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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실 Dec 28. 2023

서평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어떤 글을 써야 하는 건지 생각하곤 했다. 글쓰기란 무엇일까. 글이란 어떻게 써야 하는 걸까.

글을 써서 밥 벌어먹고사는 것도 아니면서 그런 생각을 종종 했다.

 나는 그러한 나의 마음을 누군가에게 가닿고 싶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보고 듣고 느낀 것, 결국 내가 경험한 것 이상은 쓸 수도 없는 나는, 그래도 누군가는 그걸 이해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나를 이해받고 싶다는 기대를 하는 것이다. 나아가, 나의 이야기가 필요한 사람도 있지 않을까,라고도 기대하는데 어쩌면 자폐적인 사랑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의 끝에는 글이란 게 원래 그런 것 아닌가 하고 결론짓는다. 그리고 지극히 주관적인 나만의 그 결론이 썩 마음에 든다. 특별히 나의 생각에 힘을 실어주는 작가들을 만날 때 그렇다. 내면의 어느 부분이 맞닿아 있음을 느끼며 어딘가에 있던 또 다른 나를 발견한 기분마저 들기도 하는 것이다.     

 최근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글이 그랬다. “오, 윌리엄!”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윌리엄은 무려 작가의 전남편 이름이다. 그러니까 전 남편과의 결혼생활과 이혼 후의 이야기들까지, 그 둘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글이었다. 특히 스트라우트의 생각과 감정 표현이 매우 자세하고 사실적이어서 그녀의 내밀한 감정선을 그대로 쫓아가게 되었다.

 용감한 글쓰기라고 해야 할까.

 그러나 그 정도로언급한다면 상당히 부당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소설가라서 이 이야기를 거의 소설처럼 써야 하지만, 이건 진실이다-내가 써낼 수 있는 최대한의 진실이다. 그리고 나는 말하고 싶다-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내가 윌리엄에 대해 뭔가를 이야기한다면, 그가 내게 말해줬거나 내 눈으로 직접 봤기 때문에 말하는 것이다.

(오, 윌리엄! 11page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 문학동네)     


 스트라우트의 말처럼, 소설과 같이 극적으로 쓸 수 있는 능력을 작가의 역량이라 부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독자로 하여금 글을 읽어가게 만드는 능력, 끝까지 흥미롭게 글을 끌고 나가는 바로 그 능력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글이 특별한 이유를 콕 집어 설명하기가 어렵다. 글의 전개 방식이나 구조, 문학적 표현 등을 떠나, 그녀의 개인적인 경험에 어느새 스며들어 버렸다는 점이 나에겐 가장 중요했다.

 오, 윌리엄.

 누군가의 이름만으로 그 이름을 불렀던 사람의 마음이 전달된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녀의 글 속엔 그녀가 말한 그 진실이라는 게 있다. 나는 그녀의 예민함과 진정성에 마음이 기우는 것을 어쩌지 못한다. 그러니까 그녀의 글 속에 담겨있던 게 설령 그녀만의 진실이었을 뿐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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