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집마다 강아지가 문제구나!

by 에밀리


연습실에 혼자 있어서 두고 갈 수가 없어.” 차라리 기숙연습실로 옮겨 연습하라 권해도 아이는 듣지 않는다. 집에 아들들과 남편, 그리고 강아지. 다 걱정 없는데 말 못 하는 짐승이 밟힌다. “오월이는 가 없으면 변비에 걸리는데.,..” 강아지 이야기인데도, 마음은 티나에게 가 있다. 근심 어린 속내가 그대로 얼굴에 드러난다.


집집마다 강아지가 문제구나!.” 상대는 가볍게 받는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문제는 강아지가 아니라 떠나지 못하는 절절한 모정이라는 것을. 아이만 홀로 두고 일어나지 못하는 마음이 매번 발목을 잡는다.


에이스 아트홀 평가회 괜찮아?” 레슨, 콩쿨, 평가회, 연주영상과 평가서로 대화가 이어진다. 정시 가·나군, 연대곡, 한대곡, 이대곡. 대학 이름이 쏟아질수록 입이 바짝 마른다. “평가회 전곡이 에뛰드와 콘체르토 전악장? 무슨 기준일까?” 물음표가 계속 뒤따른다.


오늘 평가회 나온 아이들 몇은 한 학교만 주력한다네.” 대가 센 아이들도 쉽지 않더라, 하이든은 할수록 역시 어렵더라. 정보는 많아도 불안이 한가득 점점 표정이 굳고 푹푹 한숨이 나온다. 아이들 관련 선택은 매번 조바심 나고 초조하다. 두 개의 학교 여섯 곡, 게다가 하이든과 슈만 콘체르토는 각 3악장, 전곡을 준비하고 있다.


큰샘께서 잘하고 있다고 장학금 얘기하시더래. 한마디에 공기가 바뀐다. 큰선생님 폭풍칭찬에 방글이던 티나. “ 연대 가고 싶어요" 조용한 외침이 흘러내린다. 닭똥 같은 눈물에 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 평가서에는 심사위원 이름이 없어.” 사소한 것에도 예민해진다. 이름 하나, 글씨체 하나에도 눈빛이 바뀌고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연습은 새벽까지 밀리고, 메트로놈 켜고서 같은 자세로 한 음(音)을 골백번도 더 연습하는 모습이 처절한 몸부림으로 다가온다.


티나는 해결해야 음악적인 것들이 많아서 오늘도 밤샘 연습한대” 속으로 삭이며 집중하는 아이를 홀로 두고 돌아서지 못하는 밤, 엄마들은 카톡 채팅창에 서로를 다독인다. “우리 고삼이들 가여워서 어쩌냐!.”


12년을 꾸준히 달려왔으나 좁은 문으로 가는 이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지금은 눈물 삼키며 온 힘을 다해 가야 한다. 결국 넘어야 할 가장 큰 장벽은 '나를 이겨내는 것!'이다. 성탄 성야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서리풀 악기거리 연습실, 비브라토 저음이 가슴을 후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