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이야기
낭만파스타집 정물화
(코로나가 지나간 어느 이른 봄날에 적다)
유복녀
겨우내 긴 잠에서 깨어나
어두운 동굴 밖으로 나와요
어제처럼 바람은 여전히 차갑고
흩뿌리는 눈발 사이로
서툰 햇살도 함께 거리로 쏟아져요
창 넓은 낭만파스타집
창가에 우두커니 앉아
천천히 흩날리는 늦겨울 눈발과
이른 봄의 덜 익은 햇살을 가만히 지켜봅니다
새로 온 듯한 직원이
서툰 햇살처럼 가만가만 다가와
희고 둥근 접시에 담긴 음식을
설익은 미소와 곁들여
내 앞으로 가만가만 내려놓네요
상호처럼 구수한 낭만의 파스타 냄새
모든 생명은 저마다의 몸짓으로 꿈틀거리고
겨울과 봄이 뒤섞이며 하나가 된 때
무덤에서 살아난 기적처럼
참 좋은 날이 나를 덥석 끌어안고
풍경처럼 천천히 흐르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