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드 메이/ 위즈덤 하우스
아무리 생각해도 지구라는 한정된 공간에 함께 살기엔 인간이 너무 많은 것 같아,라는 내 말에 친구는 말했다. 너 타노스가 이상형이야? 무슨 소리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타노스가 뭔 데? 마블 시리즈를 안 본 나는 타노스가 행성에 사는 종족을 절반만 절멸시키는 캐릭터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그래, 솔직히 말하면 조금 많으니까, 지구를 위해서 절반 정도만 유지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했다. 절반만 절멸시키는 그 상황에 내 가족, 친구들을 포함하지 않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바다 수온은 자꾸 오르고 해마다 폭염은 기승을 부리는데 지금이 제일 시원할 때라는 무서운 뉴스가 나온다. 별안간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와 폭설, 그리고 저 멀리 북극의 빙하는 하루가 다르게 녹고 있다는 기사를 보면서도 여기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나는 어제도 집 앞까지 하루 만에 도착하는 배송 주문을 했다. 나 하나 달라진다고 뭐가 되겠어,라고 생각 안 한다면 거짓말이다.
지구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경고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당장 내 눈앞에 벌어지지 않는 일은 남의 일이라 생각한다. 기온이 오르고 빙하가 녹아내려도 아, 큰일이네! 생각할 뿐, 문제를 해결할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어찌 보면 지구를 위해, 지구에 사는 비인간 동물들을 위해, 인류 멸종은 생각보다 괜찮은 아이디어일지도…?
<인류 멸종, 생각보다 괜찮은 아이디어>는 철학자 토드 메이의 질문으로 시작한다.
과연 인류가 멸종하지 않고 지구에 정당하게 존속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이 책은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닌 질문의 질문을 하는 책으로 저자는 끊임없이 독자에게 질문한다. 그래서, 왜? 왜? 왜? 저자가 독자에게 내미는 질문들을 따라가며 책을 읽다 보니 지금의 절반 정도만 유지하는 게 좋지 않을까? 했던 나의 첫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깨달았다. 지금 인류가 만들어낸 수많은 환경 파괴와 기후 위기는 단순히 인류의 멸종이나 소멸로 해결할 문제가 아닌 조금 더 철학적인 접근이 필요한 문제라는 사실을 책을 읽으며 알게 됐다.
지금까지 누적된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문제를 당장 좋은 쪽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방법을 찾고 더 좋은 쪽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이 없다면 어쩌면 상황을 더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갈 것이다.
아주 작은 희망이 있다면 그나마 인간은 실수를 반성할 줄 알고 회복하려는 의지를 지녔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니 이제라도 시작해야 한다. 지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와 내 가족, 친구, 그리고 미래의 인류를 위해서.
바로 지금이 인류의 멸종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일지도 모른다. 이대로 멸종될 것인지, 아름다운 지구에 함께 살아남을 것인지, 이제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