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던 직원이 있다. 내가 오직 환자들의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던 직원이었다. 내겐 동생처럼 소중한 존재였던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내게로 와 임신 소식을 전했다. 가족보다 더 가족같은 사이였기에 나는 누구보다 진심을 담아 새로운 생명을 갖게 된 그녀에게 축하를 건넸다.
그렇게 열 달이 흘렀고, 아이를 낳게 된 그녀. 출산 후, 그녀는 내가 몰라볼 정도로 체중이 많이 불어나 있었다. 본인의 몸을 가누기도 힘들 정도로 살이 찌게 된 것. 가녀렸던 과거 모습은 떠오르지도 않을 만큼 한껏 불어난 몸무게로 인해 그녀는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출산 후, 육아휴직 중이던 그녀가 내게 전화를 걸어 한참을 울며 말했다. 살이 찌니 모든 것이 괴롭다고. 죽을 만큼 힘들다고. 앞으로도 계속 이 상태로 살아야 하면 어쩌냐고. 너무 암울해서 도저히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고. 육아도 친정 엄마에게 의존해야 할 만큼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몹시 힘든 상황이라고.
오랫동안 아껴왔던 직원의 울먹이는 목소리에 나도 마음이 쓰렸다. 그녀가 지금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목소리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난, 곧장 그녀를 한의원으로 불렀다. 체중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집 밖으로의 외출을 꺼렸던 그녀에게 내가 도와주겠다며 일단 이곳으로 오라고 한 것.
한의원 문을 열고 조용히 들어온 그녀의 모습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티 없이 맑았던 피부는 온데간데 없었고, 체중도 어마어마하게 늘어 있었다. 활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어둠이 내려앉은 상태였다. 우선 내 진료실로 따로 불러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게 했다. 그리고 한 시간이 넘도록 누구에게도 쉬이 털어놓을 수 없었던 그녀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었다.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내게 꺼내 보인 후로 그녀는 많이 안정을 찾은 듯 보였다. 난 그녀의 손을 잡고 검사실로 이끌었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지금의 몸 상태를 함께 일했던 다른 동료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그녀를 위해서 난 다른 직원들을 모두 물리고 직접 각종 검사를 진행해 주었다.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녀를 도울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줄 수 있었다.
검사 결과, 그녀의 키에 비해서 체중이 심각한 수준으로 오버되어 있었다. 예상보다 심각한 결과를 보고 좌절하려는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언니가 도와줄게. 언니가 있잖아. 언니만 믿으면 돼 너는. 다른 건 생각하지마. 언니만 따라오는 거야."
나는 잡혀있었던 약속도 취소하고 그녀를 위한 처방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하루빨리 살을 빼서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과거의 생기 넘치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성을 다했다. 출산 이후, 허약해진 심신을 안정시킬 각종 약재와 다이어트를 도울 약재를 적절하게 혼합했다. 또한 건강하면서도 빠른 감량을 도울 다양한 치료 프로그램들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게 처리했다. 마지막으로 매일 그녀에게 카톡을 보내 에너지를 북돋우는 작업도 잊지 않았다. 진심으로, 그녀가 다시 웃으며 지낼 수 있기를 빌면서.
그렇게 몇 개월이 흘렀다. 그 사이, 고비도 많았지만 그녀는 나를 잘 따라와 주었다. 하루 3번 꼬박 한약을 챙겨 먹고, 친정 엄마의 도움을 받아 잠깐 외출하여 내가 해주는 치료들도 빠짐없이 받았다. 치료가 끝난 후에는 다만 30분이라도 나와 대화를 나누며 마음의 안정을 찾아갔다. 나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계속 그녀의 상태를 체크하고, 다이어트 추이를 살폈다. 그 결과, 그녀는 무려 16kg 감량에 성공하게 됐다. 붓기도 싹 빠졌고, 바디 라인도 몰라볼 정도로 슬림해졌다. 그리고...다시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 입가에 미소도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대망의 산후 다이어트가 종료되던 날, 그녀는 내게 90도로 인사를 했다. 그 어느 때보다 예의를 갖추어.
"원장님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저는 여전히 스스로가 만든 감옥 안에서 살고 있었을 거예요."
출산 이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불어난 살로 스스로가 만든 감옥 속에 갇혀 외출도 꺼리고 홀로 암흑의 터널속을 걷고 있었던 그녀. 나의 진심이 담긴 치료를 통해 그녀를 세상 밖으로 꺼내어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요즘은 몸에 딱 달라붙는 예쁜 원피스를 입고 사랑스러운 아이와 함께 외출하기 바쁘다는 그녀. 아름다웠던, 에너지 넘쳤던 과거의 모습을 다시 마주할 수 있어서 가슴이 벅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