약간은 들큰달큰하고도 부드러운 무화과 샌드위치를 베어 물면 입안에서 스르륵 녹는 것 같다. 섬세와 부드러움의 환상적인 조화다.




 아삼 싱글 몰트와 토마토 샐러드


찻잎이 든 유리팟에 팔팔 끓인 물을 부으면 맵사한 듯 달큰한 향이 코에 와닿는다. 맛은 어떨까 궁금증을 참으며 기다리는 시간. 우려진 차를 도자기팟에 따르면 짙은 홍갈색 수색에 단향이 퍼진다. 한 모금 마시면 나뭇잎 같은 우디함과 엿기름의 쫀득한 몰티함이 마치 호박엿, 군고구마 같기도 하다. 진하면서도 은은하고 달큰하면서도 입안 가득 채워지는 긴장감이 있다. 긴장감 뒤로 부드럽고 둥글게 입안을 감싸는 시원한 숲의 향까지 느껴진다. 아삼 싱글 몰트에는 토마토 샐러드를 페어링 했다. 토마토와 오이고추, 양파는 채 썰어 매운맛을 빼놓고, 소고기는 얇게 썰어 볶다가 소금 후추 드르륵 갈아주면 된다. 접시 가운데에 깍둑 썬 토마토 놓고 주위에 오이고추, 양파, 볶은 소고기 가지런히 담아 새콤달콤한 소스 뿌려내었다. 아삼의 선명한 몰트함에 신선한 야채와 고기의 식감이 어우러져 차가 잘 들어간다고 한다. 서로가 당기는 맛이 최고의 조합이지. 

                                                   아삼싱글몰트와   토마토&소고기 샐러드



바닐라 마살라 차이와 토마토 커리&난

차이는 인도에서 차를 부르는 이름이기도 하고, 블랙티에 인도식 향신료를 넣은 것을 차이라고도 한다. 마살라 차이는 인도 블랙티에 향신료를 블렌딩한 것으로 싱글로도 마시고 우유를 넣고 끓여 마셔도 좋다. 다회에서는 압끼의 바닐라마살라차이를 우렸다. 가위로 차봉지를 개봉하니 바닐라빈의 맛있는 향이 차 봉투를 뚫고 훅 올라온다. 향만 맡아도 벌써 맛있어. 블랙티에 카다몸, 바닐라빈이 블렌딩 되어 크리미한 부드러움에 포만감과 따뜻한 기운이 퍼져 우유 없이 그냥 마셔도 참 좋다. 싱글로 마셔본 마살라 차이가 이렇게나 부드럽고 맛있다니.. 마살라 차이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했던 참석자들도 여기저기서 맛있다면서 연신 찻잔을 입에 가져가고 있다. 

마살라 차이에 곁들인 커리는 인도식으로 양파를 오래도록 볶다가 닭고기, 토마토를 넣고 뭉근하게 끓인 것이다. 난에 걸쭉하게 조리된 커리를 올려 차와 함께 먹으니 여기가 인도 식당인가 싶기도 하고.. 암튼 재밌게 마시고 즐겁게 먹으면 최고지.. 

                                                         토마토커리 & 난   



아삼 로즈 골드와 꽃 증편


아삼 로즈 골드는 인도 야생 장미와 홍차가 블렌딩 되었다. 수색은 진한 오렌지색으로 맑고 투명하다. 고급스러운 장미향에 아삼의 우디와 몰티함이 잘 어우러져 은은하게 달큼하면서도 부드럽고 둥글게 입안을 감싸주는 매력적인 차이다. 아삼 로즈 골드에는 꽃 증편을 내었다. 폭신한 증편에 홍화꽃으로 장식하여 장미 블렌딩과 짝을 맞추었다. 장미향 홍차에 적셔진 폭신폭신 부드러운 증편으로 9월 다회도  즐겁게 마무리한다. 


                                        아삼로즈골드와 꽃 증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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