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역사 ㅣ 다카미야 도시유키 ㅣ 김수희 ㅣ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가끔 책 욕심을 낼 때가 있다. 특별판이나 한정판 혹은 하드커버로 새롭게 편집된 경우가 그렇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고 하지 않았던가. 갱지 느낌의 종이에 조악하게 인쇄된 활자와 몇 번 읽다 보면 실이 풀리거나 본드가 힘을 잃고 뜯어지는 책들은 아무래도 시선이 덜 간다.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들어 낸 것처럼, 하드커버의 튼튼한 제본 그리고 화려하진 않지만 읽어 내려감에 있어 말끔하게 시원하게 이어지는 글꼴의 구성은 욕심 낼만 한 일이다.
하지만 '책'이란 콘텐츠에도 이제는 제법 허영과 거품이 적지 않다. 심플하게 만들어내도 좋을 분량을 구태여 하드커버로 만든다거나, 도서정가제 및 도서에 한하여 부가세를 없앴더니 책값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 점이 그러하다. 덧붙여 의도적으로 여백을 만들어 분량을 늘린다거나, 결코 적지 않은 분량으로 출판사의 타 시리즈를 소개하는 등의 지면 낭비도 적지 않다.
그럴 때면 그저 나무에 미안할 따름이다.
각설하고, '책의 역사'라 한다. 궁금했다. 짐짓 알고 있는 내용이 적잖이 있을 거라 생각했으나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범주의 이야기를 저자는 다뤘다. 물론 그 범위가 서양의 그것에만 국한되어 다소 아쉬움은 따랐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란 콘텐츠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지던 시절의 여러 에피소드와 직업군, 그리고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가 지면 구석구석 녹아있다.
본격적인 인쇄 기술의 도입 이전, 결국 사람이 책의 내용을 베껴 쓰던 필사본이 존재했던 시절의 이야기가 제법 많은 부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책이라는 가치가 얼마나 소중하고 역사적으로 중요한지를 역설하는 부분일 것이다. 인류가 만들어낸 문명, 그리고 그것을 올곧이 보존하고 전파하는 데에 있어 책은 단연 최고의 가치를 증명한다.
책이라는 가치에 대해서도 충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하나, 책이라는 물질적 역사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라 감히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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