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줄거리, 의미, 특징들을 축약해서 다루는 책은 그야말로 넘쳐난다. 차이가 있다면 저자가 바라보는 관점에 따른 해석의 차이, 그것이 유일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유사한 책들이 갖고 있는 경쟁력은 어쩌면 도긴개긴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런 형식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느낀 바와 저자의 의견 차이를 견주는 맛과 더불어 같은 영화를 여러 시선으로 해석하게 되는 그 서사에 있다.
'각자의 상영관에 불이 켜지는 시간'이라는 부제는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어렵지 않게. 그리고 구태여 길게 늘어뜨리지 않는 작품에 대한 저자의 의견은 매력적이다. 책 판형을 기준으로 한 페이지에 불과한 작품도 있다. 사실 그것은 엄밀히 말하면 소개라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만의 스타일에 젖어든다면 짧아도 분명한 주제의식은 있는 페이지로 읽어 내려간다.
구태여 줄거리로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고 짧은 의견을 덧붙이는 유사품은 넘쳐난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의도적으로 줄거리를 많이 함축한 듯한 느낌을 지면을 통해 드러낸다. 너무 짧아서 조금은 허탈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어찌 문제가 될까. 이유라면 내가 관람하지 못한 영화이기 때문에. 바로 그것이다.
또한 저자는 의도적으로 2020년 이후의 작품만을 다룬다. 어쩌면 그것이 일종의 유행에 편승하는 꾀처럼 느껴지나, OTT까지 포함하여 넘쳐나는 영상물의 시대에 구간을 두는 것은 영리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시작한 작품들의 소개를 통해 이미 친숙한 작품을 다시 되새기는 경험, 관람은 안 했으나 어느 영화인지 아는 것에 대한 간헐적인 접근, 전혀 알지 못했으나 반드시 봐야겠다고 다짐하며 스마트폰 메모장에 메모하게 되는 작품까지... 달콤하고 즐거운 숙제를 남겨주는 책이다.
아쉽다면 불규칙적으로 등장하는 검은색 배경에 하얀색 글씨로 반대편 본문의 특정 문장을 커다란 활자로 반복하는 구간이다. 저자의 필력이 나쁘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다만, 인상적일 만큼 느껴지지 않는 그 문장을 이렇게까지 강조해야 하는 의도가 독자로서 조금 궁금할 뿐이다. 불필요한 편집과 지면 낭비 더욱이 강렬하지 못한 문구에 대한 동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해당 페이지를 맞닥뜨릴 때마다 당혹스러웠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영화, 드라마, 영상물이 있다. 죽을 때까지 그것들을 모두 다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중요한 건 '선택과 집중'일 것이다. 고로 책을 통해 숨겨진 작품을 발굴하는 쾌감, 그것을 관람할 때의 절정. 고스란히 간직하고 누려야 할 애호가로서의 책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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