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난독으로 허우적거릴 때가 있다. '미스터리는 어떻게 힙한 장르가 되었나'라는 부제를 읽고 표지 디자인을 번갈아 본 다음에 '아! 이 책은 힙합에 대한 이야기구나!'라고 해석한 것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힙합을 유해한 장르라고 제목을 달까? 싶어서 다시 보니 주제는 미스터리고 그 미스터리가 어떻게 힙한 장르로 발전되었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모름지기 단 한 줄의 문장도 꼼꼼하게 읽고 깊게 이해해야겠다.
미스터리라고 규정지었으나 그 안에는 굉장히 많은 장르적 유희들이 함축된다. 저자는 그 포인트를 간과하지 않고 굉장히 집요하게 그리고 체계적으로 들려준다. 관련하여 십여 년 전, 한국 영화에는 왜 그렇게 범죄 스릴러 장르가 많냐고 물었던 외국의 어느 평론가의 인터뷰가 기억이 났다. 말랑말랑한 로맨스와 시원하게 터지는 액션 또는 코미디에 비해 범죄, 스릴러, 미스터리, 호러에 기반을 둔 작품이 21세기 들어 부쩍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이런 종합적인 사회적 분위기에 맞물려 저자는 사회적 장르로서 미스터리를 책의 1부에서 다룬다. 그리고 접근하기 가장 쉬운 몇 편의 영화, 그리고 영화 속 설정을 갖고 영리하고 계획적으로 그 우려를 드러낸다. 어쩌면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이야기가 바로 영화지 않던가. 영화 속 이야기가 만들어진 배경도 현실에 기반을 둔 상상력이라 근거를 둔다면 이러한 접근 방식은 결코 우려가 아닐 것이다. 또한 부르주아의 오락과 냉전시대의 유산으로 발생한 미스터리의 이야기는 분명 매혹적이다. <007 시리즈>와 <미션 임파서블>의 닮은 점과 차이점은 책이 들려주는 미스터리를 가장 쉽게 이해시켜주는 대목이다.
2부는 1부보다 더 전진하여 영화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시리즈, 그리고 문학 작품으로까지 그 영역을 확장한다. <파묘>를 두고 개인적으로 느꼈던 소감이 작가와 일치하는 부분에서 묘한 쾌감을 느꼈다. <곡성>이 갖고 있는 규정할 수 없는 지점에 대한 해석도 몹시 놀라웠다. 어쩌면 <곡성>은 감독이 작정하고 만든 '영화 자체가 미끼'가 돼버린 작품이 아닐까 본다. 관련하여 봉준호의 <마더>와 <살인의 추억>에 대해서도 미스터리의 관점으로 언급되었다면 좋았을 아쉬움이 남는다.
3부에 이르러 올곧이 문학 장르로 정착하며 궁극의 빛을 드러낸다. 속고 속이고, 배신하고 음모를 품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것을 방관자의 시선으로 지켜보는 냉혹한 사회적 시선과, 조금이나마 개입되어 '지속적 관계'를 맺고 있는 특정 사람들에 대한 입장은 앞으로 미스터리가 어떻게 발전할지를 두고 설득력 있게 이끌어 간다.
관람하고 읽어 내려간 작품이 아닐 땐 분명 어렵고 난해한 지점도 발생한다. 그 어느 때보다 미스터리라는 현상이 사회 전반에 만연한 오늘날, 이 책이 갖고 있는 힘은 아이러니하게도 더 커져가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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